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환경노동위원회 회고
2020-06-28 12:04 12 이상돈


4월 30일 ·


환경노동위원회 회고


나는 국회 환노위 위원으로 4년을 보냈다. 환노위는 의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상임위원회이다. 국토위나 산자위 같은 위원회는 거대한 이익단체를 상대하지만 환노위는 주로 노조와 환경단체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환노위에 오는 의원은 초선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밀려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원래 환경법 분야를 공부했고, 또 4대강 사업 등 내가 다루고자 했던 사안이 많아서 당연히 환노위를 택했다. 내가 개원 초에 환노위를 가겠다고 했더니 당시 국민의당 원내수석이었던 김관영 의원이 '정말 거기를 가시겠어요?' 하면서 반색을 했다. 어느 당이나 원내대표는 환노위 갈 의원을 구하는게 큰 일인 것이다.

20대 국회 환노위는 홍영표 의원과 김학용 의원이 위원장을 했다. 두 의원 모두 위원회를 무난하게 운영했다. 과거부터 환노위에는 노조 출신이거나 노동과 관련된 의원들은 많지만 환경을 공부하거나 했던 의원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양 풍력단지 공사를 중단시키도록 하고 흑산공항 허가를 중단시킨 일,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강도높은 단속을 촉구해서 결국 조업중지 조치가 취해 진 일 등이 내가 이루어 놓은 것들이다. 4대강 사업과 영주댐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 제기를 했지만 가시적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환노위는 고용노동부, 환경부 외에도 기상청을 감독하는데, 의원들이 기상 기후 같은 과학 문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기상청 국감은 대개 겉돌았다. 의원들이 질문할 때면 배석한 기상청 간부들은 너희들이 무얼 아느냐 식의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그런 기상청이 20대 국회에선 나 때문에 고생을 꽤나 했다. 2016년 첫해에는 수백억원 규모의 도농기상연구사업의 문제를 파헤쳐서 결국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2017년에는 아태기후센터의 난맥상을 화끈하게 조져서 결국 기관장이 임기만료전에 물러나고 사업을 축소하게 되었다. 2018년에는 공항기상장비 라이더 도입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어서 기상청장의 답변을 얻어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가고 있어서 의도했던 재수사는 이루어내지 못했다.

2019년 국감에서는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의 난맥상을 미국의 신형 모델과 비교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기상청장은 이틀에 걸친 내 질의에 단 한번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결국 환노위는 2020년도 사업단 후속예산을 대폭삭감했고 사업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게 됐다. 국민세금을 이렇게 많이 쓰는 연구사업에 대해 청장 등 간부들은 제대로 아는 게 없었음이 폭로된 셈이다. 기상청 관련해서는 내 스스로 영문 전문자료를 공부해서 준비했고 또 영어 원문 자료를 제시해서 기상청을 조졌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의원의 힘은 전문지식에서 나오는 것인데, 영문자료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의원이 드문 실정이니 큰 문제라고 하겠다.

기상청이 일개 의원한테 그런 수모를 당해도 청와대는 청장을 교체하지도 않고 기상청 전반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도대체 무슨 정부가 이런지 모르겠다. 내가 장담하건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라면 국감 끝나자마자 청장이 갈렸을 것이다.

사진은 나와 함께 해 온 보좌진이다.


알렉산더 비켈 1924-1974 
2012 박근혜 비대위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