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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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와 김정은
작성일 : 2020-07-16 07:32조회 : 1,595
6월 15일
트럼프와 김정은
근래에 미국에선 이런 조크가 있다. 제임스 뷰캐넌이 지하에서 웃을 것이라고.. 제15대 대통령 뷰캐넌은 링컨 바로 앞서 4년간 대통령을 지냈다. 앤드류 잭슨을 추종했던 민주당원으로 대사와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지냈고, 멕시코와 전쟁을 한 제임스 포크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나름대로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1860년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같은 당의 스티븐 더글라스를 싫어한 그는 자신의 부통령이던 존 브레킨리지를 지지해서 결국 민주당이 북부와 남부로 갈라져서 이들이 각각 출마하도록 방치했다. 그 결과로 공화당 후보인 링컨이 일반투표 39.8%를 얻고도 당선하게 되어 남부 주들이 연방탈퇴를 선언하게 되었다. 당시는 대통령 선거는 11월 초이지만 대통령 임기 시작은 3월 초라서 링컨이 취임하기 전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뷰캐넌은 남북이 분열로 치닫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정이 그러했으니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엔 남부 주들이 이미 불가역적으로 연방탈퇴를 결정한 후였다. 그래서 남북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 4개월을 그냥 보낸 뷰캐넌을 미국 최악의 대통령으로 뽑는데 역사학자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런데, 드디어 트럼프라는 희대의 대통령이 임기 내내 미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꼴등을 했던 뷰캐넌을 물리치고 꼴등 기록을 경신하게 되어서 땅속에 누워있는 뷰캐넌이 웃는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비핵화와 남북화해라는 매직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했고, 그 덕분에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돌이켜보면 우스운 일이었다.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도와주었으니 그것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당시 우리 여권은 트럼프가 파격적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남북간 파격적 해결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기대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는 분명해졌다.
작년 여름에 한미일 의원회의로 워싱턴에 갔을 때 80년대 말부터 오래 알고 지낸 미국 친구 둘을 몇 년 만에 만나게 됐다. 한 친구는 환경변호사로 여러 가지 환경관련 컨설팅을 하다가 은퇴한 민주당 지지자이고, 다른 친구는 상무부와 통상대표부에서 오래 일했던 통상변호사로 공화당 지지자인데, 나는 이들과 각각 저녁을 같이 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나한테 똑 같은 이야기를 했다. 왜 너희 대통령이 두 멍청이 two idiots와 어울리느냐는 것이다. 두 멍청이는 물론 트럼프와 김정은을 두고 하는 말인데, 그게 미국 주류사회가 보는 트럼프와 김정은이다. 함께 어울리면 결국 같은 부류가 되는 수가 있다. 멍청이와 어울리면 자기도 멍청이가 된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더 늦지 않게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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