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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1933 -2020)
작성일 : 2020-10-01 20:44조회 : 1,731
9월 19일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1933 -2020)
미 연방대법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이 87세로 사망했다. 미국 헌법을 공부한 사람에겐 대법관이기에 앞서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로서 양성평등에 관해 선구적 연구를 한 학자로 각인되어 있다. 나 역시 긴wm버그 교수의 논문을 감명깊게 읽었고, 1983년에 나온 나의 첫 책 <미국의 헌법과 연방대법원>의 양성평등 부분은 긴스버그를 많이 인용했다.
하버드 로스쿨은 1950년에 비로서 여학생을 입학시켰는데, 유태인인 긴즈버그는 하버드 로스쿨을 다니다가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컬럼비아 로스쿨로 전학을 했다. 컬럼비아는 하버드 보다 개방적이었는데, 긴wm버그는 1959년에 수석으로 졸업했다. 미국 통합상법전을 기초한 소야 멘치코프 Soia Mentschikoff는 1937년에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했으니, 여성에 대해선 하버드가 매우 보수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컬럼비아 로스쿨 학장이고 유태인인 저명한 헌법학자 제랄드 건서 Gerald Gunther에 힘입어 수석졸업생인 긴즈버그가 재판연구관으로 간신히 취직을 했다니, 여성에 대한 벽이 높았던 것이다. 긴즈버그는 럿거스 로스쿨 교수가 됐는데, 자기는 헌법을 가르치고 싶다고 하니까 학장이 그런 건 여자가 하는 게 아니라면서 민사소송법을 담당하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1972년에 모교 컬럼비아로 옮긴 후에 긴즈버그는 '성차별'이란 교과목을 개설했고 교과서를 펴냈다. 이렇게 긴즈버그는 성차별과 양성평등에 관한 학문분야를 새로 열었던 것이다.
컬럼비아에서의 교수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카터 대통령은 대법관은 한명도 임명하지 못했지만 당시 연방법관 정원이 152명 늘어난데 힘입어서 41명의 여성 법조인을 항소법원과 지방법원 판사로 임명했다. 외교 경제 등 모든 데서 실패한 카터의 유일한 업적은 여성 연방판사를 획기적으로 늘린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긴즈버그는 1980년 여름에 워싱턴 DC 관할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긴즈버그는 1993년 8월,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샌드라 오코너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것이다. 긴즈버그가 대법관이 됨에 따라 1965년에 에이브 포터스 대법관이 사임한 후 유태인 대법관이 없었던 대법원에 비로소 유태인 대법관이 자리를 잡게 됐다. 루이 브랜다이스와 벤자민 카르도조로 시작된 유태인 대법관으로는 긴즈버그가 여섯번째이다.
소수자인 유태인 대법관들은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견지해 왔다. 긴즈버그 역시 대법관으로서 진보적 성향을 견지해 왔고, 자연히 보수적 색채가 강해진 근래의 대법원에선 소수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아 졌다. 긴즈버그는 자기의 후임을 민주당 대통령이 임명하기를 원했으나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망해서 후임 지명을 두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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