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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클린트 이스트우드(1930- )
작성일 : 2020-10-22 22:13조회 : 1,740
클린트 이스트우드(1930- )
클린트 이스트우드(1930- )는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이다. 우리 세대는 <더티 해리> 시리즈와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를 보면서 성장했다. 금년에 90세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공화당 당적을 가진 적도 있고, 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미트 롬니 - 폴 라이언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자신의 영화 제작사를 갖고 있는 그는 순자산이 4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매우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78세와 88세 나이로 자신이 제작한 영화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년)와 <운반책> The Mule (2018)에서 직접 주연을 맡았다. 두 영화 모두 진한 여운을 남기고 끝을 맺는데, 그 나이에 직접 주연을 맡으면서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랜 토리노>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 협력했다가 월남이 공산화 된 후 미국으로 피난해서 정착한 몽(Hmong) 부족을 그린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한 때 출력이 좋은 차로 유명했던 그랜 토리노, 그리고 2차 대전과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한 M-1 갤런드 소총을 아끼는 주인공을 통해 이제는 사라져버린 미국의 모습을 그려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공훈을 세운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디트로이트 근처 작은 마을에 살면서 평생 자동차 조립 일을 했는데 아내가 사망해도 그대로 혼자 눌러 살았다.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자 백인들은 마을을 떠났고 몽 족(族) 주민들이 이주해 왔는데, 거기서 갱단이 생겨나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음을 몽 족 소년을 통해 알게 된다. 분노한 코왈스키는 갱단으로 하여금 자기를 살해하도록 유도해서 경찰이 이들을 체포토록 한다. 유언장에서 코왈스키는 평생 살아온 집은 교회에 기증하고 그랜 토리노는 몽 족 소년에 넘겨주었다. 소년은 그 차를 타고 마을을 떠난다.
<운반책> The Mule은 80대 노인이 10년 동안이나 마약운반책으로 일하다가 체포된 실화를 근거로 만든 영화이다. 일리노이의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 꽃을 재배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주인공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은 한국전 참전용사인데, 매우 고지식해서 아내와도 헤어지고 딸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화훼 장사가 잘 안 되서 빚에 쪼들리던 중 픽업 트럭으로 물건을 운반하면 수고비를 주겠다는 마약 범죄단의 유혹에 빠져 마약을 운반하면서 많은 돈을 만지게 된다.
전과 기록이 없는 노인을 마약 운반책으로 사용하면 경찰의 의심을 사지 않기 때문에 80대 노인인 스톤을 이용한 것이다. 스톤은 픽업트럭을 새로 사고, 마을의 재향군인회에 기부도 하고 그나마 자기를 인정해 주는 손녀에게 결혼자금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마약국(DEA)의 수사망에 잡혀 결국 체포되고 만다. (브래들리 쿠퍼 Bradley Cooper가 마약국 요원으로 나온다.) 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중 스톤은 더 이상 변론이 필요 없으며 모든 죄를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매우 비슷하다. 전시(戰時)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참전했고, 평생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했으나 결과는 소외(疏外),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가족과 지역공동체는 사라져 버렸고 국가는 이들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오늘날 트럼프를 지지하는 'working class whites', 즉 백인 근로계층인 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마지막 영화 두 편을 통해 오늘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와 계층 문제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닐까. 트럼프가 처참하게 무너지면 'angry whites', ("성난 백인들’)은 어떤 정치적 행로를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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