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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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과 정권
작성일 : 2020-08-07 08:03조회 : 2,216
7월 28일
검찰과 정권
정권과 검찰 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나는 우리 검찰이 지나치게 거대한 조직을 갖고 있고 너무나 큰 재량을 갖고 있어서 문제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공수처는 결코 문제를 푸는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지난 번 국회 표결 때 기권을 해서 사실상 반대임을 표명했다.
나는 형사법을 깊이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제도 개혁을 논할 때는 왜 검찰총장이 있어야 하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검찰 제도의 모체인 과거 일본 그리고 과거 독일은 황제가 있었던 의원내각제 국가였고, 지금도 두 나라는 의원내각제 국가다. 의원내각제 정부에서 법무장관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검찰은 독립이 보장되어야 했다. 그래서 검찰총장이 필요하고 그 독립이 보장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면서도 의원내각제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는 정부인데, 그러다 보니 두 제도의 나쁜 점들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장관감을 못 구해서 정치인 장관이 많아졌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정치인 장관이 들어선 법무부에서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누구 쪽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눈뜨고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법무장관 명칭이 Secretary of Justice가 아니라 US Attorney General이다. 법무부 Department of Justice라는 부처가 공식적으로 생긴 것도 1870년이니까 건국초부터 있어온 국무부와 재무부에 비해 거의 한세기가 늦은 편이다. 법무장관은 각료급으로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며, 차관 차관보 등도 마찬가지다.
법무부 휘하에는 연방지검이라고 할 수 있는 부서가 미국 전역 93개 지역에 있는데, 지검장 US Attorney이 이들 조직을 이끈다. 연방지검장은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서 임명한다. 이들은 관할구역 내의 연방법 사건을 기소하며 각종 소송에서 연방정부를 대표한다. 이들이 기소에 필요한 수사를 직접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FBI 등 연방수사기관과 공조를 한다. 임기는 4년이며, 대통령은 임기 중에도 해임할 수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임기는 존중된다.
과거에는 이들을 US District Attorney라고 불렀는데, 뉴욕시 같은 중요지역을 관장하는 연방검사장은 막강한 자리다. 9.11 테러 때 뉴욕시장이었던 루디 쥴리아니는 뉴욕시를 관장하는 지역의 연방검사장으로 조직범죄 소탕 등을 통해 명성을 얻어서 뉴욕 시장이 됐다.
미국 법무장관은 지검장에 정책방향은 제시할 수는 있지만 수사와 기소 등은 전적으로 지검장의 독자적 권한이다. 통상적인 범죄를 기소하는 각 주의 법무장관 및 지방정부의 지검장은 대개 선거로 선출한다. 지검장 District Attorney으로 명성을 얻으면 시장 등 선거직에 진출하기도 한다. 1948년 대선에서 트루먼을 떨어뜨릴 뻔 했던 토머스 듀이는 뉴욕 지검장으로 마피아와의 전쟁을 벌여서 유명해 졌고 그 후 뉴욕 주지사를 지냈다.
그러니까 연방이든 지방정부든 미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검 고검 지검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검찰조직은 없는 셈이다.
한 나라의 제도는 정착이 되면 그것을 고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혁을 한답시고 공수처 같은 제도를 추가하면 더욱 괴상해지기 마련이다. 요새 보자면, 대통령제의 나쁜 점과 의원내각제의 나쁜 점, 즉 관료의 단점과 정치인이 단점이 합쳐져서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는 형상인데,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모습도 그런 구조적 모순의 단면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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