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보수는 언제부터 몰락했나
2020-06-30 09:49 24 이상돈

5월 2일 ·

보수는 언제부터 몰락했나


오늘자 경향신문에서 박성민은 한국의 보수는 2012년까지는 경쟁력이 있었으나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2016년 이후 급속히 악화되어 지금은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썼다. 나는 이 진단에 별로 동의할 수 없다.

나는 한국의 보수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이 당선되고 2008년 총선에서 친이계 중심의 한나라당이 압승할 때부터 패배가 시작됐다고 본다. 당시 대선과 총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을 보였다. 진보유권자들이 대거 기권했던 것이다. 대선을 앞둔 청와대와 여당은 재집권을 포기한 상태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저쪽에서 한번 하면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2007 대선은 BBK와 다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검찰이 결정지은 선거였다.

이회창 전 총재가 뒤늦게 대선에 뛰어 든 것도 검찰의 판단이 기소로 기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한 보수원로가 이명박은 후보를 박근혜에 양보하고 사퇴하라는 글을 올렸다가 몇 시간 후 내린 적이 있었다. 이처럼 대선에서 당시 집권당은 무조건 지게 되어있었고, 그러기에 이명박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 대선 본선에 나서기까지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것이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 정부 들어서 시작된 적폐청산 수사 끝에 드디어 법원은 다스가 이명박 소유임을 확인했다. 지난 2월 고법은 다스가 이명박 소유임을 확인하고 이명박에 대해 특가법상 횡령 등으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등을 선고했다. 비록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남아 있지만 사실심은 끝난 것이다. 2007년 대선 전에 검찰이 다스가 이명박 소유라고 판단했다면 대선은 정동영 대 이회창으로 치러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회창이 당선됐을 것이다.)

다스가 이명박 소유임이 확인된 이상 역사는 새로 쓰여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일에 후보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단 당선되면 정당한 대통령이 된다고 주장한다면 성공한 쿠테타로 들어선 정권이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격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슬기롭게도 이런 이명박 정권을 여론으로 심판했다. 그런 끝에 2011년 늦가을 국회내 압도적 다수석을 갖고 있던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스스로 와해됐다. 홍준표 대표가 이끌던 한나라당 지도부가 그 때 와해되지 않았더라면 2012년 총선은 물론이고 그 해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을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 사퇴를 이끈 사람은 유승민과 남경필이었다. 그 다음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는 성공적이었고 예상을 뒤엎고 총선에서 승리했으며 새누리당은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문제는 대선 후였다.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고 김기춘이 비서실장이 된 후는 회복할 수 없게 되어 탄핵에 이르렀다. 그리고 박성민 말대로 한국의 보수는 회복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영어 표현에 버크셔와 에베레스트라는 바유가 있다. 버크셔는 영국의 구릉지대이고 에베레스트는 히말라야 촤고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록 탄핵을 당했지만 그 불법성은 이명박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국민들을 분노시켰기에 탄핵된 것이다. 또한 이재용이 연루된 탓에 재판이 지루하게 지연되어 내란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두환 노태우 보다 더 긴 수형생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2012년 대선의 정당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스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2007년 대선은 그 정당성이 사라지게 된다. 누가 버크셔이고 누가 에베레스트인지는 분명할 것이다.

정리한다면 이렇다. 한국 보수의 비극은 2007년 대선부터 시작됐다. 한국의 보수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다행히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와해되었고 대중적 지지를 갖춘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그 당시 시대적 욕구를 받아드려서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일단 보수의 재집권을 성공시킨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그것을 이어가지 못했다.

나는 박근혜야말로 보수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황금과 같은 5년 동안 보수가 진화하지 않는 한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보았다. 이 과정에 대해 나는 할 말도 있고 남기고 싶은 증언도 많다. 천천히 정리해서 글로 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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