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석포제련소

작성일 : 2020-07-09 08:28조회 : 1,510

5월 24일

석포제련소

경상북도 봉화군 산골짜기에는 영풍그룹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가 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없었을 때 낙동강 최상류지역인 그곳에 제련소 허가가 나간 것이다. 그 지역에는 아연 등 광물이 많아서 일찌기 광업이 성행했다. 광산은 문을 닫았지만 제련소는 꾸준히 조업을 해왔다. 그런 제련소는 원래 오염이 많아서 세계적으로도 공장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영풍이 운영하는 고려아연과 석포제련소는 흑자 우량기업이다.

20대 국회 환노위에 들어가서 나는 이 제련소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그런데 원래 공장이 두개 있었는데, 이명박 시절에 3공장이 불법증축되어 벌금을 내고 사후에 합법화되었음을 알게 됐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니까 낙동강 상류에서 환경운동하는 분들과도 연락이 되어서 국감 때 참조인으로 진술을 하기도 했다.

석포제련소는 그 주변 야산에서 나무가 고사하는 등 문제가 많았지만 지도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지방분권화를 한답시고 환경단속권을 지자체로 이관한 후에는 사실상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런 조치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그 때부터 반대했었다.( 당시 분권화를 밀어 부친 사람은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김병준이었다. ) 2016년-17년간 나는 여러차례 봉화군에 내려가서 현장을 살펴보았고, 그 때마다 환경부 대구청은 경북도와 함께 특별점검을 하는 등 단속의 고삐를 조였다.

석포제련소 아랫쪽 하천에서는 물고기와 물새가 폐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역환경운동가가 거기서 나온 물고기를 일본의 대학 연구소에 보내 검사했더니 카드뮴이 검출되었다는 결과를 보내왔다. 내가 국감 때 그 자료를 제시하고 환경부가 정밀 조사하도록 요구했다. 몇달 후 결과가 나왔는데, 실제로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천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카드뮴이 검출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었는데, 그 전제가 처음으로 무너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지역에서 잡힌 물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고 그 지역에 대한 토양조사를 하는 게 원칙이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기관은 해당 지자체인 봉화군이다. 봉화군이 취한 조치는 하천에서 잡힌 물고기를 먹지 말라는 경고문을 게시한 게 전부였다. 석포제련소는 봉화군 내 가장 큰 일자리이고 세수 원천이니 봉화군은 단속도 조치도 미온적이었다. 게다가 김병준 교수가 청와대에 있을 때 추진한 지방분권화 덕분에 환경부는 조치 권한이 없었다.

그래서 그걸 시정하기 위해 수질수생태계보전법 개정안을 제출해서 2017년에 통과되었다. 이로써 환경부는 지자체에 대해 이런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 있게 됐다. 이 개정법 덕분에 나는 2018년에 우수입법의원 표창을 받았으니, 어느 심사위원이 이런 세밀한 부분을 살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환경부 대구지청은 수시로 석포제련소 단속을 나가서 결국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 처분을 받고 현재 행정소송 중이다. 나는 마지막 국감 때 이런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환경부가 전속 변호사를 고용할 것을 주문해서 결국 그 예산이 추가로 반영되어 환경부는 변호사를 신규로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행정소송에서 석포제련소가 패배하면 제련소는 이전하든가 폐쇄하든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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