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로버트 쿠퍼, 국가들의 분열 (2003년)
2009-02-16 01:07 1,433 이상돈



로버트 쿠퍼, 국가들의 분열 (2003년, 애틀랜틱 먼슬리 프레스, 180쪽)

 Robert Cooper, The Breaking of Nations
(2003, Atlantic Monthly Press, NY, $18.96)

로버트 쿠퍼는 옥스포드를 졸업한 영국의 외교관으로 2002년부터는 유럽연합 이사회 사무국에서 대외×정치군사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쿠퍼는 1996년에 데모스지(誌)에 발표한 ‘포스트 모던 국가와 세계 질서’라는 논문으로 유명해 졌다.  2003년에 나온 이 책의 1부는 이 논문을 보완한 것이고, 2부는 9-11 테러 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보완한 것이다. 3부는 자신을 비판한 로버트 케이건에 대한 반론이다. 쿠퍼의 ‘포스트 모던 국가’ 이론은 많은 논쟁을 일으켰고, 특히 미국의 보수 이론가 로버트 케이건은 ‘천국과 힘’(‘Paradise and Power’)에서 쿠퍼를 반박했는데, 케이건의 이 책은 대서양 양쪽에서 큰 논쟁을 야기했다.

쿠퍼는 1889년이 유럽에 있어서는 냉전 종식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유럽에 있어서는 냉전(冷戰) 종식과 더불어 3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제국을 향한 충동에 기초를 둔 정치체제가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냉전 후에 세계는 다음과 같이 세 개의 세계로 분열되어 있다고 쿠퍼는 말한다. 첫째는 ‘프리 모던 세계’(pre-modern world)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리베리아 등이 이에 속한다. 러시아 연방의 체첸, 중남미의 마약 생산지역, 미얀마르 북부 등 많은 지역이 프리 모던 세계로 퇴행하고 있다. 둘째는 ‘모던 세계’(modern world)인데, 여기서 말하는 ‘모던’이란 국가 주권과 대외관계와 국내통치가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 근대적 국가를 의미한다. 중국과 인도는 이에 속한다. 셋째는 ‘포스트 모던 세계’(post-modern world)인데, 근대국가 시스템이 발전적으로 붕괴하고 생겨난 체제다. ‘포스트 모던 세계’에선 국경의 의미가 쇠퇴하고, 이런 국가들은 정복을 하거나 전쟁을 하는데 관심이 없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명백히 포스트 모던 국가들이다. 일본도 기본적으로는 포스트 모던 국가이지만 중국의 태도에 따라서는 국방 모더니즘으로 변모할 여지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디에 속하는가 ? 쿠퍼는 미국이야말로 독자적인 글로벌 전략을 갖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에 반응하고 미국을 두려워하고 미국의 보호 아래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려고 해도 그런 시도는 결코 평화롭지 않을 것이며, 미국 자체도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쿠퍼는 지적한다.

포스트 모던 국가들은 포스트 산업화 단계의 서비스 경제를 주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은 포스트 모던 세계에 속한다. 하지만 미국은 글로벌 파워이고, 국가주의(nationalism)를 탈피한 유럽과 달리 미국은 국가주의 색채를 많이 띄고 있다고 쿠퍼는 말한다. 쿠퍼는 포스트 모던한 서유럽은 자신들의 정치적 문화를 전파하고 개방성과 초국가적 협력을 통해 안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반면에 헤게모니를 통해 안보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접근방법은 아무리 강한 미국이라 할지라도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9-11 테러가 발생하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자 영국은 어떠한 대외정책을 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책의 2부는 이에 관한 것이다. 쿠퍼는 21세기의 세계를 위협하는 위험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이지만 이에 대해 세력균형과 헤게모니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쿠퍼는 변화된 시대에 영국의 대외정책이 고려해야 할 격언이 다섯 개가 있다고 했다. 첫째, 외국인은 우리와 다르며, 둘째, 대외정책도 결국은 국내정치에 의해 좌우되며, 셋째, 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우며, 넷째, 대외정책이 항상 이익을 두고 결정되는 것도 아니며, 다섯째, 문제 해결이 어려우면 문제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쿠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상호간에 이익을 조정할 수 있는 ‘세계 공동체’(‘world community’)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공동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기술발전으로 인해 ‘정글의 법칙’에 호소하면 그 결과는 참혹해 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군사력 사용은 그것이 보다 질서 있고 정당한 세계를 가져 올 수 있는 경우에만 정당화된다고 결론 내린다.

책의 3부는 로버트 케이건의 ‘천국과 힘’에 대한 반론이다. 쿠퍼는 미국은 “미국에 좋은 것은 세계에도 좋다”는 명제는 미국의 행동원칙이었는데, 9-11 이후에 미국이 취한 강한 의지는 우방국가들 마저 우려하게 만들었다면서, 이제는 유럽이 유럽의 방위를 미국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할 때가 됐으며, 미국과 유럽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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