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앙하천관리위원회 (계속)

작성일 : 2020-08-24 08:12조회 : 2,676

8월 17일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이야기를 이어서 하고 마치고자 한다.

4대강 사업을 위한 4대강 하천기본계획 개정안이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 상정될 즈음에 중앙하천관리위원회는 위원수가 늘었고, 위원회를 유역별로 구성해서 위원들을 배정했다. 이런 변화가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함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여하튼 이렇게 되니까 윤용남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을 통과시킨 위원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지는 않게 됐다.

나는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에 배정이 되었는데, 오래 전부터 알던 건설기술연구원의 김승 박사가 나와 함께 배정됐다. 나한테는 고교 후배이기도 한 김 박사는 4대강 사업을 심의 통과시킬 회의에 가서 이야기라도 하자고 했으나 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하고 불참했다. 김승 박사는 4대강 사업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음을 심의 의견서로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몇 사람 빼고선 모두들 이처럼 참담한 심정이었다.

중앙하천위원회 위원장이던 윤용남 고려대 명예교수는 나보다 10년 연상이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공학 박사를 한 원로학자로, 위원회에서 나와는 가까이 지냈다. 윤 교수는 학계원로로 영향력도 컸고 위엄도 있었다. 윤 교수는 물론이고 정상적인 전문가라면 4대강 사업이 터무니 없는 짓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윤 교수 같은 원로학자는 왜 나 같이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가 없었나 하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나는 묶인 데가 없는 사람이지만, 수자원 학자들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고려대, 그리고 선우중호 전 서울대 총장을 필두로 콜로라도주립대 동문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게 수자원 공학 인맥이다. 건교부 간부로부터 사무관, 수자원공사, 서울대와 고대를 필두로 한 학계, 도화 유신 삼안 등 설계회사, 현대 삼성 코오롱 등 엔지니어링 회사에 이르기까지 묶여 있는 거대한 생태계이며, 그 생명줄은 정부 예산이기 때문이다. 정부 연구비와 용역비, 사업비가 없으면 대학 연구실에서 설계회사, 엔지니어링회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을 닫게 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황당한 4대강 사업이라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무슨 반대와 비판이 있어도 이명박은 이걸 밀고 나갈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반대는 의미가 없다, 다만 앞장 서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지배했던 것이다.

그러면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심 아무개, 박 아무개 등은 어떻게 된 사람들인가, 의아할 것이다. 내 답은 이렇다. 그들은 그 동네에서도 일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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