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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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전 참전 미국 의원
작성일 : 2020-07-20 19:22조회 : 1,772
6월 25일
한국전 참전 미국 의원
우리나라 국회에는 이제 6.25 한국전쟁 참전은커녕, 6.25를 어릴적에 겪어 본 의원도 거의 없다. 겪지는 않더러도 제대로 이해는 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의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미국 의회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하원의원이 있었으니, 놀랍지 않은가. 2017년 초에 은퇴한 찰스 랜절 Charles Rangel 하원의원이다. 1930년에 뉴욕 할렘의 빈한한 가정에 태어난 흑인인 랜절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막일을 하다가 육군에 입대했다.
한국전이 발발하자 그는 2사단 흑인부대(한국전쟁 당시만 해도 해병대는 백인과 흑인이 통합되어 있었지만 육군은 사단 내에 흑인연대, 흑인대대를 별도로 두었다. 장교는 백인이고 사병은 흑인이었다.)에 배속되어 낙동강 전선에서 북진해서 평안도까지 울라갔다. 그러다가 중공군에 포위되서 2사단 전체가 전멸하다시피 하자, 랜절 일병은 부상을 당했음에도 동료 수십명을 이끌고 먼거리를 탈출하는데 성공해서 훈장을 받았다.
랜절은 귀국 후 참전용사 장학금으로 대학과 로스쿨을 나왔고, 1971년에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서 2017년 초 은퇴할 때까지 23선으로 무려 46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그는 한국 국회의원이 워싱턴에 오면 언제든 반갑게 맞아준 최고의 친한파 의원이었다고 한다. 한미 의원협회를 오래 이끌어 왔던 정세균 전 의장(지금은 총리)과 함께 작년에 워싱턴 회의에 갔을 때 정 의장은 랜절 의원이 은퇴해서 아쉽다고 하셨다.
미국도 참전은커녕 군대를 다녀온 의원이 갈수록 드물어져가고 있다. 미국이 징병제를 유지했더라면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벌써 끝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의원들이 자기 자식들이 전쟁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을텐데, 요새는 자식이 군대에 가있는 의원이 도무지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동의안을 의회가 표결할 때도 자기들 자식은 전쟁에 안나가니까 찬성했다는 비아냥이 돌기도 했다. 반면에 장학금을 얻어 공부하겠다고 주 방위군에 등록했다가 졸지에 현역으로 소집되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경우도 많았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지만 랜절 의원처럼 역경을 극복하고 큰 일을 이루어낸 인간승리도 있지 않은가.
사진: 찰스 랜절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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