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니애폴리스 흑인시위를 보면서

작성일 : 2020-07-11 08:31조회 : 1,625

6월 1일

미니애폴리스 흑인시위를 보면서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흑인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뉴욕 LA 시카고 마이애미 등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네소타 주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남북전쟁 후 흑인들이 대거 북동부와 중서부로 이주했는데, 흑인들은 겨울이 길고 추운 미네소타까지는 가지를 않았다. 그래서 1960년대까지는 미네소타는 소수인종이 거의 없었고, 지금도 흑인 등 소수인종 비중이 적은 편이다. 미네소타에는 19세기 중반부터 북유럽과 독일계 주민들이 많이 이주해 와서 정착했는데, 이들은 근면하고 종교적이며 또 교육을 중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주민들의 수준도 높은 편이다.

미네소타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이다. 미네소타 출신 정치인들은 민권법 제정에 앞장섰는데, 부통령을 지냈지만 대통령은 되지 못한 휴버트 험프리와 월터 먼데일이 대표적인 미네소타 출신 민주당 정치인이다. 1968년 초, 베트남 전쟁 반대 기치를 제일 먼저 내걸어서 존슨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토록 하는 선풍을 일으킨 진보정치인 유진 매카시 의원도 미네소타 출신이었다. 우리가 빈곤했던 시절 미네소타는 버려진 우리 아이들을 가장 많이 입양해 갔고, 미네소타 대학은 한국 학생들에게 너그러운 장학금을 제공해서 그 동문이 한국 각계에 포진해 있다. 그런 신사적인 곳에서 이번과 같은 일이 생길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CNN 등을 통해 보건데, 이번 시위는 흑인 외에도 백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는게 과거와는 다르다. 하지만 상점을 부수고 약탈을 하는 폭도들은 여전히 주로 흑인들이다. 1965년 LA 폭동 때는 흑인거주지 왓츠가 불탔다. 1992년 LA 폭동 때는 엉뚱하게 코리아타운이 큰 피해를 입었다. 시작은 한결같이 흑인이 백인 경찰에 의해 구타당하거나 사망한 사건이었다. 상점 약탈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타깃 스토어를 부수고 물건을 카트로 실어 나온 후 자기 차에 가져가는, 차 떼기 약탈을 하는 모습도 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은 빈부차이로 설명할 수 없다.

미국에서의 인종과 계층 문제는 그 뿌리가 깊다. 유럽의 하층민이 대거 신대륙으로 건너 와서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낙후된 지역에서 하층문화를 형성하고 살았다.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은 남북전쟁 후 자유인이 됐고 그러자 많은 흑인들이 북동부와 중서부로 올라갔다. 이 같은 흑인들의 대이동은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에 과부하를 일으켜서 다른 나라 대도시에는 없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야기했다. LA 남부, 시카고 남부, 뉴욕의 브루클린 등 곳곳이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1980년대부터는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작금의 시위와 폭동이 빈부 차이가 심해서 그렇다거나 인종차별이 여전해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어 이루어진 나라 미국은 밖에서 보기는 평등한 기회의 나라이지만 실질은 태생적으로 계층 class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다.

그러면 미국 정부는 손 놓고 있었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소수인종은 대학입학과 취업에 혜택을 입지만 그것은 거기에 도달한 사람들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미국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2년제 직업대학 community college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파괴된 가정에서 태어난 하위계층은 고등학교 졸업도 포기하는 상황이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다. 징병제가 있을 때는 군대가 안전판을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이제 군은 전문가 집단의 영역이 되고 말았다. 인종과 계층은 다루기가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그러니까 문제의 본질을 보기 보다는 표면에 보이는 문제에만 천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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