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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969년 도쿄대 사태와 의대 문제
작성일 : 2024-07-15 07:44조회 : 631
1969년 도쿄대 사태와 의대 문제
전공의가 병원 복귀를 거부하고 의대생이 모두 휴학계를 내버렸기 때문에 내년 의대 입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나는 본다. 지금 의대 교수들은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정부가 하는 꼴에 질려서 아예 포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설마하니 내년에 의대생을 뽑지 않는 사태가 오겠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재학생이 전원 유급을 하고 내년에 신입생 4500명을 뽑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의대 교수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이런 것이 바로 아카데미의 자존심이다.
대학이 입학생을 뽑지 않은 선례도 있다. 1969년 도교대(東京大)의 경우다. 1969년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다. 1969년에는 3선 개헌에 반대하는 시위가 대학가, 특히 서울대 법대, 문리대, 상대에서 심하게 일어나서 수업일수를 못 채웠다. 그래서 신문에 도쿄대처럼 서울대 몇몇 대학은 신입생을 뽑지 못할 것이라는 기사가 났다. 서울대 외에 다른 대학을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우리 경기고 3학년들은 입학시험도 못보고 재수를 하면서 1년 후배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가 하고 걱정을 잠시 했다. 그러나 문교부와 서울대는 편법을 동원해서 재학생을 모두 진급시켰고 우리는 무사히 그 이듬해에 서울대에 들어갔다. 그래서 도쿄대 강당 점거 사건과 그해 도쿄대가 신입생을 뽑지 않은 사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68년은 우리나라만 제외하고 온 세계가 시끄러웠다. 1968년 초에 북베트남군의 구정 대공세가 있었고, 3월부터 두 달 동안 컬럼비아 대학에선 신좌파 학생들의 점거시위가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선 파리 대학 학내 문제를 대학당국과 정부가 잘못 다루어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발전했다. 그 때 시위를 주도한 학생이 다니엘 꽁방뒤인데, 이름이 특이해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급진세력의 발호(跋扈)는 결국 그 해 선거에서 보수파가 승리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1968년 미국 대선에선 ‘법과 질서’를 내건 닉슨이 당선됐고, 1968년 6월 프랑스 총선에선 드골파가 압승을 거두었다.
1968년 도쿄대 소요(騷擾)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학내 문제에서 시작됐다. 의대 인턴 제도를 두고 분쟁이 일어나더니 학외(學外)의 급진세력이 도쿄대학에 모여들어서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게 됐다. 결국 그 해 연말 문부성과 도쿄대는 1969년에 도쿄대는 입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969년 초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야스다 강당을 일본 경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서 강제해산하는 충돌사태가 발생했다. 1969년 연말에 치러진 총선에서 자민당은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 문교부와 서울대는 편법을 썼으나 일본 문부성과 도쿄대는 원칙을 지켰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그해 일본의 명문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도쿄대를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기 보다는 교토대 입시를 보았다. 그래서 그해 교토대 입시는 역사상 가장 치열했고, 1969년 교토대 입학생은 역사상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었다.
내년에 우리나라 전국 대부분의 의대가 신입생을 뽑지 못하고 의대 졸업생이 나오지 않는다면 의사 공급에 3000명 차질에 생기는 셈이다. 또한 의과대학을 가려고 생각했던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이 유탄을 맞는 것이다. 새로 늘어난다는 1500명 자리를 들어가겠다고 지방유학을 준비한다는 등 꼼수를 쓰는 입시생은 자업자득이지만 증원을 하지 않은 서울의 8개 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온 고3생들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몰상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 문제, 특히 의과대학 문제를 건드리는 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모르다니 참으로 무식하다. 의원내각제 정부라면 이미 내각이 무너졌을 것이니, 이 사태만으로도 윤석열 정부는 퇴진해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진 (1) : 1969년 1월 도쿄대 강당을 진입하는 일본 경찰.
사진 (2) : 급진 좌파 시위대가 점거 중인 야스다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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