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대법원 대법관

작성일 : 2020-11-01 10:34조회 : 2,043

10월 25일

미국 대법원 대법관

미국 대법원 대법관으로 지명된 에이미 바렛 Amy Coney Barret(1972- )에 대한 상원 법사위원회 표결이 민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12대 0으로 통과되어 이제 상원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관 인준이 상원 법사위에서 야당의 보이콧 사태에 봉착한 경우는 처음으로 기억된다. 에이미 바렛은 뉴올리언스 출신으로 노터댐 로스쿨을 나왓으며, 로스쿨 교수를 지냈고 항소법원 판사를 3년간 했기 때문에 자격은 된다.

하지만 바렛은 낙태 동성애 등 사회윤리 사안에서 너무 경직된 가치관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얼마 앞두고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서 이처럼 논란이 큰 것이다. 사실 그 정도 자격이 있는 법률가는 많이 있는데 하필 그녀가 선택된 이유도 낙태 동성애 같은 문제에 대한 그의 태도 때문이니까 특히 문제가 되고, 트럼프가 너무 밉기 때문에 덩달아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48세인 그녀가 대법관이 되면 35년은 그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은 대법관 뿐 아니라 모든 연방법원 판사가 종신직이다. 헌법 3조에 의해 연방 법원 판사는 “선량한 행동을 하는 한”(during good behaviour) 임기가 보장된다. 따라서 연방판사는 오직 탄핵에 의해서만 해임될 수 있다. 우리나라나 다른 대륙법계 국가에서 판사가 임기가 있고 정년이 정해져 있는 경우와 다르다. 미국도 주법원은 주 헌법과 법률에 의해 구성되는데, 대다수 주 법원 판사는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다. 주 법무장관 State Attorney General, 지방검사장 District Attorney은 물론이고, 군 보안관 County Sheriff도 직선으로 선출한다. 그것이 보다 민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이 연방법원 판사를 종신직으로 한 것은 영국의 영향이다. 영국은 명예혁명 후에 채택된 권리장전 Bill of Rights이 법관은 “선량한 행동을 하는 한” 임기가 보장되도록 했다. 그것을 미국 헌법이 그대로 따른 것이니까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미국은 영국과 달리 성문헌법이 있고,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면 연방법원이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미국 대법원은 영국의 상급법원과는 비교할 수 없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아무래도 50대는 되어야 임명하게 됨으로 종신이라고 해도 평균수명이 요새 같이 길지가 않을 시절에는 10여년 하고 사망하거나 그 전에 건강상 이유로 사임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1902년에 61세 나이에 대법관으로 임명된 올리버 홈스 Oliver. W. Holmes(1841-1935)는 91세인 1932년까지 31년 동안 대법관을 지냈다. 60세가 넘어 대법관이 된 그가 30년 넘게 대법관을 하면서 기념비적인 판결을 많이 남길 줄 짐작했던 사람은 없었다.

올리버 홈스는 저명한 의사이자 문필가인 아버지 영향으로 일찍이 하버드를 다녔다.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장교로 임관되어 3년간 참전하면서 많은 전투를 겪었으며, 처참했던 앤티댐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전쟁이 끝난 후 하버드 로스쿨을 다녔고 변호사 개업을 하다가 1881년에 <보통법> The Common Law을 출간했다. 홈스는 법을 논리구조로 보는 독일법학을 배척하고 "법의 생명은 경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에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회의주의적 태도를 견지했는데, 이는 남북전쟁 중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잠시 하버드 로스쿨 교수를 지내다가 매사추세츠 주 최고법원 판사와 법원장을 지냈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관으로 임명되었다. 31년간 대법관을 지내면서 특히 언론 자유에 대한 훌륭한 판결을 많이 남겼다.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법률가를 단 한명 뽑으라고 하면 당연히 홈스를 뽑을 정도인데, 앞으로 100년 세월이 흘러도 그 점은 변치 않을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임명한 개혁성향의 윌리엄 더글라스 William O. Douglas (1898-1980)는 41살 때 임명되어서 1975년까지 36년간 대법관을 지냈다. 그는 30년간 결혼생활 끝에 첫 부인과 이혼하고 그 후 젊은 여인과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 했다. 64세 때 23살인 대학생과 세 번째 결혼을 했으나 3년 후 이혼하고, 67세 때 22살의 여대생과 네 번째 결혼을 했다. 세 번 이혼과 세 번의 결혼이 모두 그가 대법관을 지낼 때였다. 그가 재임했던 36년 동안 대통령은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 그리고 포드에 이르기까지 7명이나 되었다. 이혼과 결혼 뿐 아니라 그의 판결 성향은 너무 급진적이어서 그를 탄핵하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전글미국 대선 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시사저널)

다음글저속한 신문 칼럼 제목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