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버몬트 정치 Vermont Politics
2020-10-11 20:37 14 이상돈


버몬트 정치 Vermont Politics


미국 의회는 양원제인데, 각주가 2명씩 선출하는 상원의원 100명과 인구 비례로 획정되는 지역구에서 선출하는 하원의원 435명으로 이루어진다. 상원은 각 주(州)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 구성되고, 하원은 인민 people을 대표하는 하원의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정 당시에 버지니아 뉴욕 펜실베이니아 같은 인구가 많은 주와 델라웨어 뉴햄프셔 같이 인구가 적은 주 사이에 이루어진 타협이었다. 1962년 미국 대법원이 주 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하원의원 선거는 인구 평등에 근거한 지역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지역구 획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인구가 증가하는 주의 하원의원 숫자가 늘고 인구가 적은 주는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현재 인구가 적은 7개주, 즉 와이오밍, 버몬트, 알래스카, 노스 다코다, 사우스 다코다, 델라웨어, 몬태나 주는 하원의원이 1명 뿐이다. 로드아일랜드는 하원의원이 2명인데, 이런 추세로 나가면 거기도 1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에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53명, 텍사스는 36명, 뉴욕은 27명, 플로리다가 27명이다. 뉴욕 보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가 상승세에 있음이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와이오밍, 버몬트 등 하원의원이 1명인 7개 주는 주 전체가 하나의 하원지역구이고, 상원은 원래 주 전체에서 선출한다. 이들 7개 주에서는 임기 2년 하원의원이 1명이고 임기 6년 상원의원이 2명이 배출된다. 따라서 인구가 작은 이들 7개 주는 하원에서의 대표성은 1/435이지만 상원에서의 대표성은 다른 주와 똑 같이 1/50이다.

상원은 전체 주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지명도가 없는 사람이 당선되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자연히 현역이 재선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상원의원을 오래 한 전설적인 인물이 많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스트롬 서먼드 Strom Thurmond (1902-2003)는 1954년부터 100살이 되던 2003년까지 49년간 상원의원을 했다. 애리조나 출신 칼 헤이든 Carl Hayden (1877-1972)은 1913년에서 1927년까지 하원의원을, 1927년부터 1969년까지 상원의원을 지내서 도합 55년을 의회에서 보냈다. 에드워드 케네디 Edward Kennedy는 암살된 형의 후광으로 매사추세츠에서 1963년부터 2009년에 죽을 때까지 47년간 상원의원을 했다.

인구가 적어서 하원의원이 1명 뿐인 몬태나 주에서는 동아시아에 애정이 많았던 마이크 맨스필드 Mike Mansfield (1903-2001)가 1953년부터 1977년까지 24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쇠고기 수입 압력을 넣어서 2008년 촛불시위를 일으킨 데 조금 기여한 맥스 보커스 Max Baucus (1941- )는 1979년부터 2014년까지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다. 버몬트에서는 짐 제포즈 Jim Jeffords (1934-2014)가 1975년부터 1989년까지 하원의원을, 1989년부터 2007년까지 상원의원을 지냈다. 버니 샌더스는 짐 제포즈의 자리를 이어서 3선을 내리 했다.

버몬트 같은 인구가 적은 주는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할 만한 인력 풀 자체가 작기 때문에 일단 의원에 당선되면 재선을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다. 몬태나나 버몬트 같은 작은 주의 유권자들이 상원의원을 내리 당선시켜서 다선의원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상원의원을 다선의원으로 만들면 상임위원장 소위위원장 등 영향력이 있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자기 주(州)의 이익을 보다 잘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원시 같이 인구가 107만 명인 몬태나 주 출신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이 무슨 소위원장이 되어서 우리나라에 몬태나 산 소고기를 팔기 위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버몬트 주 출신의 또 다른 상원의원 패트릭 리 Patrick Leahy (1940- )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46년간 상원의원을 하고 있다. 패트릭 리 역시 진보적인 민주당원이니까 버몬트 주는 막강한 진보성향 다선의원 2명을 워싱턴에 보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성남시 인구의 2/3 밖에 안 되는 버몬트 주는 이렇게 해서 미국 정치, 더 나아가 세계 정치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여러모로 볼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미국 보다는 북유럽이나 캐나다 퀘벡을 닮은 버몬트가 아니었으면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이 상원의원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니, 샌더스는 233년 전에 만들어진 미국 헌법 덕분에 ‘분에 넘치는 영향력’ undue influence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 조지 W.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자 버몬트에선 반전운동이 일었다. 심지어 공화당 정권 하의 미국에 있기 보다는 아예 탈퇴해서 <제2 버몬트 공화국> The 2nd Republic of Vermont 으로 독립을 하자는 운동이 생겨났다. 이들은 버몬트가 미국의 14번째 주가 된 것은 공화국의 일원이 되고자 한 것이지,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는 제국의 일원이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버몬트가 미국에서 탈퇴하기 위해선 헌법에 규정된 헌법회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만일에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이 운동은 또 다시 탄력이 붙을 것 같다,


막말·궤변의 양극화 정치 (중앙) 
버몬트 Verm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