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국회선진화법의 숨은 의도
2020-10-16 10:05 9 이상돈

국회선진화법의 숨은 의도


국민의힘은 무력감에 빠져 있는데, 그럴만도 하다. 문 정부와 거대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은 야당이 자기들 입장을 받아주는 것이 협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야당은 뾰족한 수단이 없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야당을 어떻게 취급했는지도 한번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고 독주하는 악습을 끊겠다고 나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대통령은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부르는 국회법 개정안을 중요한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그 해 총선에서 예상보다 10여석이 많은 152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국회선진화법 공약을 지켰다. 총선 후 열린 18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것이다. 이재오 등 상당수 새누리당 의원들이 다수결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반대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전폭적 찬성으로 무난히 통과됐다. 이렇게 해서 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해서 과반수 의결로 벼락같이 통과시키던 집권당의 독주는 어렵게 됐다.

국회선진화법은 박근혜 비대위의 정치쇄신위원회가 추진했는데, 사실상 김세연 의원이 만든 것이다. 정치쇄신위는 내가 위원장을 하고 김세연 주광덕 의원이 위원을 했는데, 그 때 우리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40석 정도 할 것이라서 어차피 야당과 협의하지 않으면 입법이 어려울 것이기에 선진화법이 협치의 계기가 될 것이다고..
또 이런 숨은 고려도 있었다. 만일에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에도 120석만 지키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제멋대로 법률을 만들거나 개정하지 못할 거라고..

노무현 정권 당시 탄핵역풍 속에서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한나라당은 121석을 확보했다. 그러니까 새누리당이 120석도 못하는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선진화법이 있으면 야당을 해도 버틸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노무현 정권 당시 한나라당이 총력을 다해서 반대했던 것이 국가보안법 개정, 사학법 개정, 그리고 수도이전이었다. 수도이전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시해서 막아졌고, 사학법과 국보법 개정은 박근혜 대표가 장외투쟁으로 간신히 막아 냈는데, 선진화법이 있으면 국회에서 막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호기있게 선진화법 폐지를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넘길 줄 알았던 모양인데, 그 결과는 122석이었다. 호탕하게 선진화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게 우습게 되버렸다. 공수처법과 정당명부제법을 반대할 때도 그나마 선진화법이 있어서 버텼으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꾼 야당은 103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사실 어느 누구도 120석 마지노 라인이 무너질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탓인지 부정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기는 하다.) 김세연 의원이 선진화법을 기초할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20석 미만이라는... 그게 지금 야당의 모습이다.

카멀라 해리스 재산 
2016 개헌정국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