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에드워드 루카스, 신냉전 : 푸틴의 러시아 (2008)
2008-08-22 08:24 1,745 관리자


에드워드 루카스, 新冷戰 (팰그레이브 맥밀란, 2008년, 26.95달러, 260쪽)

Edward Lucas, The New Cold War (Palgrave Macmillan, 2008)

소련이 붕괴한 후 서방은 러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러시아가 다시 서방을 위협하고 있어 ‘新冷戰(신냉전 : New Cold War)’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新冷戰’은 과거의 냉전과는 성격과 양상이 다르지만,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위협한다는 면은 다를 것이 없다. 이코노미트誌(지) 동유럽 특파원과 모스코바 지국장을 지낸 에드워드 루카스는 이 책에서 푸틴의 러시아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서방이 ‘新冷戰’에서 러시아에게 패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푸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러시아의 여성 언론인이 2006년 10월 모스코바의 집 앞에서 총을 맞고 죽은 사건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 해 11월에는 러시아 FSB(비밀정보부 : KGB의 後身) 간부였다가 영국으로 망명한 리트비넹코가 희귀한 방사성 물질인 폴로니움에 중독되어 사망했다. 저자는 이것이 모두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고 본다.

저자는 체첸 전쟁을 유발한 1999년 모스코바 폭탄 테러도 크렘린의 自作劇(자작극)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체첸 전쟁은 엘친의 후임으로 대통령이 된 푸틴이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되는 계기였다. 체첸 전쟁이 푸틴의 ‘음모’라고 주장하던 기자들은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저자는 체첸 게릴라들은 인질극을 벌여서 돈을 요구하는 정도였다면서, 대규모 폭탄 테러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것은 체첸 게릴라들의 능력을 벗어난다고 본다.

체첸 전쟁을 통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 인정받는데 성공한 푸틴은 엘친 시절에 민영화됐던 대기업들을 다시 국유화했다. 푸틴의 국유화 정책은  정부에 협력하지 않으면 재산을 몰수하고 투옥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푸틴을 거역한 유코스 석유회사의 미하엘 호도르코프스키는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방의 투자자들을 믿고 푸틴에 저항하다가 큰 대가를 치른 것이다. 러시아의 법원은 권력에 예속돼 있어 재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엘친 시대의 혼란과 경제적 고통을 경험한 절대다수의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의 독재를 받아들이고 있다. 油價(유가) 인상으로 러시아 경제는 대단히 윤택해 졌고, 러시아 정부는 큰 부자가 됐다.

동유럽 국가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또다시 러시아에 예속돼 버렸다. 가스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제국주의’에 복종하는 수 밖에 없었다.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는 100%, 폴란드, 체코 등은 60%를 넘는다. 핀란드는 가스 공급을 러시아에 100% 의존하고 있으며, 그리스와 오스트리아는 80%를, 독일 이태리 프랑스는 각각 40%, 32%, 23%를 의존하고 있다. 전유럽이 러시아의 가스에 포로가 돼 있는 형상이다.

터키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계획은 러시아의 반대공작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자원탐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동안 쇠퇴했던 러시아의 무기산업은 다시 활기를 띄고 있으며, 중국, 베네주엘라 등이 러시아의 미사일과 전투기 등 각종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실패하고 있을 때 푸틴은 자원을 무기로 영향력을 증대시킨 것이다. 독일 프랑스 등에 팽배한 反美(반미)주의도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07년 9월 푸틴은 “유럽은 어리석은 대서양 동맹에서 벗어나서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유럽의 지도자나 언론은 없었다.

오늘날 러시아는 비밀경찰과 관제언론, 그리고 천연자원에 의해 유지되는 자본주의 독재체제다. 러시아를 지배하는 가치는 ‘자유’가 아니라 강력한 정부에 의해 유지되는 ‘경제적 안정’이다. 저자는 러시아가 시작한 ‘新冷戰’을 현실로 인정해야 하며, 서방은 러시아의 내정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러시아를 무시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러면서 저자는 서방에서 푸틴의 러시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찾아 보기 어렵게 된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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