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울시장 보궐선거

작성일 : 2020-10-31 10:36조회 : 1,803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지금 이 시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금 상황이 그 때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의 느닷없는 사퇴로 인해 민주당은 서울시장직을 갖고 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분당 을 선거에서 승리해서 다시 국회의원이 되어 사기가 올라 있었다. 따라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손학규 대표는 당을 장악하고 2012년 4월 총선을 치르고 12월 대선으로 직진할 수 있었다.

친노와 재야세력은 그런 손 대표를 그대로 두면 자신들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 물론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손학규가 분당 을 보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수준 높은 분당시민들 덕분에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아성이던 분당에서 당선되어 당내 리더십을 키웠다.

그런 와중에 안철수 신드롬이 생겨서 서울시장 여론조사 1위가 안철수가 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친노와 재야세력은 박원순을 지지했지만 우선 안철수를 주져 앉혀야만 했다. 그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시장후보를 양보하면 대선 후보로 지지하겠다는 양해가 있지 않았을까 한다. 만일에 그랬다면 그런 양해를 믿은 사람이 어리석었던 것이나 그 진상은 알 수 없다.

민주당 후보로 박영선 의원이 선출됐지만 손학규 대표는 야권단일화라는 당외와 당내 압력으로 박원순과 단일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이 당외 세력에 굴복한 셈인데, 결국 박원순이 단일후보가 됐고 당선됐다. 당시 야권성향 언론의 보도를 보면 그것이 마치 프랑스 대혁명이라도 되는 듯했다. 이로써 손학규 대표는 무력화됐고, 민주당은 야권 세력과 통합한 후 친노가 주류인 오늘날의 민주당으로 탈바꿈했다. 그것이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의 한계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 체제였는데, 뜻하지 않은 오세훈의 시장 사퇴로 날벼락을 맞은 형상이었다. 나경원 의원이 후보로 나섰지만 자기당 현역시장이 멋대로 사퇴해 버려서 생긴 보궐선거에 출마할 명분도 희박했다. 그나마 박원순 후보가 협찬인생이니 뭐니 하는 주장이 나와서 해보는 듯 했지만 결국 참패하고 말았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홍준표 대표는 타격을 입었으니 오세훈의 멋대로 사퇴로 인해 엉뚱한 피해를 입은 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잊었겠지만, 오세훈은 2006년에 서울시장이 됐는데,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오세훈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인수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인수위를 맡았다. 오 시장은 시청 간부들을 박원순이 대표를 하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연수를 받도록 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이런 모습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는 나경원 등 자신이 200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영입한 의원들이 대거 이명박 쪽에 서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탓인지 2011년 10월 서울시 보선 때 박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 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 선후배 사이인 오세훈 시장도 박 전 대통령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2011년 10월이면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와 교감이 있을 때였다. 나는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일선에 나서게 되면 나를 부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렀고 승리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그 때 그 인물인 오세훈 안철수 홍준표 등은 아직도 야권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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