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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을 얻지 못하는 개헌론

작성일 : 2020-08-04 22:04조회 : 1,850

7월 24일 ·

동력을 얻지 못하는 개헌론

박병석 국회의장이 취임사에서 개헌을 이야기 했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20대 국회 초에는 정세균 의장이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서 결국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됐었다. 1987년 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곧 이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져서 정국은 탄핵으로 흘러갔고 대선 주자측은 개헌에 미온적이었다.

박병석 의장도 개헌특위 위원이었고 열심히 참석했던 의원이었다. 나 역시 위원으로 열심히 참석했다. 민주당 위원이었던 이언주 의원도 열심히 참석한 의원이었다. 대체로 이야기해서 의원내각제에 근거한 분권형 정부와 양원제가 개헌론자들의 지배적 견해였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개헌론은 급속히 힘을 잃어 버렸다. 문재인, 안철수 모두 대통령제를 바꾸는데 반대했다. 모두 자기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마쳤다면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나는 또한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그냥 버텼으면 어떻게 됐을지는 알 수 없다. 질질 끌어서 넘어 갈수도 있었다고 보기도 하지만 촛불시위가 횃불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나 한다.

왜 대통령제에 반대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경력과 능력 보다는 이미지와 스토리, 광적인 팬덤에 의해 선출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적활동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별안간 대통령 후보가 되고 또 대통령이 되지 않는가. 또한 의회의 여당이 정당을 통해 갈수록 대통령에게 예속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본다.

의회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어느 학자는 이를 대통령의 컬트 cult라고 표현했다. 2008년에 나온 책인데 그 후 미국은 오바마와 트럼프라는 극과 극을 오가는 대통령을 경험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노무현과 이명박, 박근혜와 문재인을 대비해 보면 시계추가 좌우로 크게 흔들려왔음을 보게 된다. 대통령이란 추가 이렇게 크게 흔들려도 의회라는 추는 가운데서 덜 흔들려야 하는데, 의회가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대통령을 따라 가고 있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회의 견제가 무력화되면 대통령은 오직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만 보고 나가게 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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