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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 10. 28~11. 2 국민의당
작성일 : 2020-09-28 21:56조회 : 1,676
2016년 10. 28~11. 2 국민의당
2016년 10월 24일 Jtbc 보도와 그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후 각 정당은 대응방안 마련에 부산했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나는 최순실 사태 때문에 긴급하게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여러 의원들이 발언을 했는데, 추이를 보아가면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역풍이 불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한 의원도 있었다. 나는 발언권을 얻어서 “현 여권을 아는 사람으로서, 나는 현 정권이 보기보다 취약하다”고 간단히 한마디를 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비대위원장 문제로 심각한 내홍에 빠져 있었다. 2016년 6월 말, 이른바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때문에 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난 후 원내대표이던 박지원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겸해 왔는데, 그 기간이 4개월이 되어 가고 이듬해 초 전당대회가 다가와서 박지원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박지원 의원도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전당대회까지 누가 비대위원장을 하느냐이었다.
호남 다선의원들은 김동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자 했다. 그러자 안철수 전 대표가 외부인사를 영입하자고 태클을 걸어서 사정이 복잡하게 된 것이다. 언론에는 안 의원이 비례초선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렇게 했다고 났는데,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안 의원으로부터 어떤 연락을 받지 못했다. 만만한 의원 몇몇과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새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까지 3개월 동안 하는 것이니까 구태여 외부인사를 영입할 필요는 없는데, 안 전 대표가 고집을 피워서 풍파가 일어난 것이다.
안 전 대표가 내어 놓은 카드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였다. 김 교수가 수락을 하자 안 전 대표는 10월 26일에 박지원 비대위원장에게 통보했다는데, 그 소식이 전해지자 호남 다선의원들은 당연히 반발을 했다. 10월 28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차기 비대위원장 선정을 다음 달 7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나라 전체가 최순실 사건으로 들끓는데, 이런 엉뚱한 일로 국민의당은 내분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김병준 교수를 안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민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전 대표는 호남 다선의원이 비대위원장을 하는 것이 싫어서 그랬을 것이니, 당사자인 호남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나는 김병준 교수를 별로 평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김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할 때 지방분권을 한답시고 환경부가 하던 지도단속권을 지자체로 아예 이관을 해서 그 후로 환경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온 나라가 오염으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김병준 교수가 이른바 거국총리로 임명될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10월 29일에 김 교수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고, 총리직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입수한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김병준 카드는 재고되어야 하고 계획대로 11월 7일에 후임 비대위원장을 뽑을 것이라고 11월 1일에 발표했다.
김병준 교수가 안철수 의원한데 비대위원장을 수락했음은 확인이 되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김 교수를 직접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교수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10월 28일 ‘당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며 ‘말하자면, (당이)어려움에 처해 있으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10월 28일자 헤럴드경제) 그랬던 김병준 교수는 10월 3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이렇게 공백 상태인 게 걱정"이라면서 총리 제의시 수락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11월 1일자 뉴스1) 말하자면, 국민의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서 비대위원장을 하려고 했는데, 이제 공백상태가 된 정부가 더 걱정이 되어서 총리를 하겠다는 이야기이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11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병준 교수를 신임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총리를 제멋대로 임명했다고 즉각적으로 비난했다. 국민의당도 박근혜 대통령의 독단적인 조치라면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은 한층 더 격앙된 분위기였다. 김병준 교수에 대한 경멸과, 그런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불러오겠다고 해서 파문을 일으킨 안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이 비등했다. 광주의 한 중진 의원은 "외연 확장을 하겠다며 무리하게 김 교수 영입을 추진했던 안 의원으로서는 당내에서 입장이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11월 3일자 조선일보) 11월 3일자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정배 의원은 “김병준 카드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제로"라며,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기습개각을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는 '김병준은 너희 정부 인사 아니었느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에게는 '그래, 당신이 비대위원장 시키려고 한 사람 아니냐' 그렇게 던져 놨다"고 김 교수를 총리에 지명한 노림수를 꼬집었다. 박 대통령, 김 교수, 안 전 대표를 한꺼번에 엮어서 비난한 셈이다.
11월 2일 오후, 안철수 전 대표는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한 성명을 내어 놓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갑자기 박 대통령에 대해 강공을 피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손병관 기자(오마이뉴스)는 이렇게 썼다. “(국민의당의 한) 중진의원은 - - 무리한 일을 벌인 안 전 대표가 '미안하다' 말 한마디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안 전 대표가 2일 오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으로 강공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 의원들이 많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김병준이) 영향을 안 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더 이상하게 보이니 가까운 의원들이 더 세게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 11월 3일자 기사)
안철수 전 대표가 박근혜 퇴진 운동을 열심히 벌이게 된 데는 김병준 파동의 영향이 분명히 있었다. 야3당(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김병준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청문 자체를 거부했고, 일주일도 안돼서 김 교수는 창성동 청사에서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김 교수를 총리로 지명한 사건은 야3당이 탄핵 절차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계기가 됐다. 안철수 전 대표는 촛불시위에 열심히 참가했고, 박근혜 탄핵 가두서명 운동도 벌였다. 그렇게 모은 작은 트럭 한 대 분량의 서명지를 헌법재판소에 보냈는데, 헌재가 그걸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병준 교수는 그 후에 그렇게 하고 싶던 비대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서 반년 동안 했다. 또 다른 국민의당의 대표가 된 안철수는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꾼 정당에 들어가지 않겠나는 추측이 있는데, 지난 일을 되돌아보면 우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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