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성일 : 2020-09-22 08:29조회 : 1,854

9월 9일

<The Buck Stops Here>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좌진은 그들이 모시는 의원들을 '심기 보좌'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의원의 가족문제, 자금 문제 등을 알아서 헤아려 처리하고, 무슨 일이 나중에 불거지면 보좌진이 알아서 한 일이고 의원은 몰랐다는 식이다. 유신정권과 5공화국 때 차지철과 장세동이 했던, 각하에 대한 '심기 경호'를 떠올린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또는 국회의원이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자세가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2차 대전이 막바지일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하자 부통령이던 해리 트루먼이 대통령이 됐다. 루스벨트는 재임 중 부통령을 세명 두었는데, 그는 부통령을 백안시해서 부통령은 상원 사회나 보고(미국 헌법은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저기 장례식이나 참석하는게 주된 일과였다. 그런 상태에서 전쟁 도중에 별안간 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그 때 기분을 "하늘에서 모든 별들이 자기를 향해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트루먼은 부통령이 되기 전에 상원의원을 지냈지만 천성적으로 소탈하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주변의 훌륭한 사람들의 견해를 존중했지만 원자폭탄 투하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그 책임이 자신에 있음을 알았던, 매우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서 트루먼의 고향 포커 친구가 <The Buck Stops Here>라고 쓰인 책상 팻말을 트루먼에게 보냈다. 트루먼은 집무실 책상위에 그걸 놓아서 누구든지 볼 수 있게 됐다. 그 팻말의 뒷쪽은 <I'm from Missouri>라고 쓰여 있었으니, 고향 미주리를 잊지 말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Buck은 포커를 할 때 돌리는 패라는데, 다음 사람에게 돌리지passing 말고 멈추어서 stop 해결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 트루먼은 친구가 보내 준 이 구절을 좋아했다. 트루먼은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결정을 해야 하며, 다른 데 미룰 수 없다는 말을 종종했다. 그래서 The Buck Stops Here라는 구절은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트루먼이 자기 멋대로 결정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출신도 학력도 그저 평범한 그는 조지 마셜, 딘 애치슨 등 당대의 거물을 장관으로 기용했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트루먼은 또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오마 브래들리를 육군참모총장 등 요직에 임명했다. 트루먼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트루먼은 궁국적인 책임은 대통령인 자기에게 있음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에게는 그것을 일깨워준 고향친구가 있었다.

요즘 법무부와 검찰 사태를 보고 있자니 이 나라에는 국정 책임자가 없는 것 같아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트루먼의 고향 친구가 새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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