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팻 뷰캐넌, 우파는 어디서 잘못됐나 (2004년)
2009-03-04 00:05 2,400 이상돈



팻 뷰캐넌, 우파는 어디서 잘못됐나 (2004년, 2005 페이퍼백, 세인트 마틴, 279쪽)

Pat Buchanan, Where the Right Went Wrong (2004, 2005 pbk, St. Martin’s, $14.95)

닉슨 대통령의 보좌관과 레이건 대통령의 홍보비서를 지낸 팻 뷰캐넌은 종종 ‘극우(far right)’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보수적인 평론가이다. 그는 1992년과 1996년에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에 출마했었고, 2000년 대선에선 개혁당 후보로 독자적으로 출마한 적이 있다. 그는 여러 권의 책을 썼고, 휴먼이벤트지(誌) 등에 칼럼을 왕성하게 기고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WTO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등 공화당 주류(主流)와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서 실패하고 미증유(未曾有)의 경제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그의 입장이 다시 돋보이게 되었다. 그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를 지지한 공화당 인사들을 매섭게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공화당에게 미래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비관적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2004년 대선 전에 나온 이 책은 오늘날 미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내다 보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1938년에 워싱턴 DC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팻 뷰캐넌은 제수이트 교단이 운영하는 곤자가 고등학교와 조지타운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서 ROTC 훈련을 받았으나 질병으로 현역근무는 하지 못했고, 콜럼비아 대학원에 진학해서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인트 루이스 글로브지(紙)의 논설위원을 지내다가 1964년에 골드워터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1966년부터 닉슨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참모로 일했고,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백악관에서 공보보좌관으로 일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사임하자 백악관을 나왔고, 그 후에는 방송 시사프로를 맡아서 명성을 얻었다. 1985-87년간에는 레이건의 백악관에서 홍보비서를 지냈다.

1992년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뷰캐넌은 현직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맞서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뷰캐년은 부시 대통령이 세금을 인상하는 등 보수주의에서 이탈했다고 비판해서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선전(善戰)했다. 전당대회에서 뷰캐넌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면서,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낙태와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여성을 전투부대로 배속시키는 등 미국을 급격하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뷰캐넌은 미국 사회가 ‘문화전쟁’(‘culture war’)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199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 다시 출마한 뷰캐넌은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봅 돌 상원의원을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누르고, 이어서 미주리, 루이지애나, 앨라스카에서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러 주(州)에서 동시에 치러진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에서 뷰캐넌은 봅 돌에게 패배했다. 예비선거 과정에서 뷰캐넌은 자유무역이 미국을 몰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해서, 블루 칼라 계층의 지지를 획득했다.

2000년 대선에서 뷰캐넌은 공화당이 워싱턴의 이익단체에 포로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정한 보수주의를 내걸고 개혁당 후보로 본선에 출마했다. 그는 유엔에서 탈퇴하고 교육부, 에너지부, 주거도시계획부 등을 없애겠다는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으나 일반투표의 0.4%를 얻는데 그쳤다. 그 후 뷰캐넌은 다시 방송 출연과 칼럼 기고라는 본업으로 돌아왔다.

2004년에 나온 이 책엔 “어떻게 네오콘이 레이건 혁명을 전복시키고 부시 대통령을 납치했나”라는 도발적인 부제(副題)가 달려 있다. 뷰캐넌은 네오콘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는데, 결과적으로 뷰캐넌의 말대로 되고 말았다. 뷰캐넌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20세기에 일어난 전쟁에 간여한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짧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영제국은 아프리카의 보어 전쟁, 1차 대전, 그리고 2차 대전으로 이어진 전쟁 때문에 몰락하고 말았지만, 반면에 미국은 전쟁에 참여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단기간이었다는 것이다.

뷰캐넌은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전쟁은 어느 면에서든 정당화될 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을 직접 공격한 적이 없는 이라크를 ‘예방전쟁’이란 이름을 붙여 침공한 것은 우드로우 윌슨의 망령(亡靈)에 이끌려 들어간 격(格)이라고 그는 비난한다. 미군은 미국의 헌법과 영토적 안전을 지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지, 세계평화라는 윌슨식(式)의 이상(理想)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뷰캐넌은 보수주의를 천명하는 부시 대통령이 단 한건의 정부 지출법안에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연방정부가 비대해졌다고 비판한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을 벌이는 덕분에 1990년대에 이루어 놓은 재정흑자는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뷰캐넌은 오늘날의 미국은 여러 인종들이 융화되어 사는 ‘용광로(melting pot)’가 아니라 ‘다인종(多人種) 기숙사’ 꼴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한다. 더 이상 역사와 과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미국의 초중등 학교는 ‘재앙 지대’이고, 수입으로 국내기업을 도산시키고 아웃소싱으로 국내 일자리를 없애는 ‘경제적 반역행위(economic treason)’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종교와 도덕은 포기한 상태인데, 이를 바로잡을 생각을 하는 보수정당은 더 이상 워싱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뷰캐넌은 경고한다. 

조지 W. 부시는 2000년 대선 도중 앨 고어와의 TV 토론에서 미국은 ‘겸손한(humble)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9-11 테러 후 부시는 세계를 선(善)과 악(惡)으로 나누고, 모든 국가로 하여금 미국의 편을 들 것인가 아니면 다른 쪽을 편 들 것인가를 결정하라고 공언했다. 한 순간에 ‘겸손(humble)’이 ‘오만(hubris)’으로 바뀐 것이다. 부시가 ‘부시 독트린’을 내걸고 이라크 침공 준비를 진행하자 뷰캐넌은 ‘부시 독트린’이 ‘미국판(版) 브레즈네프 독트린’이며, ‘유토피아주의’(‘utopianism’)이고 ‘민주적 제국주의’(’democratic imperialism’)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는 ‘부시 독트린’이 미국을 파탄에 빠뜨리고 고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뷰캐넌은 미국을 이렇게 만든 집단은 ‘네오콘’ (neoconservatives)이라고 단언한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 W. 부시는 나름대로의 경륜과 철학이 있었던 대통령이었지만, 조지 W. 부시는 대외문제와 역사에 대해 흥미도 없었고 지식도 없던 상태에서 대통령이 되었다. 조지 W. 부시가 네오콘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 가게 된 것은 이와도 관련이 있다고 뷰캐넌은 말한다.
 
뷰캐넌은 1세대 네오콘은 한때 트로츠키주의자였고 사회주의자이고 진보파였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 그리고 린든 존슨을 지지했으나 1972년에 민주당이 맥거번과 그를 추종하는 60년대 운동권에 의해 장악되자 갈 곳이 없어졌고, 그래서 이들은 공화당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실제 세계에서 경험이 없는 이들은 잡지에 평론을 기고하는 것이 업(業)으로 삼더니, 이런 저런 연줄로 미국기업연구소(AEI) 등 싱크 탱크(think tank)에 자리잡고 들어갔다. 뷰캐넌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골드워터의 선거운동에 간여하지 않았다면서, 이들이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단순히 기회를 잡기 위함이었다고 본다. 네오콘들은 미국의 이상(理想)을 전세계에 전파하기 위해서 미국의 우월한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들이 들어간 본 탱크는 에이브람스 탱크(미 육군의 주력 탱크)가 아니라 싱크 탱크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뷰캐넌에 의하면, 네오콘의 대부(代父)인 어빙 크리스톨, 그리고 그를 이은 리차드 펄, 더글라스 페이스, 그리고 폴 울포비츠는 ‘전쟁 몽상가’(‘war drummers’)들이다. 네오콘은 미국으로 하여금 나머지 세계를 상대로 무한한 십자군 전쟁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조지 W. 부시가 이들의 유혹에 넘어가서 냉전(冷戰) 시대를 살아온 두 세대가 어렵게 이룩한 평화를 망쳐버리고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뷰캐넌은 또한 무모한 자유무역은 경제적 반역(economic treason)이라고 주장한다. 영국이 쇠퇴하고 만 것도 자유무역으로 인해 국내 산업기반이 몰락한데서 비롯되었는데, 부시 대통령 부자(父子)는 캘빈 쿨리지와 앤드류 멜런의 전통을 탈피해서 민주당의 자유주의 무역정책에 동참해서 미국 경제를 망쳐버렸다고 지적한다. 1950년대에 미국인의 1/3이 제조업에서 일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단지 11%만 제조업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금속 기계 컴퓨터 등 미국이 사용하는 중요한 자재의 대외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고, 경공업 제품 생산은 멕시코와 중국에 완전히 자리를 내주고 말았으니,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이 유명한 경주마(競走馬)인 시비스킷을 내주고 상대방으로부터 토끼 한 마리를 받아 오는 격(格)이라고 주장한다. 뷰캐넌은 또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게 주권을 내주어서, 이제 미국은 경제문제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뷰캐넌은 조지 W. 부시가 본질적으로 좋은 사람(good man)이며,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 여사가 백악관의 품위를 되살려 놓았다고 말한다. 부시가 훌륭한 연방법관들을 많이 임명했고, 세금을 올리지 않았으며, 교토 의정서와 국제형사재판소 협약에 참여하기를 거부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뷰캐넌은 평가한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가 승리한 다음에 나온 페이퍼 백에서 뷰캐넌은 부시가 승리하게 된 주요 원인은 도덕적 가치(moral value)를 중시하는 유권자가 부시를 압도적으로 찍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을 염두에 둔 유권자는 압도적으로 부시를 찍었지만 이라크 전쟁을 생각한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 존 케리를 지지했다는 여론조사를 들어서 부시의 무모한 전쟁에 경종을 올렸다. 뷰캐넌은 현재 공화당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지혜와 로널드 레이건의 애국심에 뿌리를 둔 ‘진정한 보수주의’(‘true conservatism’)가 실종되어 버렸다면서, “진정한 보수주의의 깃발을 누가 들 것인가”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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