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패트릭 뷰캐넌, 초강대국의 자살 (2011년)
2012-06-17 00:16 2,344 이상돈


패트릭 뷰캐넌, 초강대국의 자살 (2011년, 세인트 마틴, 488쪽, 27.99 달러)
Patrick J. Buchanan, Suicide of A Superpower (2011, St. Martin’s Press, 488 pages, $27.99)

레이건 대통령의 공보비서를 지낸 패트릭 뷰캐넌이 펴낸 이 책은 ‘미국은 2025년까지 존재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와해되어 가고 있어 더 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미국이란 초강대국은 스스로 패망의 길을 선택했다고 본다.

2000년에 미국은 재정흑자를 유지했는데, 2010년에는 1조 40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감당하기 어렵고 정당화하기 어려운 이라크 전쟁 때문에 이 같은 재정적자가 난 것이다. 무역적자 또한 심각하다. 2008년에 미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4400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런 결과는 자유무역이 가져온 것이다. 국가는 경제적 국가주의에 서있을 때 부강해지고, 자유무역을 받아드리면 쇠퇴하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미국은 ‘부채 왕국’이 되고 말았다. 개인과 은행, 그리고 국가 자체가 모두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보장, 연방의료보장, 군인 연금 등 정부가 항구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담은 천문학적이다. 1929년 초에 쿨리지 대통령이 물러날 때 미국 정부는 국민총생산의 3%를 지출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해에 미국 정부는 국민 총생산의 25%를 지출했다. 연방정부 예산 지출 항목 중 가장 큰 5개는 사회보장,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국방, 그리고 부채에 대한 이자이다.

미국의 정신인 독립성과 자조(自助)는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다. 2010년에 4,180만 명의
미국인이 연방정부의 푸드 스탬프에 의존해 살고 있다. 2011년에 푸드 스탬프에 소요된 예산이 770억 달러에 달한다. 오늘날 미국 아이들의 41%는 정상적인 결혼 관계 외에서 태어난다. 흑인의 경우는 이 비율이 71%에 달한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 온 사람들이 세운 나라이다. 오늘날 원래의 미국 종교이던 개신교는 쇠퇴일로를 가고 있고, 성공회도 역시 그러하다. 가톨릭 인구는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는 이민자들의 유입에 힘입은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적 기반인 종교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2040년이면 미국에선 백인이 소수인종이 될 것이다. 급속히 늘어나는 라틴계 미국인들은 갈수록 흑인을 닮아가고 있다.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과 인디언 보호지역에선 범죄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전통적 미덕을 지키고 살아온 백인들은 티 파티가 조직한 타운 홀 미팅에 쏟아져 나와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에 기독교 윤리에서 해방된 유럽과 미국의 젊은이들은 자식을 갖기를 원치 않는다. 자식을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가고, 좋은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자신들의 좋은 삶은 누리기를 원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구태여 양육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 사회는 갈수록 평등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유색인종의 표를 의식하고 “다양성이 미국 사회의 강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오늘날 미국은 ‘다양성의 저주’(‘diversity cult’)에 걸려 있다. 미국은 원래 정직하고 청렴한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세운 나라라는 사실마저 잊혀지고 있다. 단일 인종으로 이루어진 일본과 한국이 강한 국가가 되었고, 인종 구성이 복잡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내란과 학살로 시름하고 있다. 다양성이 결코 강점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엘리트 계층은 다양성을 추상적으로 좋아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다양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한쪽에선 말로만 그럴싸한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선 부족주의(tribalism)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동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각지에선 부족주의가 부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치적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흑인 등 소수인종 인구가 급증해서 백인들이 소수자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 같은 인종 구성비의 변화는 공화당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 주고 있다. 1964년에 민주당이 민권법을 통과시키고 공화당이 배리 골드워터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후로 흑인들은 링컨의 정당인 공화당에 등을 돌리게 됐다. 오늘날 공화당이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없는가는 2008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출구 조사에 의하면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백인 유권자의 55%, 히스패닉 유권자의 31%, 그리고 흑인 유권자의 4%를 차지했다. 2008년 선거에서 매케인은 18세 – 29세 사이의 젊은 유권자에서 66 대 32로 오바마에 패배했다. 오늘날 공화당은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젊은 층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지지를 잃어 가고 있다.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 기독교인은 그래도 공화당을 많이 지지하지만 백인 기독교인이 이제 소수로 전락해 가고 있다. 새러 페일린이 말하는 ‘원래의 미국’은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소수인종 유권자가 많은 뉴욕, 일리노이, 캘리포니아에서 패배하기 마련이고, 이런 주가 선거인단이 많기 때문에 공화당은 대통령을 배출하기가 어렵다. 한국, 베트남, 중국계의 나이 많은 유권자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 때문에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이들의 자식 세대는 그들의 부모와는 다른 기준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이렌 여신의 유혹에 넘어가서 시작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혔다. 주택가격 버블에서 비롯된 재정 위기와 자유무역으로 인한 제조업 기반 소실은 미국 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혔다. 따라서 이제 미국은 제국주의의 환상을 버리고 이슬람 세계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지상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 저자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정부를 축소하고 제조업을 부흥시키며 이민을 억제하고 보수주의에 입각한 문화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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