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작성일 : 2020-08-24 08:13조회 : 2,389

8월 18일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국민소송이란 게 있었음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그 국민소송단의 공동대표를 내가 맡았었습니다. 그런 지위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그걸 맡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사람이 살다 보니까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떤 자리를 맡아야 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4대강 사업이 위법하다는 논리는 대략 세가지였습니다. 첫째,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를 안 했고, 둘째, 환경영향평가를 부실하게 하고 조작했으며, 셋째 4대강 사업을 하기 위한 하천기본계획이 상위계획에 위반된다는 것이지요.

나는 그 때 세번째 근거에 크게 기대했었는데, 법원은 간단하게 무시해 버렸습니다. 하천관리에 있어서 최상위 계획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며, 그 아래에 유역치수계획이 있고, 그 아래에 하천기본계획이 있습니다. 하위 계획은 상위계획에 근거해야 하니까, 하천기본계획이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나 해당 유역의 치수계획을 위반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내가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낼 때인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새로히 채택됐는데, 과거와는 달리 자연친화적 하천관리, 수자원 수요관리, 하천복구, 천변 저류공간 확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즈음 개정된 하천법과 맥을 같이 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논의될 때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서 같이 위원을 지내던 누구누구 박사들도 준설이니 보니 하는 것을 설치하려면 수자원장기종합계획부터 수정해야 할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건교부 장관은 하천기본계획 개정만으로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여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법정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휴지가 되어 버렸고,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이 마치 최상위 계획이 되버린 겁니다.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은 거의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천기본계획 개정에 동의했던 것이지요.

우리 국민소송단은 이 점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하천관련 계획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 주장을 간단하게 배척해 버렸습니다. 이는 우리 행정법 및 독일 행정법의 계획 이론을 정면으로 무시한 판결이었습니다.

2006년 수장기계획은 하천관리의 헌법이고, 4대강 사업은 그것을 파괴한 것입니다.
그것을 지금 보니까 4대강사업 추진본부장을 지낸 심명필 교수가 수장기계획 협의체 전문가로 등재가 되어있음을 보게 됩니다. 심명필 교수는 2006년에 나온 수장기계획에 참여했는데, 불과 2년 후 수장기계획을 뒤집어 엎어버린 4대강 사업 추진본부장을 지내면서 온갖 궤변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와 그 때 부본부장을 지낸 차윤정 박사는 한국 지성사에 길이 남을 겁니다. 나쁜 것의 표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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