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양 풍력단지, 흑산도 공항

작성일 : 2020-07-10 09:56조회 : 1,591

5월 30일 ·

영양 풍력단지, 흑산도 공항

정부가 국책사업 수준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저지하거나 중단시키기는 어렵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항상 공사가 끝나고 나서 부작용이 드러나면 그 때에 시끌시끌해지는게 보통이다. 20대 국회에서 나는 경북 영양군 홍계리에서 허가가 완료되어 진행 중인 풍력단지 공사를 중단시키고,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계획을 공원위원회가 승인하지 못하게 하는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두 사안은 모두 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탓에 환노위에선 이정미 의원과 나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풍력은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서 현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사업이고, 흑산공항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개발사업이었다.

경북 영양군 홍계리는 산간 오지라서 그 지역 국회의원도 한번도 온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나는 거기를 네 차례 직접 가서 현장을 보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었다. 지방환경청이 감독하는 환경영향평가와 지방산림청이 감독하는 산사태 위험 평가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국감 때 주민대표가 증언을 한데다가 환경영향평가에서 다루지 않았던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발견되자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이행에 관한 감독을 쎄게 해서 공사중단 처분이 내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 천성선 터널 문제로 정부가 스스로 공사를 중단한 적은 있어도 환경부가 감독권을 행사해서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 미이행을 이유로 진행 중인 중요한 공사를 중지시킨 경우는 없었기에, 이는 우리나라 환경정책 역사에 기록될 만한 쾌거라고 하겠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차관과 환경부장관은 물론 산림청장까지 현장을 방문했으니 산간오지라고 우습게 보고 공사를 했던 사업자는 혼쭐이 났다. 이 일을 계기로 산꼭대기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려는 시도는 주춤해졌다고 생각된다.

흑산공항은 2018년 여름에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거의 통과될 뻔 했다. 나는 그 문제를 뒤늦게 보게 됐는데, 사업타당성도 황당하게 부풀려져 있었지만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반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사업계획을 훑어보던 중 작은 섬에 경비행기도 아닌 50인승 비행기가 이착륙한다는 게 의심스러웠다. 무엇보다 활주로가 부족해 보였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까 사업자가 도입하려는 프랑스제 ATR이 사고가 빈발하는 기종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국토부는 항공안전 시뮬레이션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도 알게 됐다.

나는 이러한 점을 여러차례 보도자료로 만들고 환경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자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도 안전성이 증명이 안됐는데 국립공원내 개발을 허가해 줄 필요가 있냐는 분위기가 돌아서 반대로 기울었다. 다급한 나머지 국토부는 보완해서 다시 산청서를 내겠다고 후퇴했다. 참으로 한심한 것은 국토부 항공담당 국과장들이 내가 구글로 검색해서 알게 된 것도 모르고 있다가 내가 제기한 문제에 당황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영어 자료만 읽어도 알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한심하지 않은가. 정권과 호남여론을 뒤에 업은 흑산공항은 거의 통과될 뻔 했으나 이렇게 해서 보류되고 말았다. 게다가 흑산공항에 취항한다던 신규항공사가 다른 비리로 사주가 구속되고 회사는 사실상 부도가 나버렸으니, 꼴이 한심하게 됐다.

영양풍력과 흑산공항의 자초지종은 우리 의원실이 발간한 두건의 정책보고서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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