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PA 간호사? NP, PA !

작성일 : 2024-08-26 08:45조회 : 252

PA 간호사? NP, PA !

복지부가 전공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이른바 PA 간호사로 메우려 하고 있다. ‘PA 간호사’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도무지 어느 부류의 간호사를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다.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전공의가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는 간호사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와중에 이른바 PA 간호사로 전공의를 대체하겠다고 하니 엉뚱할 뿐더러, 그렇다면 의사를 늘리려는 이유가 설명이 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1980년대 초의 미국의 의료인은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들어가기도 힘들고 졸업하기도 어려운 의대를 나와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보드 시험을 합격하면 전문의가 됐다. 1970년대 들어서 미국이 이민법을 개정하자, 월남 패망으로 인한 안보위기, 유신체제에 대한 염증 등으로 많은 우리 의사들이 전문직 취업비자를 획득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내가 공부한 뉴올리언스에는 튤레인 의대병원 뿐 아니라 채리티 병원, 옥스너 병원이 있어서 레지던시를 하는 한국의사들이 있었고, 전문의 자격을 따서 성공한 분도 있었다.

1970~80년대에는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미국으로 연수를 가서 RN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RN으로 미국에 정착한 경우도 있었다. RN은 Registered Nurse의 약자로, 정규 간호사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RN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존경받는, 자랑스러운 직업이다. 1970년대까지 미국 대학에 간호학과나 간호대학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체로 큰 병원이 부속으로 세운 간호학교/대학(Nursing School)에서 의사와 간호사에게 배우고 실무 수습을 해서 자격시험을 합격하면 RN이 되었다.

간호학교/대학을 나오면 학사가 아닌 전문학위(Associate Degree in Nursing)를 수여 받았다. 여성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시절에 RN은 평범한 계층의 여성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꿈의 직업이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학사(BS) 학위 RN와 2~3년제 간호학교/대학을 나온 RN과의 사이에 법적인 차이는 없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대학이 간호학과와 간호대학을 많이 세움에 따라 3년제 간호대학은 쇠퇴해 갔고 이제는 대학이 RN 교육의 주역이 됐다.

내가 근래에 읽은 베트남 전쟁 당시 육군 간호사(Army Nurse) 즉 간호장교로 남베트남 야전병원에서 일한 간호사의 회고록에 의하면, 베트남 전쟁이 최고조에 달하던 1968년에 미군 야전병원에는 육군 간호장교 1200명이 있었는데 그 중 1/4이 남자였고 3/4이 여자였다. 남자는 징집된 경우이고 여자는 자원입대한 경우였다, 여성 간호장교는 대부분 3년제 간호대학을 나왔다. 국방부 모병관이 간호학교 학생을 찾아다니면서 조건이 좋은 장학금을 내걸고 2년 복무를 조건으로 모병을 해서 많은 젊은 여성들이 등록을 했다. 졸업 후 입대해서 훈련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해서 본토 기지에서 근무한 후 중위가 될 즈음 베트남으로 파견되어 1년간 근무를 했다. 21~22살의 젊은 간호사들은 처절한 야전병원에서 한명의 병사라도 더 살리기 위해 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 이들의 헌신을 기리는 동상이 워싱턴 DC 베트남 전몰장병 메모리얼 옆에 세워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과거에는 3년제 병원부설 간호학교/대학이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적십자병원 부설 적십자간호대학이다. 간호대학을 나오면 간호사가 되기 때문에 단지 학사학위가 없다는 것 외에 대졸 간호사와 사이에 차이는 없었다. 적십자 간호대는 2011년에 중앙대학교로 병합이 되어 정원이 200명이나 되는 ‘적십자간호대학’이 되었다. 중앙대의 단과대학이지만 적십자 간호학교/대학의 유구한 전통을 잇는다는 의미로 단과대학 앞에 ‘적십자’를 붙였다.

우리나라는 학사학위를 가진 간호사와 고교 졸업자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합격한 간호조무사만 있는데 비해 미국은 간호사(RN)와 간호보조사(CNA : Certified Nurse Assistant) 사이에 LPN(Licensed Practising Nurse)이라는 직군이 하나 더 있다. 우리에게는 없는 직군(職群)인 LPN이 되기 위해선 과거에는 간호학교, 그리고 지금은 커뮤니티 대학에서 소정의 과정을 거치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LPN은 의사와 RN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며 환자가 병원에 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의료인이기도 하다.

고도로 훈련된 간호사는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의사가 원래에 하는 일을 집중할 수 있다는 주장이 1980년대 들어서 나왔다. 그러자 주정부가 일정한 경력을 갖춘 RN이 대학에서 간호학석사(MSN) 학위를 이수한 후 자격시험을 거치면 NP(Nurse Practitioner)란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NP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지만 제한된 분야에서는 독자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마취과 NP와 출산 NP, 가정의학 NP가 그러하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RN의 평균 연봉은 86,000 달러인데,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10만 달러를 넘는다. LPN의 평균 연봉은 60,000 달러이고 CNA의 평균 연봉은 42,000 달러이다. NP의 평균연봉은 126,000달러인데, 그 중 마취과 NP의 평균연봉은 20만 달러를 넘는다.

NP와 구분되어야 하는 직종이 PA(Physician Assistant)인데, PA는 간호사가 아니다. 의료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대학에서 생물 화학 등 기초과목을 공부하고 2년제 특수대학원을 다니면서 실무 연수를 해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주정부가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PA가 된다. PA 교육은 1960년대 중반에 듀크 대학에서 시작했고 점차적으로 많은 주가 공인된 대학원을 나온 PA를 새로운 의료 직군으로 인정하게 됐다. RN이 PA 대학원을 다니고 PA가 되는 경우도 있다.

PA는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 대하여 전문영역을 정해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그리고 규정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몇몇 주에서 시작한 PA 프로그램은 널리 보급되어서 PA는 의사와 간호사에 이은 제3의 의료인력으로 부상했다. PA의 평균연봉은 12만 달러이고 PA를 가장 많이 고용한 기관은 보훈부 산하의 보훈병원(Veterans Hospital)이다. 새로운 시술을 하기 보다는 관리를 해야 하는 환자가 많은 보훈병원의 특성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은 의대 교수와 전문의를 정상으로 여러 등급의 간호사, PA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인력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저수가(低酬價)의 함정에 빠져서 수많은 간호사 자격증은 장롱에서 잠자고, 작은 병의원은 간호조무사의 저임금에 의존하고, 대형병원은 전공의의 저임금에 의존해오다가 이번 사태를 맞은 것이 아닌가 ? 역대 정권은 이른바 서민 논리에 포획돼서 의료 수가를 올리지도 못했고 본인 부담도 올리지 못했다. 또한 아무리 서민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20년 간의 경제성장과 소득증가에 비해서 저소득층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너무 저렴하다. 지난 20년 동안 역대 정권이 필요한 어려운 일을 하지 않고 선심정책이나 펴다가 이번 사태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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