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스콧 애틀러스 (엮음), 미국 의료체계 개혁 (2010년)
2013-04-01 23:03 2,605 이상돈


스콧 애틀러스 (엮음), 미국 의료체계 개혁 (2010년, 후버 연구소, 182쪽, 19.95달러)

Scott W. Atlas (ed.), Reforming America’s Health Care System
(2010, Hoover Institution Press, 182 pages, $19.95)

스탠포드 대학의 후버 연구소가 펴낸 이 책은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체계 개혁을 비판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글을 담고 있다. 책은 미국의 의료체계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통상적 관념이 잘못이며, 이를 바로 잡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안(‘Obama Care’)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0년 3월, 민주당이 다수석을 점한 미국 의회는 ‘환자 보호 및 감당할 수 있는 의료에 관한 법률(The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 PPACA)을 통과시켰다. 공화당은 반대한 이 법안은 미국의 의료체계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흔히 ‘오바마 케어’(Obama Care)라고 부르는 이 의료개혁법은 연방정부가 개인 건강과 의료에 깊숙이 간여하도록 했다. 미국인들은 이제 그들이 원치 않더라도 건강보험을 구매해야 하며, 사업장은 연방정부가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보험 혜택을 근로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벌금형을 부과 받게 된다. 연방정부는 건강보험의 커버리지 범위를 정하고 보험회사는 이 기준에 부합한 보험상품을 팔아야 하고, 의사는 연방정부 관료가 정하는 수가(酬價)를 받아야만 한다. 또한 이 법안은 메디케이드 같은 이미 재정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는 공적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확대해서 연방 재정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오바마 케어’는 지금까지 확인된 미국 의료에 관한 확인된 평가를 무시하고 있다. 미국인은 암 생존율이 세계 어느 다른 나라보다 높으며,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질환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향유하고 있고, 또한 백내장 수술이나 쇄골 교환 수술 같은 중요한 수술을 하기 위한 대기 기간이 어느 나라 보다 짧다. 또한 미국인은 최신 약품과 최신 의학장비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전문의에 대한 접근성에 있어 가장 훌륭한 혜택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의료체계를 개혁하려면 이 같은 우수한 의료혜택을 유지하면서 이를 향유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데 주안점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케어는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보다는 의료에 관한 개인의 결정권을 연방정부의 관료체제에 넘겨 주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오바마 케어는 문제도 많을뿐더러 미국이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기득권 제도(entitlement)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의 기존 의료체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건강보험을 전적으로 운영하는 캐나다, 영국 등의 예를 들어 미국의 시스템을 비판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반대다. 저소득층의 경우도 캐나다 보다는 미국의 저소득층이 오히려 더 건강하다. 자기 나라의 의료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 어디에서나 있다. 어떤 기준에 의하더라도 미국은 의료 기술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고 미국은 의료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미국 의료체계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무엇보다 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인구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 보험의 문턱이 낮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건강 보험에서의 경쟁을 증진시켜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의료체계를 보다 투명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연방정부가 명령하고 강제하기 보다는 많은 주에서 도입한 강제적인 건강보험 제도를 정비해서 시장왜곡을 시정해야 한다. 본인 부담율이 높고 중대 질병에 대한 보장을 강화한 보험상품을 의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비 인상 요인인 의료책임 소송과 이를 남발하는 변호사 집단을 통제해야 한다. 오바마 케어는 이런 개혁은 뒤로 하고 환자와 의사의 영역이었던 의료를 국유화해서 방대한 의료 관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인데, 이는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오바마 케어는 개인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미 질병에 걸려있거나 건강 고위험군(群)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거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인상하여야 하고, 그러면 젊은 사람들 같은 저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보험가입을 더욱 회피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보험업계는 위험(risk)을 분석해고 그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이를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의료보험에선 언더라이팅이 분노와 의구심의 대상이 되어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지역 요율(community rating)과 가입보장(guaranteed issue)이다. 지역 요율은 보험료를 산정할 때 나이나 성별을 제외한 여하한 건강 요소를 배제하고 동일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며, 가입보장은 가입대상자가 어떠한 질병에 걸려있거나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가에 관계없이 보험가입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올라가게 되며 건강한 젊은이들이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높은 보험료를 낼 수 없게 되어 보험제도 밖으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몇몇 주에선 이런 결과를 경험하고 있는데도 오바마 케어는 이를 미국 전체로 확대시켰다. 오바마 케어가 시행되면 나이든 사람들과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료를 적게 내고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은 높은 보험료를 내게 되는데, 이는 결국 부(富)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건강보험을 일종의 사회복지 제도로 변화시키는 꼴이다.

오바마 케어는 연방정부에 의료를 다룰 새로운 기구와 위원회를 여러 개 만들어서 어떤 의료 서비스를 허용하고 그 가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모든 것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미국이 자랑하는 의료 분야에서의 혁신(innovation)이 후퇴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관료들이 신약의 효능과 가격을 판단하는 시스템 하에선 신약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바마 케어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재정적자가 1430억 달러 감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새 제도 시행에 들어가는 비용과 숨어 있는 비용을 감안하고 또한 고소득 보험가입자에 대한 보험세가 현실성이 없음을 고려하면 재정적자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케어는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주(州) 의료체계를 답습하고 있다. 1993년에 워싱턴 주는 메디케어에 가입하지 않은 모든 주민들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보험료에 상한선을 두고 보험가입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러자 14개 대형 보험회사가 아예 워싱턴 주를 떴고 값싼 보험료 혜택을 보기 위해 다른 주에서 아픈 사람들이 워싱턴 주로 이사를 해 왔다. 불과 한해 만에 새 제도가 작동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 주민들은 투표장에서 불만을 표출했고, 주민 소환을 걱정한 주지사는 자기가 1년 전에 서명한 법률을 폐지했다. 비슷한 현상은 오리건, 테네시 등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주에서 일어났다. 

매사추세츠 주는 2006년에 의료개혁법을 통과시켜서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던 55만 명을 보험으로 흡수하고 또한 의료에 관한 주 정부 지출을 줄여 보고자 했다. 매사추세츠는 연방기준으로 빈곤층은 보험료를 주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빈곤층 기준 소득보다 3배 이내의 소득이 있는 주민은 소득구간에 따라 주 정부가 보험료를 보조하기로 했다. 이 결과로 의료 보험에 들지 않은 주민은 대폭 감소했는데, 주 정부의 보조금으로 보험료를 내게 된 주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해서 의사가 부족해져서 병원 진료를 하기 위한 대기기간이 길어졌다. 오늘날 매사추세츠는 건강보험료가 가장 비싸지만 보험회사들은 그래도 손해를 보고 있다. 오바마 케어는 매사추세츠 제도와 유사하기 때문에 매사추세츠의 경험은 오바마 케어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2007년에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모든 주민이 건강보험을 들도록 하고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건강보험을 들어주거나 10% 법인세를 추가로 내는 법안을 마련했다. 보험회사로 하여금 가입자의 질병 유무에 관계없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추가되는 재정소요를 위해 근로소득에 추가로 6%, 의사에게 2%, 병원에 4% 세금을 부과하고 담배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 법안은 주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의 지지로 통과되었으나 상원은 이를 거부했다. 반면에 플로리다 주는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주민이 20%나 된다는 점을 고려해서 저비용 건강보험 상품을 판매하도록 해서 보험회사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무보험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플로리다 주는 보험가입을 강제하지 않고 무보험자로 하여금 보험을 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민간 보험에 의존하는 미국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캐나다를 거론하곤 한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의료를 정부가 관장하는 시스템의 부작용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주정부가 건강보험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또한 재정으로 병원을 지원한다. 다만 치과 진료와 제약은 공적 보험으로 커버하지 않는다. 캐나다 주정부는 의료비 지원에 너그러워서 주정부의 재정지출에서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캐나다에서 전문의에 의한 치료를 받기 위해선 평균적으로 16.1 주를 기다려야 하는 등 의료 서비스가 열악하다. MRI를 찍기 위해선 8.9 주, CT를 찍기 위해선 4.6 주, 초음파 검사를 하기 위해선 4.7 주를 기다려야 하는 등 진단기기에 대한 접근도 매우 열악하다. 게다가 캐나다 병원에 있는 이런 장비들은 대부분이 수명을 지난 노후한 것들이다. 정부가 의료를 통제하기 때문에 의사와 의료 서비스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캐나다는 원래 인구에 비해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였는데, 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의사가 너무 많다면서 의과대학 정원을 줄이는 등 공급을 줄여서 오늘날에는 선진국 중 의사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되고 말았다. 오늘날 캐나다는 사람들이 아파도 의사의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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