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NN, Fox News, MSNBC

작성일 : 2020-09-24 08:10조회 : 1,885

9월 11일

CNN, Fox News, MSNBC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은 CNN, Fox News, 그리고 MSNBC가 있다. CNN은 1980년에 테드 터너가 세웠는데, 1980년대는 CBS, ABC, NBC 3대 공중파 네트워크에 밀려서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24시간 뉴스를 한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CNN은 1991년 걸프 전쟁 현장중계로 단숨에 시청률이 폭증해서 뉴스채널로 성공했다.

루퍼트 머독이 세운 폭스 뉴스는 1996년에 방송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을 위한 채널로 시작했다. 그 때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라서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과 힐러리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을 파헤치고 증폭시켜서 개국하자마자 시청률이 폭발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기존 미디어가 진보 성향이라서 출연자도 주로 진보성향 인사인 탓에 보고 싶은 채널이 없던 보수성향 시청자들을 상대로 한 폭스 뉴스는 큰 인기를 끌었다.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빌 오라일리 Bill O'Reilly 가 진행하던 프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를 오랫동안 달렸고, 숀 해니티 Sean Hannity, 로라 잉그레이엄 Laura Ingraham 같은 진행자들이 미디어 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로라 잉그레이엄은 다트머스와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인데, 2000년에 힐러리의 가식과 위선을 파헤친 베스트 셀러 책을 펴내서 유명해졌다. 힐러리가 끝내 대통령이 되지 못한 데는 로라 잉그레이엄 같은 힐러리 비판자들이 펴낸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든 것만도 열권이나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하튼 폭스 뉴스는 클린턴 부부 등 진보 정치인들의 위선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서, 2000년 대선에서 조지.W. 부시가 당선되는 기반을 조성했다. 지금도 폭스 뉴스는 케이블 뉴스 시청률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CNN과 달리 확고한 고정 시청자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NBC가 합작 출자한 MSNBC도 1996년에 방송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정치적 편향성을 띄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05년부터 케이스 올버맨 Keith Olbermann을 앞세운 시사프로를 필두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보수논객들을 비판하면서 진보 성향을 확실히 한 후에 고정 시청자층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재미있는 것은, 폭스 뉴스는 클린턴 정부가 각종 스캔들에 시달릴 때 보수 방송으로 개국해서 성공했고, MSNBC는 부시 정부가 이라크 전쟁에 실패하는 등 말기에 접어들 때 진보 방송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역시 언론은 정부를 조지는 포지션을 취해야 인기를 얻는 법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래도 중립적이던 CNN마저 트럼프와 공화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니까, MSNBC는 더욱 더 쎄게 트럼프를 몰아 붙이고 있다. 그런 MSNBC의 대표진행자가 레이첼 메도우 Rachel Maddow인데, 스탠포드와 옥스포드를 졸업했다. 폭스뉴스에 로라 잉그레이엄이 있다면 MSNBC에 레이첼 매도우가 있는 셈인데, 두 사람 모두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책도 펴내는 등 기초 실력이 탄탄하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요새는 트럼프가 엉망이 되어서 폭스 뉴스는 곤혹스럽게 되어 버렸고, 레이첼 메도우는 매일 매일 속사포로 트럼프를 짓이기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낙선하고 나면 레이첼 메도우는 무얼 갖고 프로를 진행할지, 그게 궁금하다.

여하튼 지금도 시청율 1위는 폭스뉴스이고, 종합 2위는 CNN이다. 그런데, 프라임타임만 갖고 본다면 폭스 뉴스가 1위, MSNBC가 2위이다.

미국 방송은 이렇게 진보면 진보, 보수면 보수로 색깔을 낼 수 있다. 우리나라 종편에서 보는 것처럼 여야 또는 보수 진보 패널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없다. 미국은 1987년에 방송에서의 공정성 fairness doctrine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공정성 요건이 방송사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며, 시청자/청취자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점이 우리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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