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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올리버 P. 스미스 장군 1893-1977
작성일 : 2020-07-21 08:16조회 : 2,286
6월 27일
올리버 P. 스미스 장군 1893-1977
우리는 흥남 철수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만 정작 흥남철수가 이루어지게 된 장진호 전투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 만일에 중공이 의도한 대로 중공군 9병단이 맥아더의 무모한 명령에 따라 개마고원 깊숙히 진격한 미 해병 1사단을 궤멸시켰더라면 흥남에서 군인이고 민간인이건 간에 철수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함께 10군단을 구성했던 한국군과 미 육군 병력은 전멸했지만 올리버 스미스 Oliver P. Smith 소장이 이끄는 해병 1사단이 혹한 속에서 중공군 몇개 사단을 물리치고 흥남으로 철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민간인도 같이 철수할 수 있었다.
2000년 전후로 한국 전쟁에 관한 책이 여럿 출간됐는데, 그 중 장진호 전투를 다룬 <브레이크 아웃>을 특히 감명깊게 읽었다. 이를 2001년 2월에 조선일보 해외서평란에 소개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 후 그 책은 번역되어 출간됐다. 그 때 국내 기사 검색을 해 보았더니 장진호 전투에 대한 기사는 전혀 없다시피 했고 스미스 소장은 검색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 후에도 나는 올리버 스미스 소장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는데 , 2009년에 스미스 장군의 일대기인 <조국과 해병대를 위하여>For Country and Corps(아래 사진)가 출간됐다. 얼른 주문해서 읽고, 요약해서 내 블로그에 올려 놓았더니 제법 클릭 수가 많았다. 책의 저자는 스미스 장군의 외손녀인 게일 쉬슬러 여사였다.
책을 출간한 미 해군 연구소 사이트에 책에 대한 소감 같은 것을 올리는 공간이 있어서, 간단한 독후감과 한국을 구해준 미 해병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적었다. 그랬더니 며칠 후 쉬슬러 여사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자기의 외조부에 대한 관심과 해병대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려 준데 대해 감사하다면서, 자기는 워싱턴 근교의 버지니아에 산다면서 혹시 워싱턴에 올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2010년 여름, 버지니아에 갈 일이 있어서 쉬슬러 여사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렇게 해서 우리는 버지니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미스 장군은 딸이 둘 있었는데, 쉬슬러 여사의 어머니인 둘째 딸은 육군 항공장교와 결혼했다. 그는 2차 대전 중 남중국 상공에서 폭격기를 몰고 작전하던 중 일본 군 포화에 격추돼서 전사했다. 쉬슬러 여사는 이렇게 해서 아버지를 만나보지 못한 유복자로 태어났다. 당시 스미스 장군은 해병 1사단 부사단장으로 펠리우 섬 상륙작전 등 치열한 태평양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고, 사위는 남중국 상공에서 산화한 것이다.
스미스 장군은 아버지가 없이 자라는 외손녀를 각별히 아꼈고 한국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고 한다. 쉬슬러 여사는 캘리포니아의 명문 대학인 스크립트 칼레지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다가 은퇴하고, 꼭 하고 싶었던 외조부의 전기를 쓰고 위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고 했다. 남편도 해병장교로 베트남 전쟁에 탱크 부대를 이끌었다고 했다. 한국에 와 본 적이 있냐고 물어 보았더니, 그럴 기회가 없었고 한국인과도 교류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쉬슬러 여사를 만난 게 벌써 10년 전이다. 사진 왼쪽은 2013년 여름에 나온 책인데, 한국전에 참전한 미 해병 1사단에 대해 쓴 칼럼, 서평 등을 엮은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쉬슬러 여사와 나눈 대화를 실었다. 쉬슬러 여사도 이제 75세를 넘겼으니,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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