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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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2 새누리당, 2020 미래통합당
작성일 : 2020-06-21 15:55조회 : 1,615
4월 17일 ·
2012 새누리당, 2020 미래통합당
다시 2012년 총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좌파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어느 후보가 민주당을 좌파라고 비난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서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 FTA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일단의 민주당 후보들이 제주까지 내려가서 해군기지 반대시위를 하자 "말을 바꾸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젊잖게 비판했다. FTA와 제주해군기지는 노무현 정권 때 결정한 것들이다. 그 대신 진보의 전유물이던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하겠다고 했고, 야당과 협치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데 성공했고, 그 과정에 참여한 나는 아직도 작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황교안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밑도 끝도 없이 좌파를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단말마적 구호 뿐이었다. 민노총한테 배웠는지 머리를 깎고 그것도 모자라서 마지막에는 붉은 머리 띠마져 둘렀다. 그런 대표를 둔 정당치고선 이번 선거에서 꽤 선전한 편이다.
황교안이 정치적 센스가 부족했다고 그러는데, 그것도 틀린 말이다. 자기한테 부담되는 홍준표 김태호는 공천을 아예 배제했다. 안상수는 윤상현 지역구에 공천해서 두 사람 모두 죽게 만들고자 했지만 윤상현 의원이 워낙 지역을 잘 가꾸어서 당선됐다. 김용태 의원이 3선을 한 양천을은 김용태 아니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곳인데, 김 의원을 구로을로 보내서 구로을은 당연히 지고 양천을도 빼앗겼다. 정우택 의원도 멀쩡한 자기 지역구를 두고 옆으로 보내더니 원래 지역구도 잃어 버렸다. 황교안은 아마도 나경원 오세훈도 낙선하길 원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만 하다. 그런 식으로 했으니 100석을 건진 것도 다행이다. (유시민 덕분인가?)
선거는 이겨야 하고 공천은 무조건 당선가능성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 기초다. 다만 어차피 이기는 지역구에 전략적으로 신인을 내보내는게 이른바 물갈이 공천이다. 나는 당 지도부로 두차례 총선을 치뤄 보았다. 그러면서 그 많은 지역구 마다 역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총선을 지휘하는 지도부는 253개 지역구의 역사를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번에 민주당 선대본부는 그렇게 선거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통합당이 정신을 차릴 이유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낙선한 사람들은 그만이고, 당선된 사람들은 연봉 1억5천짜리 4년 임기가 보장되는데 무얼 걱정하겠는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 때는 선거 전이지 후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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