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그리고 의원입법
2020-07-08 11:20 23 이상돈

5월 22일 ·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그리고 의원입법


엊그제 20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130 여건 법안을 처리했다. 내가 대표발의한 자연공원법 개정안도 위원회 수정안으로 통과됐다. '국립공원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하는 내용이다. 이로서 국립공원공단은 물론이고 관련 시민단체의 숙원이 해결됐다.

국회 법안통과율이 낮다고 하지만 이는 국회가 처리할 수 있는 한도를 훨씬 넘어서 법안이 발의되기 때문이다. 의원 보좌진이 이것저것 베끼거나 이익단체가 만들어온 법안을 내는 경우도 많고 정부부처는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법률 개정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는 탓에 법안이 늘어나는 경향도 있다. 알량하게 토씨나 표현을 고치는 법안도 많다. 무엇보다 공천심사 등 의원평가에 법안발의 숫자가 비중을 차지하니까 의원들은 발의 건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환노위에선 가습기살균제 사건 미세먼지 등 큰 이슈가 생기면 엇비슷한 법안이 수십 개가 제출된다. 경쟁적으로 법안을 내다보니 누가 누가 더 쎈 법안을 내는가 경쟁을 하는 형상이다. 10배수 징벌적 배상제 같은 놀랄만한 법조문이 등장하곤 한다. 징벌적 배상제  punitive damage는 미국 판례법에서 형성된 것인데, 그것을 두곤 아직도 논쟁이 많다. 미국 독점금지법이 도입한 3배수 배상 소송 treble damage suit도 마찬가지다. 본산지인 미국에서도 학술적 논쟁이 많은 제도를 우리는 의원 보좌진들이 적당히 만들어 낸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한 법인가.. 구체적인 경우에 피해자 구제는 필요하지만 법은 일반규범이기에 일단 이런 법들이 효력을 발휘하면 기업과 사회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법안도 많을 것이다. 환노위에서 미세먼지와 관련되어 있었던 일이다.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유 엔진을 줄여야 함은 맞다. 그런데 어느 의원이 낸 법안은 항공기에 경유사용을 금지하는 조문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라이트 형제 시절부터 지금까지 비행기에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적이 없다. 디젤엔진은 트럭은 끌어도 비행기를 하늘로 띠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공기에 경유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법안이 제출된 것이다.

법안처리율이 낮다는 기사를 쓰는 언론도 마찬가지로 한심하다. 법률 많이 만들면 국민이 행복해지는가? 제대로 된 기자라면 경유 비행기가 있다고 생각한 코미디 법안을 밝혀내고, 이익단체 앞잡이가 되서 발의된 법안을 비판하고, 이익단체 때문에 좌절된 법안을 지적해야 한다. 그런 노력도 없이 막연하게 법안처리율이 낮다고 떠드니, 한심하지 않은가..

우리 세대는 대학 다닐 때 구스타프 라드브르흐라는 독일 법철학자에 대해 많이 배웠다. 많은 법학자들이 나치에 협력할 때 라드브르흐는 그러하지 않았다. 나치의 독재는 실정법 만능주의가 뒷받침 했던 것이다. 그래서 법률은 프랑켄슈타인 같다고 했다. 일단 괴물이 만들어지면 그 괴물은 스스로 생명력을 갖는다는 말이다. 입법자는 법을 만드는 데 있어 그 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함을 강조한 비유인 것이다.

우수입법의원이 되다 
1979-80년, 한국과 세계에선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