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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로 코드빌라, 지배 계층 (2010년)
작성일 : 2010-10-06 10:52조회 : 1,906


앤젤로 코드빌라, 지배 계층 (2010년, 뷰포트 북스, 147쪽, 12.95 달러)

Angelo Codevilla, The Ruling Class (2010, Beaufort Books, 147 pages, $12.95)

이 책에는 ‘그들이 어떻게 미국을 부패시켰고,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런 제목만 보면 진보 성향의 저자의 책 같지만 이 책의 저자는 보수 성향인 국제정치학자로 근래에 보스턴 대학에서 은퇴한 앤젤로 코드빌라이다. 앤젤로 코드빌라는 교수가 되기 전에는 해군장교와 국무부 외교관으로서 일했고, 역사적 관점에서 국제정치 문제를 다룬 여러 권의 저서를 냈다. 본문이 87쪽에 불과한 이 작은 책자에서 저자는 현재 미국 사회와 정치현실에 대해 직설(直說)을 분출하고 있는데, 최근의 ‘티 파티’(The Tea Party) 선풍과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이 두 계층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본다. 즉, 그 하나는 정부의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소수 계층으로, 이들은 많은 미국인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식으로 통제를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프라이 팬에서 서서히 자신이 끓여지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나오기 위해 애를 쓰는 개구리 같은 처지인 다수의 보통 사람 계층이다. 오늘날 미국인 네 명 중 세 명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며, 다섯 명 중 한 사람만 정부가 국민에게 해악을  끼치기 보다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된 데는 미국이 소수의 ‘지배 계층’(The Ruling Class)과 다수의 ‘칸트리 계층’(The Country Class)으로 양분되어 있는데다, 정부를 장악한 지배 계층이 공신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물론 지배 계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2008년 9월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도자들이 정부 돈 7,000억 달러를 풀어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사들이기로 합의했을 때 미국민의 80%는 이에 반대했다. 이처럼 이제 대다수 미국민은 자신들을 대변해 줄 정당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를 하겠냐고 물어보면 공화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외에 ‘결정한 후보가 없음’ ‘민주당이나 공화당 외의 후보’ 또는 ‘티 파티 후보’ 항목을 설문에 추가하면 여기에 표기를 하는 유권자가 가장 많고 다음이 민주당 지지자, 그리고 공화당 지지자 순서가 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대체로 생각하는데 비해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는 1/4 정도만 공화당이 자신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약간의 민주당 지지자, 대부분의 공화당 지지자, 그리고 두 정당을 모두 싫어하는 미국민을 합치면 전체 미국민의 2/3에 달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오늘날 지배 계층은 어떻게 생성됐나 ? 저자는 이들이 동일한 생각과 동일한 취향과 습관을 주입하는 교육 시스템에 의해서 형성됐으며, 이들은 정부에서 캐리어를 시작해서 그런 경력을 지렛대로 삼아 민간 섹터에 진출하는 특성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배 계층은 대도시의 부유한 지역이나 교외에 모여 살고, 돈이 많이 모이는 공익단체나 자선기구, 그리고 공공정책 분야를 맴도는 습성이 있다. 지배 계층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인 톱 스쿨은 신입생을 수월성 보다는 자신들과의 동질성에 입각해서 선발한다. 톱 스쿨의 학점이 인플레가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배 계층은 과거에 사회주의와 전체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미국적 가치를 멸시하곤 했다. 이들은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수의 브레인 트러스트를 중용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미국이 잘못했다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 툭하면 사과하기를 좋아한다. 한마디로 이들은 그들 외의 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지배 계층의 아젠다는 항상 권력 그 자체이다. 지배계층은 일종의 조직과 같아서 구성원에 항상 무언가 보상을 준다. 이들은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권한을 증가시키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이들은 미국인이 생산하는 전체의 1/3 이상을 규제를 통해 걷어 들이고 또 이를 자기들 마음대로 배분함으로써 미국민의 생활에 깊게 간여하고 있다. 2008년에 공화당 정부는 베어 스턴스를 구제하고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시키더니 골드맨 삭스는 또 구제해 주었다. 뒤를 이은 민주당 정부도 노골적인 재량적 권한을 행사해서 자동차 업계를 구제해 주었다. 이들에게 법이나 원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재량이 있을 뿐인데, 이것은 미국 헌법의 기본정신에 배치된다. 이런 것이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조장하고 있는 것인데, 패거리 자본주의가 조장한 거품이 드디어 터지자 지배 계층과 관련된 집단만 정부의 지원을 받았고 대중은 오히려 그들에게 세금을 통해 돈을 대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2010년에 나온 의료보험법안은 지배계층의 경제적 논리가 잘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또다시 세금을 부과해서 의료비용을 지급하고, 시민들에게 의료보험을 사라고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법부도 그런 지배 계층의 일환이다. 이들은 ‘적법절차’ ‘주제(州際) 통상’ 같은 헌법에 있는 단어를 확장해서 적용해서 그들이 지켜야 할 헌법을 침해해 왔다. 2010년에 한 연방판사는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결합이어야 한다고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채택한 캘리포니아 주 헌법 수정조항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지배 계층은 미국의 가정과 정신적 생활을 허무는데 관심이 많다. 결혼은 가정을 탄생시키는 씨앗이기 때문에 지배 계층은 결혼이란 제도를 공격해 왔다. 그런 결과로 오늘날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여성 혼자 살거나 여성이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데, 미혼모는 정부의 서비스에 의존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배 계층은 정부가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정부와 아이들을 직접 연결시키려고 하는데, 힐러리 클린턴은 그런 취지의 논문을 썼다.

칸트리 계층은 지배 계층과 완연하게 비교된다. 칸트리 계층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결혼, 육아, 종교에 대한 자세에서 지배 계층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들은 또한 정부와 관련을 맺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부자에 항거하는 외부인, 거대한 조직과 대립하는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 관료주의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 대기업과 큰 정부가 전에 없이 밀착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지배 계층이 미국은 유럽을 닮아가야 하며 세계적 기준(‘global standards’)에 부합되어야 하고 믿는데 비해 칸트리 계층은 미국적 기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고, 세계가 미국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칸트리 계층은 미군의 주축으로, 사병은 물론이고 준사관과 장교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민주당에 거의 투표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배 계층이 주도하는 교육 시스템을 좋아 하지 않는다. 홈 스쿨링을 하는 가정의 대부분은 칸트리 계층이다. 칸트리 계층은 가정을 허물어뜨리려는 지배 계층의 공격적인 세속주의에 대해 무엇보다 강력하게 저항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립은 미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 저자는 2010년과 2012년 선거에서 공화당을 찍을 유권자들 중 공화당의 견해와 기준이 좋아서 공화당을 찍을 유권자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화당을 찍는 유권자들은 달리 찍을 정당이 없어서 공화당을 찍는 것이라는 말이다. 로널드 레이건 이전과 그 이후에 공화당은 칸트리 계층의 기대에 부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칸트리 계층을 대변하고 싶은 공화당 정치인들은 공화당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거나 아예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칸트리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은 지배 계층이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도덕적 및 지적 우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저항감을 갖고 있는 세금을 줄이고 정부 지출, 특히 정부가 여기저기 주는 보조금을 줄여나가야 하며, 교육부 같은 연방정부기관과 출자기관이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방을 빼는 것은 쉽지만 근육을 재건하는 것은 어렵다는 비유를 들어, 칸트리 계층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과제이며 더 어려운 일은 파당적 정부를 피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지배 계층을 이겨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해서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나쁜 버릇을 고쳐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혁명을 이룩하면서도 그것을 미국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코드빌라 교수가 기대하는 대로 칸트리 계층이 ‘티 파티’ 같은 정치적 움직임을 통해 기성정치를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움직임에 코드빌라 교수 같은 지식인이 동조하고 나선 것만도 큰 의미가 있다. 전문독자가 아닌 대중을 상대로 한 작은 책자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양분화하고 단순화해서 설명하고 있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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