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데보라 에이모스, 순니의 몰락 (2010년)
2010-12-12 00:48 1,785 이상돈


데보라 에이모스, 순니의 몰락 (2010년, 퍼블릭 어페어스, 230쪽, 25.95달러)

Deborah Amos, Eclipse of the Sunnis (2010, Public Affairs, 230 pages, $25.95)

이슬람은 순니파(派)와 시아(派)로 구분되는데, 전세계 무슬림의 80-90%는 순니파이고 나머지가 시아파이다. 시아파는 이란과 주변지역에 자리잡고 있고, 이라크에는 순니와 시아가 섞여서 살고 있었다. 후세인이 통치할 시절에서는 소수파인 순니가 다수파인 시아를 박해했지만 그래도 공존하고 있었다. 2003년에 미국의 침공으로 후세인 체제가 무너지자 순니와 시아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분규가 발생했고, 이란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시아가 순니를 박해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ABC 방송 등에서 특파원을 지낸 데보라 에이모스가 쓴 이 책은 이라크 전쟁 후에 이라크 사람들, 특히 순니 사람들의 삶에 생긴 급격한 변화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시리아와 요르단 등 주변국가에서 만난 이라크의 난민을 인터뷰했고, 2009년에는 다시 바그다드에 가서 변화된 이라크의 모습을 취재해서 이 책을 펴냈다.

저자는 미국이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할 때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중동지역의 순니 무슬림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2009년까지 무려 200만 명이 이라크를 떠났는데, 그 중 나중에 이라크로 돌아간 경우는 5%가 안 된다. 이라크를 떠난 인구 중 60%는 순니 아랍이고, 15%는 기독교를 믿는 이라크인들이며, 나머지는 세속적인 시아파 등 소수종파들이다. 2006년에 사마라에 있는 시아파 성지인 골든 돔을 알 케이다가 폭파하자 시아파 민병대는 순니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복을 가했다. 그 후 이라크 전역이 순니에게 위험하게 되었고, 순니들은 시리아 요르단 등 안전한 주변국가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해외로 탈출한 순니 중에는 의사, 기술자, 교육자 등 전문직업인들이 많았다. 이런 현상은 이라크를 재건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큰 장애로 작용했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는 아랍 국가 같지 않게 세속적이고 상당한 정도로 다양성이 보장되어 있다. 저자는 다마스커스에서 체류하면서 이라크에서 탈출해 온 이라크인들을 인터뷰했다. 저자가 다마스커스에서 만난 이라크 사람들 중에는 미군과 협력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고 모든 것을 버리고 황망하게 떠난 경우가 많았다. 의사, 교사, 기술자 등 전문직 종사자, 이발사와 제빵사 같은 이슬람적이지 못한 직업인, 구 정권에서 군 장교를 지낸 사람들도 모두 조직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협박을 받고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처참하게 살해되었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살해되는 모습을 보게 된 사람들은 재산을 그대로 남겨 두고 시리아 등지로 떠났다. 2007년 10월, 시리아 정부는 이라크와 국경을 폐쇄했는데, 이는 이라크의 말라키 총리가 자국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시리아 정부에게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2007년 10월부터 시리아 정부는 이라크인에 대한 입국비자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했다. 가장 쉽게 탈출할 수 있었던 시리아 국경이 막히게 됨에 따라 이라크를 떠날 수 없게 된 순니 주민들은 묵타바 알사드르 등이 이끄는 시아파 민병대의 직접적인 표적이 됐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에는 이라크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지역에 생겨났다. 남편이 살해되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마스커스로 온 여인들은 매춘으로 힘든 삶을 이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다마스커스에는 이라크 여인들이 넘쳐 흘러서 매춘 등 섹스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이라크의 바그다드는 원래 고대 시절부터 매춘이 성행했는데, 걸프 전쟁 후 서방의 경제봉쇄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매춘이 급격히 번창하게 됐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사담 후세인은 매춘여성을 공개적으로 참수하고 잘린 목을 그 여인이 살던 집 앞에 걸어 두어 전체 가족에 낙인을 찍었다. 미군에 의해 체포된 후세인은 부유한 쿠웨이트 남자들이 가난한 이라크 소녀를 돈 주고 사는 모습에 분노해서 쿠웨이트를 침공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하기 했다.

저자는 오늘날의 이라크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다수라고 본다. 이라크-이란 전쟁 때 태어나서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해서 걸프 전쟁이 일어나고 경제제재가 취해진 1990년대에 사춘기를 어렵게 보내고, 미국이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할 때에 청년이 된 세대가 다수라는 것이다. 2003년에 전쟁이 일어나자 이들은 시아파 민병대, 순니 반군(叛軍), 또는 알 케이다에 들어가서 무장투쟁과 테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미국이 레바논, 시리아, 그리고 이라크 정책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본다. 종파(宗派)간 유혈분쟁의 결과로 이라크에선 시아파가 완전히 승리했고, 순니파는 완전히 패배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이라크에서 유지되어 온 순니와 시아의 공존문화는 와해되어 버렸다. 오늘날 이라크는 이란의 영향 하에 시아파가 모든 것을 장악했다. 이라크를 장악한 시아파 정부는 매우 부패하고 무능해서 이라크의 앞날을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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