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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회고
작성일 : 2020-06-21 15:57조회 : 1,606
4월 18일 ·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회고
김종인 박사님이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6년 총선 패배 후 새누리당/한국당은 비대위원장이 몇번째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요새 몇몇 방송은 김종인 박사가 2012년 총선 때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고 소개하는데, 기초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해대니 참으로 한심하다.
사실을 말한다면, 2012년 총선을 앞둔 당시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고 김 박사와 나는 비대위원이었다. 그런데 강남 서초와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보고 실망한 김 박사는 선대위가 발족할 시점에 비대위원직을 사퇴했다. 그 때 언론, 특히 이른바 보수신문은 나도 동반사퇴할 것이라고 기사를 썼지만 나는 그럴 생각은 없었다. 나도 강남 서초 비례 공천은 불만이었지만 그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공천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였는지 김세연 의원을 통해서 박 위원장은 '나를 믿는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박근혜 위원장은 비대위원들과 삼성동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그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교수님도 지원유세를 좀 도와주세요'라고 나한테 부탁했다.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부탁이 있었고, 당 차원에서도 부산의 손수조 김도읍 후보 지원 계획 등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손수조와 김도읍은 문재인 대통령과 문성근 씨에 대항하기 위해 내어놓은 카드였다.
이렇게 해서 두 주일간의 유세일정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두어번 해보면서 요령도 알게 되었고, 나는 사람들이 알아 보아서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당시에 나는 현직 교수였고 학기중이어서 간신히 강의 만 하고 유세장을 누볐다. 교수가 이렇게 해도 괜찮은지, 나 자신도 미심적었지만 당시는 그런 걸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140석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152석을 하는 성공을 거두자 박근혜 위원장은 나에게 정말 고마워했다. 5월 초 쯤으로 기억되는데, 이런저런 통상적인 안건처리 때문에 국회 당 회의실에서 비대위원회가 열렸다. 기자들과 점심을 마치고 급히 가느냐고 회의실에 숨이 가쁘게 도착해서 얼굴이 불그레 해졌던 것 같았는데, 회의실에 들어 온 박 위원장은 '점심 때 한잔 하셨어요?'하고 웃으면서 농담을 건넸다.
5월 15일에 전당대회가 열리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비대위는 임무를 마치게 되어있었다. 전당대회가 열리기 이틀전 쯤 국민일보 빌딩 중국음식점에서 비대위 고별 오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우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는데, 물론 내가 대표로 받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좋아하게 됐고 또 어떻게 해서 멀어지게 됐나는 천천히 이어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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