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이건과 세금

작성일 : 2020-07-04 21:44조회 : 1,613

5월 10일 ·

레이건과 세금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세금을 어떻게 보느냐는 큰 의미가 있다. 1920년대에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앤드류 멜런은 감세 정책으로 1920년대의 번영을 이끌었다. 쿨리지의 후임으로 대통령이 된 토목기사 출신인 후버 대통령은 주가 폭락과 은행 도산에 대해 오늘날 판단으로 보면 위기를 수습한게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써서 공황을 악화시켰다.

1932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이라는 광범한 정책을 통해 연방정부가 사회보장을 직접 챙기고 댐을 건설하고 집단농장을 추진했는데,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했다. 자연히 재벌과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었고, 당연히 고용도 늘지 않았다.

큰 부자들은 해외에 재산을 옮기고 신탁을 통해 증여상속세를 피해나갔다. 대표적인 경우가 루스벨트 대통령과 가까왔던 조지프 케네디(존 F. 케네디 부친)였다. 반면에 고액의 근로소득을 올린 사람들은 대책없이 세금폭탄을 맞았는데, 그런 사람 중 한명이 영화배우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뉴딜이 시작되고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레이건은 배우로서 전성기였다. 수입이 많았던 레이건은 소득세 94% 과세구간을 적용받았다. 훗날 자서전에서 레이건은 개인이 버는 소득의 대부분을 정부가 가져가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썼다. 레이건은 그런 세금이 배우 같은 직업에 특히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배우는 전성기에 한창 벌어서 그 후 그걸로 살아야 하는데, 많이 벌 때는 세금으로 모두 내고 인기가 떨어지면 빈털털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이건은 루스벨트 정부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면서 영화제작사가 상영관 체인을 소유하지 못하게 한 것도 비판했다. 영화를 만들어도 상영을 보장받지 못하는 영화제작사는 배우와 스태프를 기간제 근로자로 바꾸게 됐고, 이로 인해 고용불안을 초래했다면서 독점금지법을 비난한 것이다. 이처럼 레이건이 세금과 독점금지법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데는 배우 시절의 경험이 작용했다.

레이건은 정부가 공적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워낙에 큰 정부를 싫어한데다가 유명한 외과의사였던 장인 어른이 공적 의료보험이 문제가 많다고 사위에게 틈만나면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첫 부인과 이혼한 레이건은 영화배우조합 대표를 지내던 중 젊은 신참 배우 낸시를 만나 1952년에 결혼을 했다. 낸시는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서 모친과 살았는데, 모친은 시카고의 유명한 외과의사 데이비스와 재혼을 했다. 데이비스는 낸시를 친딸처럼 키웠다. 훌륭한 새 아버지 덕분에 낸시는 비싼 사립학교를 다녔고 명문여대인 스미스 칼레지에서 드라마를 공부했다. 낸시를 끔직히 사랑한 레이건이, 낸시를 사랑하고 잘 키운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인 장인을 만날 때마다 공공의료보험에 대한 불평을 들었으니 결과는 짐작할 만하다.

사진 왼쪽은 1990년에 나온 레이건 자서전이고 오른쪽은 마이클 디버가 낸시에 대해 펴낸 책이다. 캘리포니아 시절부터 레이건의 비서를 한 디버는 레이건 부부에게 아들과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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