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널드 레이건 1911-2004

작성일 : 2020-07-03 20:33조회 : 1,686

5월 9일 ·

로널드 레이건 1911-2004

마가릿 대처와 함께 1980년대 보수 시대를 이끈 로널드 레이건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인물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낙관적 세계관을 가지게 된 것도 그렇고, 그저그런 대학을 간신히 졸업했음에도 탁월한 문장력을 갖게 된 것도 그러하다.

우리나라 진보성향 필자들은 레이건을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영화배우 출신 신자유주의자로 오늘날 빈부격차가 심한 나쁜 세상을 만든 주범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편파적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레이건은 닉슨과 카터가 망친 미국을 수습해서 미국민이 자존심을 회복토록 한 위대한 대통령이었다.

레이건이 유머가 많은 사람임은 알려져 있다. 정신 나간 젊은이한테 총을 맞고 병원 수술대에 오르면서 의료진한테 "당신들이 공화당원이면 좋겠다"고 하자 집도의가 "각하, 오늘 우리는 모두 공화당원입니다"라고 답하며 마취에 들어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위험에 처해도 여유를 잃지 않는 천부적 심성을 갖추고 있었으니, 타고난 리더였다.

레이건은 장관과 참모들에게 일을 맡겨 놓고 골프나 쳤다는 험담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면 마음에 드는 전임 대통령 초상화를 집무실에 거는데, 레이건은 캘빈 쿨리지를 선택했다. 지나치게 비대하고 방만해진 정부가 문제라는 자신의 생각을 쿨리지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80년 대선에서 레이건은 "정부가 문제" the government is the problem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레이건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하는 사진을 보면 항상 양복 상의를 입은 모습이다. 그는 트루먼과 아이젠하워가 일하던 책상에서 상의를 벗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루스벨트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지금 백악관은 트루먼 대통령 시절에 전면 수리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란 자리가 근엄하고 막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이다. 자기 집무실을 비밀리 녹음한 닉슨, 어린 여자 인턴과 집무실 서재에서 섹스를 즐긴 클린턴과 비교되지 않는가.
레이건은 정치인이 잘 입지 않는 엷은 색 양복과 갈색 양복도 즐겨 입었다. 동부 엘리트를 상징하는 핀 스트라이프 네이비 블루 양복보다는 자신의 부모와 같은 서민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옷을 선호했다.

뉴욕타임스의 헤인스 존슨 같은 진보성향 논객은 공산주의는 역사의 잿더미로 사라져야 한다고 한 레이건에 대해 역사를 거스르는 몽유병 환자라는 식의 비난을 퍼부었다. 진보언론은 우주방위체계(SDI)는 레이건이 나왔던 조종사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헨리 키신저는 소련에 대해 대립적 수사를 사용하는 레이건은 외교를 모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굳건해 보였던 악의 제국 Empire of Evil은 레이건이 퇴임한 후 얼마 안 되서 눈 녹듯이 무너졌다.

레이건은 페기 누넌 같은, 감칠 맛 나는 글을 쓰는 스피치 라이터의 연설문을 읽어 내린 배우가 결코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 중 레이건 만큼 매일매일 일기를 남긴 경우는 흔치 않다. 레이건은 또박또박 쓴 일기를 남겼는데, 정리되어 출판됐다. (아래 사진 왼쪽) 또한 레이건은 연설 원고를 몇 번씩 손수 수정했음이 그가 남긴 자료에 의해 확인됐으며, 이 또한 책으로 출간됐다.(아래 사진 오른쪽)

이처럼 레이건은 많은 사안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춘 드문 정치인이었다. 그럴 것이 레이건은 1954년부터 62년까지 GE Theater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마치고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는 인기있는 방송칼럼을 손수 집필해서 진행했었다.

레이건은 교회를 정기적으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절대전능한 존재를 믿었으며 그것이 위대한 미국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다. 2004년 11월 초, 레이건은 자신이 알즈하이머에 걸렸음을 알리면서, 자신은 황혼을 향해 가지만 미국은 항상 새벽을 맞게 될 것이라는 고별서신을 발표해서 미국민을 감동시켰다. 열흘 후에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하원을 석권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레이건은 2004년 6월 5일 눈을 감았다 그의 장엄한 장례식은 공화당을 결집시켜 그해 대선에서 부시가 재선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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