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나쁜 아이디어가 미친 부담 (헤더 맥도날드, 2000년)
2008-02-21 00:39 1,362 관리자

진보 정책은 보기에만 좋은 레몬

  헤더 맥도날드, 나쁜 아이디어가 미친 부담 (이반 디 출판사, 2000, 26달러)
  Heather Mac Donald, The Burden of Bad Ideas - How Modern Intellectuals Misshape Our Society (Ivan R. Dee Publisher, 2000)

예일과 켐브리지를 거쳐 스탠포드 로스쿨을 나온 헤더 맥도날드는 한때 미국 환경보호처와 환경단체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에 대해 심각한 환멸과 회의를 느끼고 뉴욕에 위치한 보수적 싱크탱크인 맨해튼 연구소(The Manhattan Institute)에 직장을 얻어 뉴욕 시에 정착했다. 맨해튼 연구소가 발간하는 ‘시티 저널(The City Journal)’에 도시, 교육 문제 등에 관한 글을 기고해서 명성을 얻은 그녀는 폭스 뉴스 등 방송에 자주 출연해서 다양한 이슈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대변해 오고 있다.
2000년에 발간된 이 책(원제 : The Burden of Bad Ideas)은 1990년대 후반기에 저자가 ‘시티 저널’에 발표한 글을 모은 것이다. 잘못된 아이디어는 후유증이 크다는 것을 12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책표지의 큼지막한 레몬이 “진보주의 생각은 보기에는 좋지만 먹어 보면 시큼한 레몬 같다”는 이 책의 주된 논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책에 대한 미국 주요 신문의 서평도 흥미롭다. 보수성향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서평을 내보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지하면서도 약간의 유보를 달았다. 하지만 진보적인 뉴욕 타임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저자의 신변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서평을 내보냈다. 그만큼 이 책은 진보주의의 아픈 곳을 정면으로 찌른 것이다. 책에 실린 12개의 글 중 몇 편만 소개하기로 한다.

더 나쁜 세상을 만든 수십 억 달러

미국에는 카네기, 포드, 록펠러 등 당대의 거부들이 돈을 주체할 수 없어 세운 재단법인과 대학이 많다. 카네기 재단, 포드 재단. 록펠러 재단과 카네기-멜론 대학, 시카고 대학이 그런 예이다. 그런데 이들 재단들은 이상한 사회주의 실험을 도입해서 미국 사회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 1938년에 카네기 재단의 후원으로 스웨덴의 경제학자 군나르 미르달은 ‘미국의 딜레마(The American Dilemma)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수인종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할 것을 주장한 이 보고서는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정책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런 ‘퍼주기’식 복지정책이 완전한 실패로 끝났음은 이제 분명하다. 포드 재단과 록펠러 재단이 후원한 빈곤과의 전쟁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들 재단의 기본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재단에서 실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급진적 인사들이다 보니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로 재산을 모은 사람들이 세운 재단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형편이다. 근래에 이 재단들은 동성애 관련 과목을 개발하는 대학에 많은 돈을 퍼부었다. 대학에 동성애에 관한 학과목이 탄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수십 억 달러를 쏟아 부어 세상을 보다 나쁘게 만든 셈이다.

로스쿨에서 가르치는 ‘쓰레기 과목’

미국 로스쿨에는 ‘비판적 인종이론’ ‘페미니스트 법학’ 등 이상한 과목이 많이 있다. 흑인 교수가 가르치는 ‘비판적 인종이론’은 모든 법 제도를 백인에 의한 지배로 해석하고 있고 여성 교수가 가르치는 ‘페미니스트 법학’은 법이 남성지배의 수단이라는 독트린을 학생들에게 주입한다.
이런 과목은 2차 대전 후 소멸하다시피 한 ‘법현실주의 운동’에 유럽의 포스트 모던 비판이론을 가미한 ‘비판법학 운동(Critical Legal Studies)’의 분파이다. 법의 해석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무시하는 이들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법에서 권리개념을 없애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강의와 논문 작성에서 1인칭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이라는 황당한 짓을 하고 있다. 이런 교과목은 대부분의 성실한 학생들로부터 외면되고 있지만 흑인단체와 급진적 여권단체의 압력 때문에 대학당국은 이런 교과목을 강화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가르칠 줄 모르는 선생님

미국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실력은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이는 지난 80년간 교사를 양성하는 미국의 교육기관들이 지식을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사범대학 교수들이 학생들 스스로가 토론을 통해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이상한 교육이론을 개발해서 미래의 교사들에 주입시켰고, 교사들은 이를 ‘학생 중심 교육’이란 미명으로 현장에서 실천했다. 이들은 공동체적 사고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브레인스토밍’이란 이름의 집단적 학습을 통해 이른바 진보적 가치를 주입시키고 있다. 포스트 구조주의에 물든 교수들은 지식은 항상 정치적이라는 전제하에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하는 교육의 기본의무를 팽개쳐 버렸다. 
오늘날 미국 대학 학부에서 교육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대입수능 평균 성적은 다른 어느 전공보다 낮다. 뉴욕 시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중에는 초보적 영어 스펠링도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학과는 워낙 가르치는 게 없어 교과목을 이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뉴욕 주(州)의 교사 자격시험은 교사 자격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에는 아주 훌륭한 교육을 하는 학교가 있는데 퀸스 지역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홀리 마운튼 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공부하는 이 학교에선 오직 영어만 사용하도록 하고 강도 높은 교육을 하고 있어 이른바 ‘진보 교육’의 원칙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이 학교의 모든 학생은 영어를 잘 쓰고 읽으며 수학도 잘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는 또 하나의 ‘베트남’
 
1968년에 푸에르토 리코에서 보스턴으로 건너 온 유엘라 리베라 일가 84명은 1년간 75만 달러나 되는 사회보장 혜택을 받았다. 그녀의 가족이 받은 사회보장 돈의 대부분은 장애인 보조금이었다. 그런데 그 장애라는 것이 신경증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빈곤자들에게 지급되는 장애보조금은 연방정부의 사회보장 예산 중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회복지는 아무런 효과도 없이 돈만 퍼부은 베트남 전쟁을 연상시킨다. 
사회보장 수입의 30%는 정신 질환자에 대해 지급되었는데 그중 많은 부분이 알코올 중독과 마약으로 인한 것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소득세를 납부하는 성실한 미국 시민들은 알코올과 마약으로 정신이 이상해져서 일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신체장애인에 대하여 지급되는 보조금도 그들이 재활하도록 하는데 거의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다. 또한 사회보장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이 일을 하도록 하는 동기를 박탈하는 측면이 있다. 의회는 1996년에 비로소 장애인 보조금 지급 요건을 강화해서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장애에 대해서는 사회보장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했다. 
 

     

게일 쉬슬러, 조국과 해병대를 위하여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