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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 챈슬러
작성일 : 2020-12-18 13:48조회 : 93


존 챈슬러

나는 대학 시절부터 주한미군 방송(AFKN) 라디오와 TV 뉴스를 즐겨 듣고 보았다. 당시는 현역 군인들이 시간 마다 뉴스를 진행했는데, 워터게이트 사건도 그때그때 돌아가는 사정을 잘 전달해 주었다. 영어 방송 중 가장 알아듣기가 쉬운 장르가 뉴스이고 제일 어려운 것은 한밤중에 하는 코미디 프로다. 코미디 프로는 지금 보아도 사람들이 왜 웃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시절은 뉴스의 황제로 군림해 온 월터 크롱카이트 Walter Cronkite (1916-2009)가 은퇴를 앞둔 시기였다. 당시 저녁 뉴스 시청률은 크롱카이트가 진행하는 CBS Evening News가 제일 높았는데, 나는 존 챈슬러 John Chancellor (1927-1996)가 진행하는 NBC Nightly News를 주로 보았다. 부드럽게 말하고 품위가 있는 그의 모습이 좋아 보였는데, 방송계에서도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존 챈슬러는 뉴스를 마치면서 이따금 “당신들은 알 권리가 있고 우리는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You have right to know, we have duty to tell the truth)라고 멘트를 날렸는데, 나는 그 구절이 무척 좋았다.

시카고 출신인 존 챈슬러는 고등학교 때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자를 꿈꾸었다고 한다. 일리노이 주립대를 졸업하고 곧 시카고 선 타임스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시카고 지역방송 기자로 옮겼다. 몇 년 후 NBC 기자가 되었고, 1957년 아칸소 리틀록에서 흑인 학생 의 백인학교 등교로 빚어진 백인들의 소요 사태를 취재해서 명성을 얻었다. 1961년부터는 NBC의 <투데이> 프로를 진행했다. 그 후 정치 문제를 취재하고 해외 특파원 생활을 했다. 그는 잠시 미국의 소리(VOA) 국장을 지냈으나 곧 NBC로 돌아와서 주말 Nightly News 앵커를 했고, 1970년부터 1982년 4월까지 Nightly News를 앵커로 진행했다. 하지만 그가 진행하는 NBC Nightly News는 월터 크롱카이트가 진행하는 CBS Evening News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존 챈슬러는 1982년 4월 2일을 마지막으로 앵커에서 물러나고 그의 뒤를 이어서 톰 브로코 Tom Brokaw (1940- )가 진행을 하게 됐다. NBC가 40세를 갓 넘긴 톰 브로코를 놀라운 연봉을 주어서 등판시킨 것이다. 이렇게 해서 월터 크롱카이트 후임인 댄 래더 Dan Rather (1931- )가 진행하는 CBS Evening News, 톰 브로코가 진행하는 NBC Nightly News, 그리고 뒤늦게 등장한 피터 제닝스 (Peter Jennings (1938-2005)가 진행하는 ABC World News Tonight이란 ‘빅 3’ Big Three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앵커에서 물러난 후에도 존 챈슬러는 1993년까지 톰 브로코가 진행하는 저녁 뉴스에 평론가로 나오는 등 활동을 했고, 은퇴 후 69세 나이로 암으로 사망했다.

공부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서 AFKN 뉴스를 켜보니까 NBC, ABC, CBS 뉴스를 아침 저녁 번갈아 내보내서 반가웠다. 그 후 AFKN은 CNN을 내보내서 자연히 네트워크 뉴스는 보지 못하게 됐다. 내가 존 챈슬러를 인상 깊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 유명한 클로징 멘트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알 권리가 있고 우리는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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