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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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력기관 ?
작성일 : 2020-10-02 18:50조회 : 1,719
9월 22일 ·
권력기관 ?
문 대통령이 검 경 국정원 개혁을 마무리하라면서, “권력기관 개혁 완결”을 강조했다. '권력기관'이란 용어는 언론은 물론이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해 왔는데, 검 경 국정원을 지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경찰, 국정원을 권력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이 권력기관이 돼 버린 것을 개탄한다면 혹시 모르겠다. 하지만, 검 경 국정원 개혁을 완결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한다면 대통령이 검 경 국정원을 권력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기관은 영어로 번역이 안되는 용어다. 영어 표현은 law enforcement agencies에 해당할텐데, 우리 말로 하면 법집행기관이라 하겠다. 검 경 등을 의미하는 권력기관이란 용어는 적어도 90년대 초부터 언론과 정치권이 사용해 왔던, 말도 안되는 엉터리 용어이다. 사실 민주국가에서 권력기관은 바로 국민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방송 인터뷰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묻기에 나는 진행자에게 그렇게 바로 잡아 준 적도 있다.
언론이 많이 쓰는 용어 중 엉터리가 또 있다. 걸핏하면 어느 사건, 또는 누구에 대해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표현을 쓴다. 정치적 사회적 논란을 넘어서 검찰이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는 의미인데, 그걸 사법처리라고 쓴다. 사법처리는 사법부가 하는 처분이니까 법원의 판결이 되야 하는데, 법원과는 관련 없는 수사를 사법처리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엉터리 국어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써야 맞는다.
또 다른 예는 공권력 투입이란 표현이다. 쌍용차 사건 같이 노사 분규가 도를 넘게 되어 경찰력을 투입하면서 공권력을 투입했다고 표현한다. 공권력은 추상적 개념이지, 경찰이나 군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권력이란 단어도 영어 번역이 안된다. 쌍용차에 경찰력이 투입됐다고 표현해야 맞는다.
대통령이나 참모나, 또 언론이나 국어 공부부터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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