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당론의 벽에 부딪혀 좌절” (한겨례21)
2020-01-02 15:50 62 이상돈


<한겨례 21> 제1291호 2019년 12월 8일

“당론의 벽에 부딪혀 좌절”

이합집산을 반복한 제3당의 부침 겪은 이상돈 의원


<20대 국회가 문을 연 2016년 5월30일, <한겨레>는 1면에 ‘132개의 초심’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선 의원 132명의 얼굴 사진과 각자의 각오를 담았다. 투표용지 한 장 무게는 1.8g, 국회의원 배지는 6g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초선 의원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방송 개혁에 앞장”(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자영업자·노동자가 존엄한 삶을 누리도록 하겠다”(박용진 민주당),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이행하겠다”(유민봉 자유한국당), “환경 당국의 위상을 바로잡겠다”(이상돈 바른미래당), “노사 2자 기구 위한 중앙노사관계법 신설”(이용득 더불어민주당), “노동 개악 막고 인간 존엄 보장되는 일터 만들기”(이정미 정의당), “금융소비자 권리 늘리고 금융회사 책임 높이기”(제윤경 더불어민주당) 등 ‘무거운 각오’를 밝혔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설득하고 싸우며 3년6개월을 보냈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탄핵하고, 촛불의 염원을 받아 안았던 20대 국회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충돌’과 낮은 법안 처리율 등으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마지막 정기국회(12월10일)까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촉발된 여야 강대강 대치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생 법안’을 볼모로 삼고 정쟁만 한다는 비판에도 시달리고 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초선 의원 중 일부는 국회를 떠날 준비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재선을 위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초선 의원 132명의 각오는 좌절된 것일까? 21대 국회 역시 ‘얼굴’만 바뀌고 같은 경험을 되풀이할까?

<한겨레21>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떠올릴 법한 초선 의원들의 눈으로 꽉 막힌 현재 국회 상황과 20대 국회 전반을 돌아봤다. 국회를 떠나며 몸도 마음도 비교적 가벼운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에게서 20대 국회에 대한 ‘쓴소리’도 들었다. 소수 정당 눈에 비친 거대 정당의 모습도 살펴봤다. >


이상돈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20대 국회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2018년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며 그의 당적은 바른미래당으로 바뀌었다. 그는 합당에 반발했고, 바른미래당에 합류하지 않은 의원들이 창당한 민주평화당과 의정활동을 함께했다. 지난 8월 민주평화당이 대안신당으로 쪼개진 뒤부터는 사실상 ‘무소속’으로 활동하며 국회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이 정당 득표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의 당적 변경을 사실상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의원직 사퇴 대신 당적만 유지한 채 다른 정당과 함께 활동했다. 국민의당으로 당선된 박주현·장정숙 의원도 비슷한 처지다. 이에 대해 정당의 힘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개인 소신으로 당적을 바꾸는 것은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과, 마음껏 당적을 바꿀 수 있는 지역구 의원에 견줘 평등 원칙에 위배되고 입법기관이 의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 맞부딪친다.


적폐청산이 ‘제3정당’ 가로막아

보수 논객이자 법대 교수 출신으로 국회에 들어와 ‘무늬만’ 바른미래당으로 의정활동을 한 이상돈 의원에게 20대 국회란 어떤 의미일까. 당적 문제로 출렁였던 그의 의정활동은 20대 국회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한 제3당의 부침과 연결되기도 한다. 11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인터뷰했고, 이후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이 의원이 20대 국회에 들어온 계기는 ‘안철수’(전 의원)였다. 안 전 의원을 얼굴로 내세운 국민의당이 기존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양당 구조를 비집고 들어가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지지축의 일부가 부스러지면서 제3의 길, 3지대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전 국민의당 대표)의 개인 역량은 부족했고, 호남 지역에서 의원들이 주로 당선되며 당의 확장성에 한계를 보였다.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3정당’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지고, 최근에는 바른미래당-‘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유승민 의원 주축), 민주평화당-대안신당(박지원 등 호남 의원들 주축)으로 분열하며 부침을 겪고 있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선을 치른 만큼 여야가 갈등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제3정당’을 꿈꿨던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적폐 청산’이 이를 가로막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다. 정부여당은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었다. 적폐 청산에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전투력이 살아나버렸다. 현행 국회선진화법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정부·여당이 뭘 하기가 어렵다. 적폐 청산도 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탄핵 뒤 정권이라면 힐링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직능 대표들 때로는 로비스트로 보이기도

그는 개별 의원이 입법권을 가졌음에도 국회 구조나 당론의 벽에 부딪혀 운신의 폭이 제한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의원이 되기 전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을 했던 그는 4대강 사업 반대의 중심에 섰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과 정부의 물관리 대책에 대해 계속 발언했다. “4대강 녹조 문제를 이야기하면 한국당 의원들이 처음에는 수긍했다. 그런데 황교안 당대표가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를 만드니까 더는 얘기가 안 됐다. 민주당은 여당이 되니까 4대강 문제 언급이 줄어들고… 개인적으로 물관리는 환경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별도 기구인) ‘국가물관리위원회’ 구성을 끝까지 반대했는데 1당·2당(민주당·자유한국당)이 합의해버리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적이 바뀐 것에 대해서도 “의원은 유권자가 뽑고, 당대표는 당원이 뽑는다. 누가 대표성을 가지나? 황교안 대표를 선출할 때 ‘태극기 부대’가 당원으로 대거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당대표가 국회의원 위에 있다”며 당대표와 당론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개별 의원의 ‘존재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일부는 지역구를 찾아 재선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이 의원은 “비례대표는 한 번만 하는 것”이라며 일찌감치 국회를 떠날 생각을 했다. 기대대로 되지 않았지만 환노위에서 동물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던 방송작가, 아나운서, 항공사 승무원 등의 노동문제를 이슈화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동물단체들은 (내게) 국회에 더 있으라고 한다. (웃음)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니 전공의들이 의원실로 찾아와 병원에서 벌어지는 성차별 문제를 이야기하고, 간호사들도 찾아와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털어놨다.”

이 의원은 “국회는 헌법기관이고 엄연한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용 없는 사람이 상임위에 들어오면 허당이 된다. 큰소리만 치잖아. 회의장에 앉은 공무원들이 가만히 앉아 무슨 생각을 할까? ‘별로 아는 것도 없는데 소리만 지른다. 오늘 하루만 지나가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상임위 소관 부처 장차관, 공무원 간부들이 두려워하는 의원이 들어와야 한다.”

특히 이 이원은 비례대표 의원의 자격에 대해 “소선구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갈수록 직능, 세대 대표성이 강조되고 있다. 물론 이는 필요하지만 약사·의사 출신 의원 등 직능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의원이라기보다 로비스트로 보일 때가 있다. 세대를 대표한다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 정치의 흐름을 알고 헌법·입법·행정 등에 기본 소양을 갖춘 이들이 국회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아무 계획이 없다”

그는 이후 계획을 묻자 “아무 계획이 없다”며 웃었다. 대면 인터뷰를 한 다음날인 11월27일,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동물권단체와 함께 현재 계류 중인 동물보호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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