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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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운하 망령은 살아있다
작성일 : 2020-08-25 08:23조회 : 2,243
8월 19일
대운하 망령은 살아있다.
2007년 들어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뜨거워질 때 이명박 측이 경부운하를 들고 나와서 나는 저런 황당한 공약을 들고 나왔으니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가 되겠구나고 생각했다. 당연히 주류 언론들이 '21세기에 무슨 운하냐 ?'하고 비판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그 운하계획을 홍보하고 나서서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 즈음 주로 진보성향 교수들이 이러다간 큰 일이 나겠다고 해서 만든 모임이 운하반대교수모임이었다. 나는 그 멤버들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운하가 뭔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미시시피 강 하류 복잡한 물길을 간간히 잇기 위해 만들어 놓은 보트가 다니는 물길인 운하, 해수면 보다 낮은 도시를 건설한 탓에 필요한 배수를 위한 운하 drainage canal를 익히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버지니아 등지를 여행하던 중 곳곳에 버려진 운하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한때 시카고와 뉴욕을 이어서 중서부 경제를 일으킨 이리 운하가 철도 건설로 쇠퇴해서 한가한 관광객들의 볼거리로 전락했다는 정도는 상식이었다. 운하를 몰락시킨 철도도 고속도로 건설 후 수익성이 나빠져서 철도회사 앰트랙Amtrak은 부도 위기에 몰려서 구제금융을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었는데, 21세기 한국에 무슨 뚱단지 같이 운하 타령이 나오는지, 기가 막혔다.
그래서 문경새재를 배로 넘어가는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미친 집단은 몰락하고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되겠구나 했더니, 황당하게 그 운하파가 경선에서 승리해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보수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측은 한반도대운하연구회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나름대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700쪽 가까이 되는 책자로 만들어서 2017년 11월, 대선을 한달 앞두고 발간했다.
나한테도 한부를 보내주었는데, 그것은 내가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책자는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자기들이 보기에도 챙피했는지, 아니면 2008년 촛불시위 후에 대운하를 포기한 후에 필요치 않아서 폐기했는지는 알 수 없다.
책의 날개에는 자랑스러운 집필자 명단이 있다. 거기에는 낯익은 이름이 많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비서실장과 수석을 지낸 유우익 곽승준 교수, 토목/ 수자원 학자인 조원철 송재우 신동호 이시진 교수, 운하에 보트가 다니면 스쿠류 때문에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한 박석순 교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해 준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원장을 지낸 박태주 교수 등이다.
망각은 모든 악을 덮어버리는 근본원인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한반도대운하의 망령은 지금도 통합당에 멀쩡히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이재오가 그것을 웅변으로 증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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