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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미 카터의 외교라인
작성일 : 2020-07-07 19:17조회 : 1,578
5월 21일
지미 카터의 외교라인
해마다 5월이 되면 5.18 비극에 당시 카터 행정부가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과연 당시 주한 미군 사령부가 한국군의 출동을 막을 수 있었느냐는 특별한 정설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카터 임기 후반기인 1979년에서 1980년 사이에 생긴 일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때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보면, 카터 행정부는 한국 국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당시 국제상황이 미국에 어렵게 돌아가고 있었을 뿐더러 카터 대통령이나 그 참모들이 국제위기에 대처할 만한 자질이 못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카터의 외교라인을 보기로 하자.
인권외교를 내세우고 당선된 카터는 중앙정부국 CIA 국장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테드 소렌슨을 지명했다. 당연히 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소렌슨은 케네디가 상원의원을 할 때 보좌관을 하면서 케네디가 펴낸 <용기있는 사람들> Profiles in Courage를 집필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케네디 사망 후 소렌슨은 민간분야에 있었고 정보나 안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70년대 초에 CIA의 불법적인 대외공작활동에 대해 의회가 청문회를 여는 등 CIA 개혁에 대한 여론은 높았지만, 소렌슨을 CIA 국장으로 임명한 것은 황당하고 엉뚱한 일이었다. 더구나 소렌슨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음이 밝혀졌다. 결국 소렌슨은 스스로 사퇴하고 말았고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망신을 당했다. 이 에피소드는 카터라는 사람이 국가안보를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주어서 그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켰다.
카터는 안보보좌관에는 폴란드 출신 컬럼비아 대학 정치학 교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를 임명했다. 그는 훌륭한 학자였고 키신저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글로벌 정치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지만 유럽중심주의자였고, 당시 폴란드에서 일고 있는 노조의 반정부 운동으로 인한 사태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카터는 사이러스 밴스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는데,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직을 지낸 밴스는 베트남 전쟁에 실망해서 1977년에는 온건론자 정도가 아니라 거의 유화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자연히 국무부와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은 자주 충돌했고, 카터는 속수무책이었다.
카터는 유엔주재 대사에 흑인민권운동가 목사로 하원의원을 하고 있던 앤드류 영을 임명했다. 비록 상원의 동의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연 그가 미국의 국익을 유엔에서 지켜낼지는 의심스러웠다. 당시 유엔에서는 제3세계 국가들과 공산권 국가들이 합심해서 미국을 규탄하기 일쑤였고, 유엔총회는 신국제경제질서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노선을 반영한 결의를 매년 채택하곤 했다.
앤드류 영은 인권외교를 내건 카터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의 큰 업적은 백인식민국가 로디지아에서 내란이 일어나자 무가베라는 사회주의자를 지지해서 그가 신생국가 짐바베의 총리가 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런데 무가베는 짐바베의 총리와 대통령으로 37년 동안 압제정치를 해서 그 나라를 최빈국으로 만들었다. 앤드류 영은 가장 실패한 주유엔 미국 대사로 평가된다.
군 복무를 장교로 했기 때문에 나는 최소한 타임지를 보는 등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지켜 볼 수 있었는데, 카터가 소렌슨을 CIA국장으로 지명하고 앤드류 영을 유엔대사로 임명하는 것으로 보고서 그 때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외교안보 라인에는 진보인사를 쓰는 게 아니다는 것을...
사진 : 유엔주재 대사 시절의 앤드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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