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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15 총선결과를 보고
작성일 : 2020-06-18 21:30조회 : 1,647
4월 16일 ·
4.15 총선결과를 보고
총선이 야당의 참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중간선거 성격인 이번 같은 총선에서 야당이 이런 성적은 낸 것은 전례가 드물다.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도 이상한 이른바 보수야당의 선거전략은 공천부터 모든 것이 수준 이하였다. 야당의 한계는 천천히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선거 막판에 나왔던 메세지에 대한 생각을 적어 보고자 한다.
1971년 4월 대선에선 박정희 대통령이 당선됐고, 한달 후 총선이 치뤄졌다.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은 이른바 진산파동으로 혼란에 빠졌고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독립군을 이끌었던 김홍일 장군이 총재 권한대행으로 선거를 지휘했다. 선거일 며칠 앞두고 7순의 애국지사 김홍일은 신민당에게 "호헌선"을 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나는 대학 2년생이었는데, 선거를 앞둔 야당 대표의 그만큼 절실한 호소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해 총선에서 야당인 신민당은 호헌선을 훨씬 넘어서 공화당을 위협했다. 대구에선 공화당이 참패했는데, 이효상 국회의장도 거기서 낙선했다. 이것이 이른바 '1971년의 봄'이다. 이렇게 해서 개헌이 불가능해지자 그 다음 해에 유신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71년 3월 학기 초에 총통제 개헌음모가 있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서울법대를 뜬 유기천 교수의 발언도 모두 사실이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의 박형준이 개헌저지선이 위험하다고 말한 것은 결과적으론 사실에 근접했다. 그런데 50년전의 김홍일 장군의 발언과 달리 박형준의 발언은 별로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것 같다. 그 이유야 뻔할 것이다. 박형준은 김홍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박형준을 김홍일 장군에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오히려 여당이 180석을 할 거라는 유시민의 발언이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막판에 투표장으로 불러들였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한다. 실제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민주당 후보들은 그런 분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중지세에 있던 민주당 후보들은 차명진에 웃다가 유시민에 까물어 칠 뻔 했다고나 할까. 통합당을 그나마 도운 사람이 유시민이라면 그것도 한심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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