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민주당 당헌개정을 보면서
2020-11-11 19:27 22 이상돈

11월 2일

민주당 당헌개정을 보면서


세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이 어떤 결정을 할 때엔 웬만하면 약간의 여백을 남겨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호기있게 장담했던 당헌을 전당원투표라는 우스운 절차를 통해서 폐기하고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그런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애당초 자기들은 모든 면에서 항상 깨끗하고 또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childish 했던 것이다. 경험과 지혜가 단순한 결기 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할까...

나는 민주당이 당헌을 뒤집을 필요가 있는지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한다. 우선,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 전 시장의 개인적 유고로 인한 것인데, 민주당은 박 전 시장 사안이 법적 책임을 수반할 성격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당헌을 바꾸어서 후보를 내겠다고 함으로써 박 전 시장의 유고에 대해 당이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사과부터 하고 선거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사과한다면 민주당은 그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부산시장의 경우는,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거돈 전 시장에 대한 지역여론은 더이상 나쁠 수가 없고 그를 공천한 당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의힘 후보가 100%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논의되는 국민의힘 부산시장 유력후보군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반응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유력한 무소속 후보가 나설 가능성이 100%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를 내면 부산시민들은 할 수 없이 국민의힘 후보를 시장으로 뽑게 되는 나쁜 선거를 조장한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되지도 않을 부산시장을 포기해야 서울시장 선거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밖에서 보자니 한심해서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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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최근의 공천관련 당헌 개정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은퇴 번복에 빗대면서 이를 “본질적인 책임을 지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는데, 공연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소환해서 잡음만 일으킨 꼴이다. 이렇게 구차한 일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소환해서 무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실력도 없고 서울시장을 무임승차하자는 것이냐”라고 성토했는데, 이 말은 실제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면 민주당 후보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여러 번 해야 할 정도의 망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의힘 후보가 자동으로 당선되는 일은 없다. 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강력한 제3의 후보가 독자적으로 출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급하니까 이런 저런 말을 만들어내는 모양인데, 결국은 민주당 스스로를 깎아 내릴 뿐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닉슨이 워터게이트로 사퇴한 후 공화당이 후보를 낸 것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후에 지금 야당이 대선 후보를 낸 것을 들어서 자신들이 공천 포기 당헌을 바꾼 것을 정당하다고 둘러대는 모양인데, 그것도 참으로 한심하다. 미국 공화당이나 당시 새누리당 당헌에 문제의 민주당 당헌 같은 조항이 있었다는 말은 못 들어 봤다. 그러니까 민주당의 이번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김선동 전 의원이 민주당이 닉슨을 거론한 것을 반박한다면서 "문재인 정권 들어 게이트가 한 둘인가. 그러니 미국과 더불어 닉슨 게이트에도 후보를 낸 미국을 꼭 닮아라. 변명이 더 구차하다"고 쓴 것도 우스운 일이다. 닉슨 대통령은 미국과 공화당을 살리기 위해 사임했고 공화당은 재건의 길을 가서 1980년대 공화당 전성기를 열었다.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을 하는, 더 할 수 없이 크게 책임을 진 당시 공화당을 어떻게 지금의 민주당에 비교하는가. 역사를 잘 모르면 말이라도 아껴야 한다. 

엊그제 나는 민주당은 이번에 당헌을 개정할 필요가 애당초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원순 전 시장의 경우가 당헌에 규정된 공천 포기 사유에 해당했는지를 민주당 의원들과 지도부는 냉철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신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부산시장 후보를 내겠다는 발상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의 본질은 자신들은 항상 고결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내세운 숭고한 원칙을 항상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권의 오만 arrogance와 어리석음 stupidity이다.

'백인 우파', 그들은 누구인가?(시사저널)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공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