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울법대 입학 50주년

작성일 : 2020-06-06 11:04조회 : 1,674

서울법대 입학 50주년

4월 2일 ·

1970년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니 올해가 대학 입학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울대에 입학한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Time지를 정기구독 한 것이다. 경기중고등학교 다닐 때 이따금 서울대 교복을 입은 대학생이 붉은 테두리가 분명한 타임지를 들고 다니는 것이 무척 부러웠다, 하지만 나중에 안 일인데, 서울대생이라고 해서 타임지를 제대로 읽는 학생은 거의 없었고, 이화여대 학생 만나러 신촌 다방에 기웃거릴 때 폼으로 들고 다닌 경우가 대부분이 아니었나 한다.

여하튼 미국 등 외국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때부터 타임지를 정기구독을 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50년 치를 꼬박 집에 모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요새는 인터넷과 케이블 덕분에 워싱턴포스트와 CNN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지만, 그 때는 타임지와 주한미군방송(AFKN)이 나라 밖 사정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나는 1971년 펜타곤 페이퍼 사건,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 전쟁 종식 등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타임지를 통해 보았다. 사설을 게재하지 않던 타임지가 닉슨의 사임을 촉구한 사설을 실은 것은 대단한 사건이었다. 타임지가 닉슨의 사임을 촉구한 사설을 실었다는 소식은 AFKN이 긴급뉴스로 보도했고, 며칠 후 도착한 타임지의 그 사설은 실로 당대의 명문장이었다.

이처럼 나는 다른 서울법대생들과 달리 사법시험 보다는 세계정세와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그럼에도 법학을 공부한 것은 논리적 사고를 증진하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서 평생을 두고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만 소송법이나 부동산거래법, 상법 같은 데 전혀 흥미를 갖지 못해서 법조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1970년에 서울법대에 입학한 동기 중 판사 검사 변호사로 진출한 경우가 가장 많다. 법원에서는 양창수가 대법관을 했으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배출하지 못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 디딘 이낙연은 국회의원, 도지사를 거쳐 최근에 총리를 지냈다. 학교 때 이미지와 달리 일찍이 국회로 진출한 이주영은 20대 국회에서 부의장을 지내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 같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동문은 풀무원을 굴지의 식품회사로 키운 남승우가 있다.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든 동기생은 물론 남승우이다. 그 외에도 매우 수치스러운 동기도 한명 있는데,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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