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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 탄핵 미스터리
작성일 : 2020-10-01 14:15조회 : 1,699
박근혜 탄핵 미스터리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은 박 대통령이 헌재가 이를 기각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대목이다. 통진당에 대해 해산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니까 그 헌재가 나를 파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안이하고 한심한 생각인가. 국회가 재석 2/3 찬성을 훨씬 넘는 234명 찬성으로 탄핵을 결의했다면 헌법재판소도 그 영향을 당연히 받는다.
박 대통령에 대해 제기된 탄핵 사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제기됐던 것과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데, 그것을 몰랐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상황에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스스로 거취를 정했다면 자신에 대한 형사소추는 피할 수 있었고,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분열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퇴하는 대통령을 향해 동점심이 일어서 정국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최순실 태블릿 사건 후 박 대통령은 닉슨처럼 스스로 사퇴하는 게 낫다고 방송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최순실이 미르 재단 의혹을 넘어서 대통령 연설을 주물렀다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누구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인데, 대통령 본인과 그 주변은 그런 판단을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워낙 말이 적어서 주변에 무얼 물어 볼 때면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만을 묻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니 대통령한테 정국과 민심의 흐름을 전달할 사람도, 그런 창구도 없었을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닉슨 대통령은 사임을 했다. 미국은 탄핵심판을 상원이 하게 되어 있는데,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2/3는 못되었다. 그 때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을 위시한 공화당 원로와 지도부가 백악관을 방문해서 미국과 공화당을 살리기 위해 당신이 사임하는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닉슨은 사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닉슨이 사임함에 따라 대통령이 된 제럴드 포드는 닉슨을 사면했다. 그 조치는 국민들 사이에선 인기는 없었으나 과거를 털어버린 용기 있는 결단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사전에 사면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끝나기 전에 사면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차원에서 같은 효과가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병준 총리 임명으로 그런 기회는 차단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우리가 오늘날 익히 알고 있다. 전직 대통령을 단죄하다 보니 전 정권 관련자에 대해서도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들에 대한 재판은 오늘날까지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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