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마이클 루이스, 부메랑 (2011년)
2013-05-19 15:03 5,079 이상돈


마이클 루이스, 부메랑 (2011, 노튼, 213쪽, 25.95달러)

Michael Lewis, Boomerang (2011, Norton, 213 pages, $25.95)

저자는 2008년 경제위기가 휩쓴 후에 아이슬란드, 그리스, 아일랜드, 독일. 그리고 캘리포니아를 방문해서 값싼 이자로 돈을 빌려 쓴 후유증과 그에 대한 각국의 대응을 중심으로 이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은 “값싼 크레디트로 흥청망청해서 부메랑을 맞았다”는 의미가 될 것인데, ‘새로운 제3세계로의 여행’이란 부제가 보다 적절해 보인다. 저자는 허황된 돈 놀음에서 깨어난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국가 전체가 이미 파산한 그리스, 다른 나라에 빌려준 돈을 못 받게 된 은행 때문에 부채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않은 독일, 그리고 공공분야 부채로 인해 부도로 향해 가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기행문 형식을 빌어 알려 주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갚을 수 없는 빚을 낼 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결국 어려운 처지에 처할 것임을 알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2002년부터 시작된 호황은 사람들이 나중에 갚을 수 없는 돈을 쉽게 빌려 쓴데 서 기인했다. 2008년 가을에 미국에서 비우량 채권(서브프라임 : subprime) 파문으로 터진 금융위기는 각국 정부의 개입으로 안정된 것 처럼 보이지만 위기는 절대로 종식되지 않았고 단지 유예되었을 뿐이다. 2002년에 84 조 달러 수준이던 전세계에서의 부채 총액은 2008년에 195조 달러로 증가했다. 인류는 이런 거액의 부채를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국가 부도 도미노가 시작되면 오히려 경제규모가 큰 일본과 프랑스가 더 위험하다고 보기도 한다.

아이슬란드

2008년 10월 6일, 아이슬란드는 거품이 터지고 말았다. 교육수준과 인간개발지수가 가장 높은 인구 30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선진국 아이슬란드는 국민전체가 합심해서 세계 금융역사상 가장 미친 짓을 하고 말았다. 2003년 아이슬란드의 3개 대형은행의 총 자산은 이 나라의 국민총생산량에 비슷한 몇 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3년 반 만에 이들 은행의 총자산은 1,400 억 달러로 증가했다. 2003년~2007년 동안 미국 증시가 평균 두 배 오를 동안에 아이슬란드 증시는 9배 올랐다. 그 기간 동안 레이캬비크의 집값은 3배 올랐고 아이슬란드 평균 가구의 소득도 3배가 올랐다. 별로 할 일도 없는 추운 나라의 국민들이 별안간 금융에 몰두하면서 돈에 관한 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사람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려 오면서 가공적으로 올라간 결과로 불과 몇 년 만에 아이슬란드의 총부채는 국민총생산량의 850%가 되었다.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미국의 그것은 350%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생선을 잡아 수출하면서 살아 온 작은 나라 국민들이 빚 놀음을 하다가 이런 일을 낸 것이다.

2008년 초부터 미국과 영국의 자금운영자들은 아이슬란드가 위험하다고 보았지만 정작 아이슬란드의 세 개 대형은행은 무감각했다. 그 해 10월, 아이슬란드의 크로나화(貨)는 추락했고, 일본 엔화(貨)와 스위스 프랑화(貨)로 외국에서 차입해 온 아이슬란드 은행들이 갚아야 할 돈은 순식간에 3배로 증가했다. 거품 경제를 믿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과 고급 승용차를 산 사람들은 은행과 함께 파산하게 됐다. 연료와 생선 외에는 모든 것을 수입해야 하는 아이슬란드에게 있어 이는 완벽한 파산을 의미했는데, 그 핵심에는 데이비드 오드손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1980년대에 밀튼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경제이론에 심취한 그는 총리가 된 후에 세금을 낮추고 모든 것을 민영화해서 거품 경제의 길을 열어 주었다. 국제금융에 경험이 없는 아이슬란드의 은행가들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서 내국인에게 다시 빌려 주는 일로서 덩치를 키웠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서로간에 모든 것을 비싸게 거래하면서 부자가 된 듯이 행동했다. 위기가 닥쳐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세력은 그런 위험을 경고하기 보다는 그 상황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했고, 결국 아이슬란드의 은행은 모두 파산했다. 총리와 재무장관, 그리고 중앙은행장에 이르는 사람들이 금융에 워낙 문외한이다 보니 수습책을 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

인구 1,100만 명의 그리스도 2002년~2007년 간 값싼 크레디트의 희생양이 되었다. 2008년에 신용평가기관들은 그리스의 채권을 정크 본드 수준으로 절하했고, 그리스는 더 이상 외국에서 돈을 빌려올 수 없게 됐다. 독일이 중심이 되어서 긴급하게 1,450 억 유로를 구제금융으로 빌려줬지만 그리스 전체의 부채 1조 2,000 억 유로에 비한다면 1,450 억 유로는 사소한 것이었다. 독일은 그리스가 지중해의 섬과 유적(遺蹟)을 팔아서라도 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스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국민들이 돈을 마구 빌렸기 때문은 아니다. 그리스 은행들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서 정부에 빌려 주었는데 정부가 파산하자 자신들도 함께 파산한 것이다. 유로권 가입으로 유로화 차입이 자유로워 지자 은행은 독일 등에서 차입해서 정부에 빌려 주었고 정부는 돈이 들어 오는 대로 다 써 버려서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러면 그리스 정부는 도무지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는가 ?

그리스에서 공무원은 비슷한 민간분야 직장인들보다 임금을 3배나 받고 있다. 그리스 국철(國鐵)은 연간 수입이 1억 유로인데 매년 지출하는 경비가 7억 유로이다. 7억 유로 중 인건비가 4억 유로이고 다른 경비가 3억 유로이다. 그런 국철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무려 65,000 유로이다. 그리스의 공교육은 부실하기로 유명한데, 그럼에도 유럽에서 교사가 제일 많은 핀란드 보다 교사 숫자가 네 배나 된다. 그리스에는 3개의 방위산업 공기업이 있는데, 이들의 부채만도 수십억 유로에 달한다. 그리스 공무원의 은퇴연령은 남자는 55세, 여자는 50세이고 그 나이만 되면 평생토록 연금을 받으면서 살 수 있다. 그리스는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그리스는 국민 1인당 의료 자재를 다른 나라의 몇 배를 쓰고 있다. 의사, 간호사, 병원직원들이 의료 자재를 자기 것처럼 공공연하게 착복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조세 행정은 와해되어 있다. 그리스는 농업과 자영업이 많아서 세금을 걷기가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조세당국은 세금을 걷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조세포탈을 기소하면 그리스의 모든 의사와 자영업자들이 감옥을 갈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그리스 법원은 세금 소송을 워낙 천천히 다루어서 한 건 소송이 15년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의 부동산 가치 등 세금부과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허위로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그리스의 이자율은 독일 보다 10% 높았다. 그리스 사람들은 빚을 제대로 갚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는 소비자 금융이나 부동산 모기지가 없었고 신용카드도 없었다. 그런데 2001년에 유럽화폐연합에 가입하자 별안간 그리스화(貨)를 버리고 유로화를 사용하게 됐다. 유로권에 가입하면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줄여야 했는데 그리스 정부는 회계 조작을 통해 이 기준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리스 사람들은 독일인들과 같이 5%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유로권 편입 전에 그리스인들은 은행에서 18%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외부의 금융기관은 그리스가 유럽연합 회원국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었지만 이들은 그리스 내부 사정을 전혀 몰랐으며 그리스 자체는 경고 기능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리스에 사회당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들이라고 해도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그리스 정부가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4,000억 유로 부채를 갚지 못하면 그리스 정부에 돈을 빌려준 유럽 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며, 그러면 스페인과 폴투갈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다른 나라도 동반 파산할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2010년 들어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이루어지고 그리스 정부는 연금을 축소하는 등 구조개선에 나서자 거리에선 폭동이 일어났다. 오늘날 상황에서 그리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그리스와 국경을 대고 있는 불가리아는 그리스 보다 세금이 더 낮고, 루마니아는 그리스 보다 임금이 훨씬 싸서 그리스는 원천적으로 경쟁력이 없다. 그리스에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자원도 없다.

아일랜드

아일랜드의 위기는 아이슬란드의 경우와 비슷하다. 2008년에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Anglo Irish Bank)는 자신들이 340 억 유로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 은행은 대출금의 절반 이상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가 대주주인 오래 된 두 개 은행도 부도 위기에 처해 있음이 밝혀졌다. 소비자 금융과 부동산 대출로 버텨오던 금융권이 집값 폭락으로 함께 파열하자 작은 나라 아일랜드 전체가 부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갑자기 실업률이 두 자리 숫자가 되었고, 재정적자는 국민총생산량의 32%에 달하였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또 다시 외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나가고 있다.

1980년대에 아일랜드는 무역장벽을 없애고 법인세를 낮추고 공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자 많은 외국기업들이 조세 회피처로서 아일랜드를 이용했다. 아일랜드에는 갑자기 돈이 풀려서 건축 붐이 일었고, 폴란드 등지에서 외국인 이민자들이 아일랜드에 몰려들었다. 1994년 이후 더블린의 주택가격은 500%가 올랐다. 하지만 더블린에서 주택을 임대하는 비용은 집값에 비해서 너무 쌌다. 집값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음이 분명했다. 유로권 편입과 더불어 아일랜드 은행들은 외국에서 돈을 차입해서 부동산 대출을 해주어서 거품을 키운 것이다.

2008년 9월 29일, 앵글로 아이리시 등 3대 은행의 주가가 하루 만에 1/5로 급락했다. 이어서 예치금 인출 러시가 이루어지자 아일랜드 정부는 정부가 6대 은행 예금을 보장한다고 나섰다. 폰지 스킴(Ponzi scheme)이 드러나는 순간이었고, 이로서 아일랜드 정부 자체가 완벽하게 파산하고 말았다.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을 세운 숀 피츠제랄드는 오늘날 아일랜드를 파괴한 장본인으로 지목되는데, 사실 그가 운영한 은행의 기법은 누가 보아도 수상한 점이 많았다. 그 은행은 단지 6개 지점만 있었고 ATM도 없었는데, 부동산 대출만 했다. 2009년 1월, 아일랜드 정부는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을 국유화하고 340억 유로 부채를 떠안았으며, 2009년 말에 국가자산관리국을 만들어서 부실채권을 관리하도록 했다. 폴란드 등지에서 아일랜드에 일자리를 얻어 머물던 사람들은 그들이 타던 자동차를 공항 주차장에 버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는데, 이들이 버린 자동차도 아일랜드 은행이 대출해 준 돈으로 구매한 것이다. 오늘날 아일랜드는 외국 은행이 빌려 준 돈으로 근근이 버티어 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2011년 8월, 국제신용평가기구들은 미국의 신용도를 하향조정했다. 그러자 미국의 국채 이자율은 2.04%로 낮아 졌다. 신용평가기구가 미국의 위험도를 경고했음에도 미국은 보다 싸게 돈을 빌려 올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실제로 돈을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아직은 현실적이지 않다. 반면에 미국의 주 정부와 지방정부는 부도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주 정부와 지방정부는 총체적으로 매년 약 5,000 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연금을 계산하면 1조 5000 억 달러가 더 부족하다.

오늘날 미국의 주 정부와 지방정부는 날로 늘어나는 부채 때문에 중요한 서비스를 긴축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데,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오늘날 캘리포니아 주민의 평균 연 소득은 43,000 달러인데, 캘리포니아 주민 1인당 부채는 78,000 달러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스워제네거는 임기 중 몇 가지 개혁조치를 취했지만 캘리포니아 주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주 정부가 연금 수급자들에 대해 지급해야 하는 총액과 주 정부가 실제로 확보하고 있는 돈의 차이는 1,05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워제네거 지사의 개혁에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재정집행은 방만하기 이를 데 없다. 2010년에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교도소 경비원 30,000명 등 교도소 직원 인건비로 60억 달러를 지출했다. 교도소 경비원은 45세에 일을 시작해서 50세에 은퇴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의 연금은 재직기간 동안에 받았던 급여와 거의 같다. 캘리포니아 주 교도소 직원 중 가장 봉급이 높은 사람은 가석방 심사를 하는 수석 심리학자인데 2010년에 그의 급여는 838,706 달러에 달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전체 학생 670,000명에 달하는 주립대학 시스템에 47억 달러를 지출했다. 오늘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예산에서 주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1%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2011년 주립대학 등록금은 13,218 달러로 인상되었다. 재정이 궁핍해서 교도소 시설을 확충할 수 없게 되자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 주의 교도소가 과밀해서 재소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고, 캘리포니아 주는 재소자를 석방하는 수 밖에 없었다. 

테크노 밸리로 알려 진 캘리포니아 주 세너제이(San Jose) 시도 재정위기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세너제이 시 예산의 75%는 경찰관과 소방대원의 인건비로 소요된다. 역대 시장이 경찰관 노조와 소방대원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임금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현재 시장은 시청 직원 숫자를 감축하고 임금을 10% 삭감하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위치한 발레호(Vallejo) 시는 2008년에 파산했다. 시 전체 예산의 80%를 경찰관과 소방대원의 급여에 지출하던 시 정부는 빚을 끌어다 썼고 결국 그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서 부도가 난 것이다. 2006년에 대비해서 발레호 시의 집 값은 66%나 떨어졌다. 오늘날 이 작은 도시의 시청은 황량한 빈집이 되고 말았고 거리는 한산해서 을씨년스럽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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