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월터 올슨, 변호사의 지배 (2003)
2008-02-23 17:26 1,448 관리자

집단소송 폐해, 심각하다

  월터 올슨, 변호사의 지배 (2003, 세인트 마틴 출판사, $25.95)
      Walter K. Olson, The Rule of Lawyers, St. Martins  Press, $25.95

뉴욕에 위치한 맨해튼 연구소(The Manhattan Institute)의 월터 올슨(Walter Olson)은 1991년에 ‘소송 폭발(The Litigation Explosion)’이란 책을 펴내서 미국 사회가 소송 남발로 병들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소송 남용은 더 해갔다. 특히 담배 소송 같은 집단소송이 자주 제기됐으며, 이런 소송의 결과로 천문학적 배상판결이 나와 뉴스를 장식하곤 했다.
올슨은 2003년 초에 펴낸 이 책에서 미국의 변호사들이 이제는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은 ‘법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변호사가 지배하는 사회’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올슨은 특히 집단소송의 폐단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에선 1970년대부터 석면, 여성용 피임기구 등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제조물 책임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1966년에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변호사들은 특정 집단 전체를 대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변호사들은 동일한 사건을 한꺼번에 수임하는 것이 소송경제상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거액을 투자해서 대규모 소송을 다루게 됐는데, 담배소송이야말로 초대형 소송의 대표적 경우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담배의 포장에는 큼직하게 ‘담배가 해롭다’는 경고문이 써있다. 그럼에도 담배를 수십 년 간 피웠지만 자기는 그런 경고문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희한한 폐암 환자들을 대리한 변호사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담배회사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겼다느니 하면서 엄청난 액수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담배의 악영향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비흡연자들은 각종 노인병으로 오랫동안 앓다가 사망하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낸 세금이 비흡연자의 건강비용에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몇몇 주(州)정부가 이에 가세했고, 클린턴 행정부의 법무부가 역시 이에 개입했다. 1998년에 담배회사들이 2,460억 달러를 보상하도록 하는 협정이 체결됐는데, 이 소송에 간여한 로펌들은 그 대가로 30억 달러에서 2억 달러에 달하는 성공보수를 각각 챙겼다.
집단소송은 개별적 청구액은 작더라도 원고가 많아서 전체 소송가액이 크다는 점에 착안한 변호사들은 컴퓨터 회사, 생명보험회사, 가스전기회사, 자동차 회사 등을 상대로 닥치는 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에 지친 기업들은 문제를 법정 밖에서 타결하기 위해 거액의 성공보수를 변호사들에게 건넸다. 실리콘 유방성형 수술 사건은 집단소송이 어떻게 남용되고 있나를 잘 보여준다. 미국 학술원, 하버드 의대, 미국 국립암센터 등은 최근에 실리콘 성형수술은 결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섣부른 연구결과와 이를 선정적으로 보도한 뉴스에 근거해서 변호사들은 실리콘 제조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이런 소송 공세에 휘말린 다우 코닝은 파산하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얻은 배상금은 1인 당 수천 달러에 불과해서 변호사들만 큰 돈을 번 셈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이 공연히 실리콘 유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서 멀쩡한 가슴을 망쳐버렸다.
집단소송으로 거액을 거머쥔 변호사들은 휴양지의 고급별장을 사들이고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의 극치를 누리고 있다.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한 이들은 세금을 줄일 겸해서 로스쿨에 건물을 지어 기증하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악덕 변호사들의 초상이 로스쿨 교실에 붙어 있게 된다.
              석면, 실리콘 유방, 담배 등으로 거액을 거머쥔 변호사들은 비만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맥도날드 등 패스트 푸드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패스트 푸드 회사가 비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미국 전체 인구의 몇 분이 일이나 되는 비만환자들과 비만과 결부된 질병으로 사망한 수많은 사람들의 유가족이 집단소송의 원고가 될 판이다. 또한 총기제조업자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제기하더니 이제는 도박업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변호사도 생겨났다. 이들 업체는 정부의 허가를 얻은 정상적인 기업이며 총기를 사고 도박을 하는 사람은 자기 의사에 의하여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은 이들 기업이 음모를 꾸몄다고 둘러대는 것이다. 이제는 미국 흑인들이 과거에 그들의 조상이 노예로서 부당한 착취를 당했다는 이유로 흑인들 전체를 원고로 해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집단소송은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다.
  변호사에게 억만금을 안겨준 집단소송 판결은 대부분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주(州) 법원에서 나온다. 변호사들이 자신들에 유리한 판결을 안겨줄 법원을 찾아 소송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골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언론의 감시도 피할 수 있다. 주위에 기업이라곤 없는 시골 마을의 배심원들은 기업을 사악한 존재로 몰아가는 변호사들의 술수에 쉽게 넘어 간다. 또한 이런 법원의 판사는 변호사들의 영향력에 놀아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온 배심원들이 몇 십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집단소송의 메카가 된 법원이 위치한 시골마을은 변호사들이 북적거리는 붐 타운이 되어 버렸다. 
집단소송으로 큰 돈을 번 변호사들은 정치헌금에 있어 큰 손이기도 하다. 이들은 미국 재판변호사 협회(American Trial Lawyers  Association)란 이익단체를 결성해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민주당 의원과 지방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 이들은 불법행위법이나 집단소송법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에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소송개혁을 공언한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후원했다. 이들이 낸 정치자금은 민주당 선거자금 기부자 중 최고수준에 해당한다. 이것은 곧 변호사들이 미국의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변호사들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집단소송 변호사들을 ‘19세기 갱단’에 비유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변호사에 의한, 변호사를 위한 정부’의 지배에 들어갔다고 비난했다. 의회에서도 소송제도 개혁논의가 일고 있다. 저자는 미국사회가 변호사에게 지나치게 큰 권한을 주고도 이들을 통제하지 못해 ‘변호사의 지배’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대단한 호평을 받은 이 책의 목차만 읽어도 집단소송이 사회정의를 보장하고 경제질서를 바로 잡는다느니 어쩌니 하는 우리나라의 일단의 변호사들이나 시민단체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을 알게 될 것이다.

게일 쉬슬러, 조국과 해병대를 위하여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