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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략적 비전 (2012년)
작성일 : 2013-04-25 21:47조회 : 5,065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략적 비전 (2012년, 베이직 북스, 208쪽, 26달러)

Zbigniew Brzezinski, Strategic Vision (2012, Basic Books, 208 pages, $26.00)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지정학적 고려를 강조하는 국제정치학자이다. 브레진스키는 2012년에 펴낸 이 책에서 유럽의 퇴조와 미국의 쇠퇴는 글로벌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다시 한번 심기일전(心機一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레진스키는 지정학적 안정성이 없이는 글로벌 협력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실패할 것이며, 미국은 점차 불안해지는 전세계 인구의 점증하는 욕구를 수용하면서 글로벌 협력을 위한 광범한 지정학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국제문제에 관한 원로로서 미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충고를 한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자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21세기에 접어 든 오늘날 미국은 붕괴 직전의 소련과 여러 면에서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오늘날 글로벌 파워와 경제적 동력의 중심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쇠퇴하게 되면 유럽의 정치적 자립과 국제적 영향력은 훼손되고 말 것이다.

오늘날 미국은 엄청난 국내 문제를 극복하고 또 표류하는 대외정책을 바로잡아서 국제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현재 매우 심각한 여섯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심각한 국가부채이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60%에 달한다. 115%에 달하는 일본, 100%에 달하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부채 비율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투기자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미국의 취약한 금융 시스템이다. 셋째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빈부 격차와 사회적 이동성의 결여이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상위 1% 국민이 전체 국부(國富)의 33.8%를 차지하고 있고, 하위 50%는 단지 2.5%를 차지하고 있어 선진국 중에서 부(富)의 편중이 가장 심하다. 넷째는 미국의 사회 인프라가 노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초고속 열차 노선을 5,000km나 깔았으나 미국은 초고속 열차 노선이 아예 없다. 2009년에 미국 토목학회는 미국의 인프라가 D학점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다섯째는 세계에 대해 무지한 미국의 대중들이다. 2006년에 행한 젊은 성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의하면 중동 지도를 보고서도 이들의 63%는 이라크가 어디에 있는지를 지적하기 못했고, 이란은 75%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은 88%가 지적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의 지역 신문과 방송은 월드 뉴스를 거의 싣지 않아서 오늘날 미국의 대중은 세계 문제에 대해 무지하다. 여섯째, 미국의 정치는 지나치게 당파적이고 갇혀 있어서 재정적자 삭감과 같은 필요한 조치를 택하는데 대단히 비생산적이다.

위와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인해 미국의 쇠퇴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도 아래와 같은 저력을 갖고 있다. 첫째, 아직도 미국은 세계 제1의 경제강국이며, 둘째, 경제 동력인 기술혁신에 있어서 미국은 아직 우수하며, 셋째, 유럽과 달리 미국은 인구학적 기반이 건실하며, 넷째, 미국은 위기에 처하면 국민들이 단합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다섯째, 미국은 안정적인 천연자원을 갖고 있으며, 여섯째,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급격한 실패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심각한 경제침체로 빠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인의 삶과 사회 인프라, 그리고 경쟁력이 서서히 쇠퇴하고 이로 인해 미국의 대외정책이 실패할 가능성, 그리고 미국이 국내 문제는 간신히 극복하지만 대외적 영향력을 상실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 어떠한 경우라도 미국은 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

미국의 영향력이 국제사회에서 쇠퇴하는 2025년 후에는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미국과 달리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유리하지 않다.  중국의 빠른 경제적 성장은 미국이 주도한 국제경제체제에 힘입은 것이라서 미국이 쇠퇴하면 중국의 경제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이 쇠퇴하는 경우에 매우 위험해지는 나라가 여럿이 있다. 그루지아, 벨로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예속될 것이고, 타이완은 중국의 영향력에 취약해 질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지역적 패권을 수용하거나 일본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걸프 연안국가들도 위태로워 질 것이다.

미국은 자신을 재생(revitalize)하고 서방(West)을 증진(promote)시켜야 하며, 동시에 동방(East)의 복잡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파워로 대두하는 중국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서 글로벌 무질서(chaos)를 회피해야만 한다. 미국은 자신이 국내문제를 재건할 의지가 있음을 세계에 보여 주어야 한다. 미국과 같이 군사력으로 강하고 정치적으로 영향이 있는 나라라고 할 지라도 한 나라가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아직 로마가 아니고 중국은 아직 비잔티움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자신을 재생해서 서방 세계를 증진하고 보호하고, 동방세계에서 균형자와 조정자의 역할을 한다면 글로벌 질서는 안정될 것이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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