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월터 라퀘, 유럽의 마지막 날들 (2007년)
2013-07-20 12:22 2,672 이상돈


월터 라퀘, 유럽의 마지막 날들 (세인트 마틴, 2007년, 247쪽, 14.95 달러)

Walter Laqueur, The Last Days of Europe (St. Martin’s, 2007, pbk, 247 pages, $ 14.95)

이 책의 저자 월터 라퀘는 1921년에 지금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유태인은 그는 17세 때인 1938년 영국령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 나가서 나치 수용소에서 죽은 그의 부모와 달리 홀로코스트를 피할 수 있었다. 히브리 대학을 1년 다니다가 키부츠에서 농업노동을 한 그는 23살 때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55년에 영국으로 옮긴 그는 <현대사 저널>이란 역사평론집을 창간해서 편집을 하면서 역사에 관한 많은 글을 썼다. 1957년에 미국으로 옮긴 그는 존스 홉킨스, 브랜다이스 등 여러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하면서 유럽과 중동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냈다. 2007년에 나온 이 책은 유럽 문명이 사실상 멸망단계에 들어갔다고 선언해서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책이 나온 후 몇 년이 흘러간 지금 읽어보면 저자의 판단이 맞아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유럽이 줄어 들고 있어 ‘슈퍼 파워’는커녕 이제는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및 러시아는 2050년까지 지금에 비해 인구가 각각 43%, 34%, 그리고 22%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20% 내외로 감소할 것이다. 이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에선 60세 이상 인구가 20세 이하 인구 보다 많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선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을 강화하자 잠시 출산율이 늘다가 도로 감소해 버렸다.

유럽계 주민은 줄어 들고 있지만 무슬림 주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프랑스에는 무슬림이 550만 명, 독일은 360만 명, 영국은 160만 명, 네델란드는 100만 명, 이탈리아는 90만 명, 스페인은 100만 명에 달한다. 무슬림 주민은 1980년대 이후 급증했는데, 불법체류자들을 포함하면 실제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슬림 이주자들은 2대 3대를 가더라도 그들이 거주하는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그들만의 집단주거지에서 자신들끼리만 살아가고 있다. 무슬림 청년들의 실업률은 유럽 모든 나라에서 심각하다. 중등교육을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이 높아서 자연히 취업률이 낮고, 이로 인해 할 일이 없는 무슬림 청년들 사이에 갱 문화가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오늘날 유럽 도시의 무슬림 거주지역은 마약과 성범죄가 성행하고 있고 유럽의 밤거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프랑스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의 50% 이상이 무슬림이다.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한 정치적 망명을 너그럽게 허용하고, 또한 값싼 노동인력을 도입하는 등 1970년대 들어서 유럽 국가들은 좋은 의도에서 무슬림 이주민들을 받아들였고, 이들에게도 교육, 의료, 복지 등 많은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무슬림들은 다산(多産)을 하다 보니 이런 사태에 이른 것이다. 이제 무슬림은 정치인들이 존중해야 하는 유권자 그룹이 되었고, 멀지 않아 유럽 곳곳에서 무슬림 시장이 통치하는 지역이 속출할 것이다. 과격한 무슬림 집단마저 옹호해서 물의를 일으켰던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의 경우가 무슬림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준다.

2004년 3월에 있었던 마드리드 철도 테러는 과격한 모로코 출신 무슬림 그룹이 저지른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선 알제리아 출신들이, 그리고 독일에는 아랍계 무슬림들이 중심이 된 자생적인 집단이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9-11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와 관련이 없으면서도 이들을 모방한 자생적 테러 집단이 자라나고 있다. 9-11 테러에선 함부르크에서 공부를 하다가 소외감을 느껴 빈 라덴을 찾아간 무슬림 청년들의 역할이 컸다. 프랑스가 그나마 테러 집단에 대항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을 뿐이며 대부분 유럽국가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한동안 유럽인들은 통합된 유럽이 보다 강해진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날 유럽통합에 대해 회의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2005년에 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럽인 중 단지 48%만이 유럽연합 회원국이 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경우는 그 비율이 28%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군사적 능력도 갈수록 쇠퇴하고 있어서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유럽은 아무런 군사조치도 할 수 없게 됐다.

19세기 말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시작한 사회보험과 공적 의료보험 제도는 2차 대전 후 영국 정부가 베버리지 위원회의 권고를 따라 복지개혁을 함으로써  전 유럽에 확산됐다. 그래서 한동안 미국 학자들도 유럽의 사회복지 모델을 부러워했다. 오늘날 유럽 국가의 사회복지 지출은 그 나라 GDP의 20~30%에 달한다. 오늘날 유럽인들은 주 35시간 근무와 연 5~6주 유급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이런 생활은 미국인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갈수록 오래 살고 또한 노인에 대한 의료비용이 급격히 증가해서 유럽형 복지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는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연금 지급을 줄이려고 하지만 그 때마다 심각한 반대가 일어나서 개혁을 하고자 하는 정권을 위협했다. 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급격히 좋아지지 않는 한 지금 같은 복지 모델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유럽의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유럽국가 중 독일은 제조업이 살아있어서 수출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 국토가 마치 박물관이 되어 버린 형상이다. 1970년대에 영국은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지만 마가릿 대처의 개혁으로 활력을 되찾았다. 오늘날 영국은 낮은 저축률과 높은 개인 부채, 그리고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유럽연합 가입 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스페인도 영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오늘날 유럽 국가들은 서로간 연계가 되어 있어 다른 나라의 몰락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되어 있다. 문제는 유럽의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데 있다. 결국 유럽은 서서히 가라앉느냐, 또는 급격하게 추락하느냐 하는 선택만이 남아 있다. 오늘날 유럽을 먹여 살리는 산업은 관광이다. 유럽 밖에서 유럽을 보러 오는 관광객은 유럽에 있어 가장 큰 수입원이다. 유럽의 미래는 거대한 박물관일 뿐이다.
( c  )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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