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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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장 나쁜 대선 공약'
작성일 : 2008-02-20 01:42조회 : 1,419


‘가장 나쁜 대선 공약’ 
(첨단환경 2007년 10월)

1. ‘가장 나쁜 개발공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 씨가 내건 경부 대운하 공약에 반대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범상치 않다. 환경운동연합은 경부운하 공약을 ‘가장 나쁜 개발공약’으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진보 성향 신문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한나라당의 경선이 끝난 직후에 내보낸 사설에서 운하 공약을 재검토하라는 주문을 했다. 오직 동아일보만 운하 공약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경부운하를 ‘가장 나쁜 개발공약’으로 부른다. 하지만 경부운하야말로 환경운동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으니, 경부운하 때문에 환경운동이 중흥(中興)을 맞이하는 셈이다.

2. 환경단체와 일전불사(一戰不辭) ?

정치인이 할 수 있는 바보짓을 뽑으라면 여성단체와 환경단체와 정면으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환경단체와 여성단체의 주장이 항상 정의롭고 옳은 것은 아니고, 건전한 정치인은 결코 이들의 주장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인은 환경단체와 일전을 벌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씨는 용감하게 환경단체와 일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추이가 흥미로울 따름이다.

3. 언론의 ‘침묵’

아직까지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신문은 운하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쓰고 있지는 않다. 이 씨가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논설위원과 기자들은 언제까지 침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 방송이 운하 공약의 허구성을 파헤치기 시작하면 신문도 뒤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자원과 환경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대론이 압도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 모임에서 “운하는 웃기는 짓이다”는 말을 하고 있던 중, 이명박 캠프에서 운하를 자문하는 교수가 다가오자, 일행은 “쉿, 저기 운하가 온다”고 입을 다물기도 한다. 
내가 아는 환경정책을 전공한, 정말 실력 있는 교수가 있다. 그는 에리 운하의 기점(起點)인 뉴욕의 올바니에 있는 뉴욕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지난 여름 그가 모교에 잠시 머물고 있었는데, 이명박 캠프에서 일하는 어느 선배 교수가 전화를 걸어 “당신이 그 유명한 에리 운하의 기점인 올바니에서 공부를 했으니 에리 운하에 대해 정보를 보내달라”고 한 모양이다. 이 교수는 기가 막혀서 “에리 운하는 철도와 고속도로가 없었던 시절에 만든 것이고, 지금은 기왕에 있는 것이니까 적자투성이 애물단지지만 할 수 없이 갖고 있는 것”이라면서, “제발 꿈에서 깨어나라”고 충고했다고 나한테 전해 주었다.
 
4. 4년 만에 완공한다 ?

백보(百步)를 양보해서 경부운하가 경제성이 있고, 우리의 자연환경 여건상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어떻게 4년 만에 건설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설계에만 어느 세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마인-도나우 운하의 산간지역은 설계에만 20년이 걸렸다고 하지 않는가.
환경영향평가는 또 간단한 문제이던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공청회는 성토장(聲討場)이 될 것이고, 운하 반대 소송이 산사태를 이를 것이다. 하천에 다리 한 개 세우기 위해서도 중앙하천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니, 경부 운하는 도무지 심의를 몇 번이나 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중앙하천위원회 심의도 결코 만만치 않다.
경부운하는 전국의 상수원 보호구역을 수없이 지나가게 되어 있으니, 상수원 지역에서 공장하나 짓는 것도 어려운 실정을 생각하면 이 역시 황당할 따름이다. 팔당호를 준설하는 것조차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로 10여 년 동안 궁리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모든 강바닥을 뒤집어서 골재를 파내겠다는 것인가 ? 골재가 국내에서 안 팔리면 외국에 수출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강바닥에서 나오는 돌이 이탈리아제 대리석 정도로 경제성이 있다는 말인지 알쏭달쏭하다. 

5. “물은 잠겨있어야 맑아진다”

경부 운하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 중에는 재미있는 것이 많다. 배가 다니면 스크류가 돌아가서 물에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물이 맑아진다는 학설이 대표적이다. 이 학설이 진실이라면 팔당호에도 유람선과 보트를 수없이 운행해야 할 것이다. 팔당호에 배를 운항하도록 하면 양평군과 광주시의 개발을 옥죄어 놓은 상수원 건축규제로 풀 수 있고, 이천의 하이닉스도 시설을 얼마든지 확충할 수 있게 될 것인데, 이 좋은 방법을 두고 지금까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어느 교수는 한 술 더 떠서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가 맑은 것을 보더라도 흐르는 하천 물보다는 인공 운하에 잠겨 있는 물이 깨끗하다고 주장한다. 그 교수는 학생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감정을 받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된다. 바이칼 호수는 바다처럼 깊고 크다. 호수에는 시베리아의 맑은 강물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반대편으로 흘러나간다. 수심이 엄청나게 깊어도 그 깊은 물에만 있는 미생물이 물을 정화하기 때문에 호수 물을 그냥 떠서 먹어도 괜찮은 것이다. 바이칼은 인공 수로가 아니라 거대한 수중생태계이다. 운하파(運河派) 교수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는 입신(入神)의 경지에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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